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죽기 전에 꼭 고향 나무리(황해도 재령군) 벌판에 서서 ‘전국노래자랑’을 외쳐보고 싶습니다.”

‘일요일의 남자’ 방송인 송해의 두 눈은 고향 이야기에 금세 촉촉해졌다. 실향민인 이 구순(九旬)의 현역에게 북녘 고향은 여전히 그립고도 애틋한 곳이었다. 흘러가는 세월이 야속할 터이지만, 그는 ‘딴따라’로 고향 땅에 서는 꿈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평전의 이름이 ‘나는 딴따라다(스튜디오 본프리)’이니 말이다.

송해 “죽기 전 고향 나무리 벌판서 ‘전국노래자랑’ 외치고 싶다”
방송인 송해가 30일 오후 서울 청담동 리베라 호텔에서 자신의 평전 ‘나는 딴따라다’ 출판 기념회 및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30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 호텔에서 송해 평전 ‘나는 딴따라다’ 출판 기념회 및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엔 송해와 평전을 집필한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오민석 단국대 영어영문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오 교수는 “송해 평전을 쓰는 일은 개인사를 쓰면서 민족사를 쓸 수 있고, 민족사를 쓰면서 또 대중문화사를 쓸 수 있는 작업이었다”며 “이런 가치 있는 일이 어디 또 있겠는 생각에 큰 보람을 느끼며 집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딴따라’는 과거 많은 연예인들에게 아픔을 줬던 비하적인 표현이다. 그러나 송해는 평전의 제목에 ‘딴따라’를 붙이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송해는 “예전에는 ‘딴따라’라는 말에 한이 서렸었는데 요즘은 ‘딴따라’가 우상인 시대”라며 “지난해 은관문화훈장을 받았을 때 ‘나는 이겼다’고 외쳤다. 그런 의미에서 평전의 이름도 내가 고집해 ‘딴따라’라고 지었다”고 전했다.

오 교수는 평전을 집필하기 위해 1년여 동안 송해의 그림자를 자처하며 그의 발자취를 쫓았다. 그는 “평전 작업 때문에 송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많이도 울었다”며 “송해는 웃음과 눈물, 고통과 환희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존재이고 그래서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송해의 평전은 다른 평전과 비교해 독특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오 교수는 송해의 생애를 단순히 연대기 순으로 정리하는 대신, 과거와 현재를 반복해 보여주며 마치 영화 시나리오처럼 구성했다. 책의 표지에 제목을 새기지 않은 것도 눈길을 끈다.

오 교수는 “기존 평전들은 과거에 집중하기 때문에 지루한 면이 없지 않다”며 “이 평전은 송해의 생애를 연대기 순으로 따라가되 중간 중간 현재를 개입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은 대부분 성공의 마지막 정거장만 보고 부러워하는데 송해는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다”며 “독자들에게 송해의 투혼을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송해는 지난 30년 동안 KBS 1TV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해왔다. 송해가 워낙 고령이기 때문에 그의 후임으로 누가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할지 대중의 관심도 큰 상황이다. 하지만 송해의 ‘전국노래자랑’에 대한 애정은 강했다.

송해는 “‘전국노래자랑’ 후임 진행자에 대해 후배들 끼리 상의를 해보라고 했는데 이상벽이 아우들이 전부 자신을 선택했다고 하더라”며 “이상벽이 내 귀에 대고 언제쯤 물려 줄 생각이냐고 묻기에 50년 후라고 말하며 한바탕 웃은 일이 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송해는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고, 건강을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다”며 “모두들 노래할 때 같이 부르고, 춤도 같이 추고 즐겁게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