WSJ 보도, 北 파병 '폭풍군단'은 최정예 특수부대
“러 반응 살피기 위한 의도…숙련 군인 길 열어줄 것”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군이 러시아 본토 격전지인 쿠르스크에 집결, 실전 투입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이들의 전투 역량이 최정예 부대 수준은 아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의 전선에 도착했다. 그들은 싸울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러시아 전선에 집결하고 있는 북한 군인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가장 훌륭하고 뛰어난" 군인들은 아닐 수 있다고 진단했다.
WSJ는 공개된 북한군 영상과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쿠르스크에 집결한 군인들은 10대에서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징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특히 이들은 상대적으로 키와 체구가 작은 것으로 보이며, 이는 북한 전역에 만연한 영양실조를 반영한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앞서 한국과 우크라이나 당국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중인 러시아를 돕기 위해 특수작전부대인 11군단 소속 병력 등 총 1만2000여명 규모의 병력을 파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북한이 파병한 11군단은 소위 '폭풍군단'으로도 불리는 북한의 최정예 특수부대로 알려져 있다.
다만 WSJ은 북한의 특수부대 훈련은 주로 산악 지형인 남한에 침투해 암살, 기반 시설 파괴 등을 수행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이는 넓은 평원에서 참호전 양상으로 펼쳐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앳된 얼굴의 (북한) 군인들은 한 번도 북한 밖으로 나와본 적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북한군은 오래되고 노후화된 재래식 군사 장비를 운영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에 선발대로 전투력이 약한 소위 '총알받이용' 병력을 보내 우선 러시아 파병에 대한 국내외, 특히 러시아 정부의 반응을 살피고자 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퍼시픽포럼의 연구원 제임스 JB 박은 WSJ에 김 위원장이 처음에는 상대적으로 '소모 가능한(expendable)' 병력을 보내 국내외 반응을 살피기를 원할 수 있다면서 "이들은 후에 더 숙련된 군인들을 위한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쿠르스크 전선에 도착한 북한 군들이 전투에 참여하는 대신 러시아군이 북한산 탄약이나 미사일, 드론을 이용하는 모습과 전쟁 상황 등을 관찰하고 이 과정에서 얻은 통찰을 고국에 가져다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만약 북한 군인들이 최전선에 투입된다면 이들은 러시아 군인들이 매우 위험한 '궤멸 지역'(meat grinder)으로 여기는 살상 가능 지역에 투입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전선에 투입된 러시아 군인들은 종종 우크라이나군의 위치를 알거나 인근 지역 점령 시도를 위해 무작정 교전 지역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대부분 우크라이나의 정찰병이나 공격 드론에 의해 사살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