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비용 부담 줄이려…아파트 언감생심
요즘 집값은 사회생활 3~5년차에 접어든 예비 신랑신부들에겐 가혹하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3억1864만원에 달한다. 3년 전(2억6371만원)과 비교해 21% 가량 올랐다. 강북 14개구만 놓고 봐도 평균 2억7410만원에 달한다.
보건복지부가 2013년 발표한 ‘2012년도 전국 결혼 및 출산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미혼남성의 8.2%와 미혼여성의 5.6%가 결혼을 계획했다가 미뤘다고 답했다. ‘수입이 적고, 집 장만 등 결혼비용이 여의치 않아서’라는 이유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2030세대가 즐겨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고시원에 신혼집을 차려야 한다는”는 푸념이 쏟아진다.
그래서 젊은 부부들은 아파트만 고집하지 않는다. 아니 고집할 수 없다. 조금이라도 주택마련을 위한 부담을 낮추기 위해 오피스텔과 빌라 같은 다세대주택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직장인 김모(29) 씨는 스무군데 발품을 판 끝에 전세 1억6000만원에 나온 송파구 석촌동의 방 2개짜리 빌라를 선택했다. 그는 “부모의 지원없이 부부 스스로 전셋집을 마련해야 한다면 처음부터 아파트를 선택하긴 어렵다”며 “그 대신 집안 인테리어를 아기자기하게 꾸며서 살고 있다”고 했다.
지하철 9호선의 길목인 강서구 가양동, 등촌동은 여의도,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젊은 부부들이 즐겨 찾는 1번지다. 영등포나 마포구, 강북구 일대 주택가를 뒤지는 예비 신혼부부들도 많다. 등촌동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보다 올해 봄에 매매ㆍ전세 거래가 10% 넘게 늘었다. 소형 아파트 면적과 비슷한 중형 오피스텔에 신혼집 꾸리는 신혼부부 손님이 많다”고 했다.
건설사들은 새로 내놓는 오피스텔을 ‘소형 아파트’ 수준으로 구성한다. 신혼부부를 비롯한 소규모 가족들이 편리하게 살 수 있는 요소들을 갖춰 어필하는 것이다. 2~3룸짜리 다양한 타입을 구성해 선택권을 넓히고 세탁기와 전자레인지 등을 빌트인 가구로 배치했다. 혼수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셈이다.
위례신도시에 들어서는 오피스텔 ‘우남역 아이파크’ 엄태윤 분양소장은 “천정형 에어컨, 빌트인 가구는 기본이고 원룸부터 3룸까지 열가지 다른 타입을 선보여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게 했다”며 “3룸은 소형 아파트에 견줘도 손색없는 구성”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