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에게도 기회 확대”…직간접 참여로 시장 활성화 도모

전문·소수 투자자 ‘트랜치 분류’…차등형 구조로 ‘생태계 균형’ 유지

자본시장법 취지 공감하지만…“자율성 부여해 각종 기법 발전시켜야”

[편집자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에 접어들며 금융투자 시장은 2024년을 돌아보는데 여념이 없다. 올해는 시장에 여러 화두가 던져졌다. 그중에서도 리테일 시장과 분리되어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자로부터만 자금 조달하는 사모펀드 현실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에 현실적인 개선방안은 무엇인지, 해외 자본시장에서는 자금조달 및 운용이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등을 짚어본다.

지난 기사([한국형 PEF의 명암②] 개인투자도 길 열어준 글로벌 PE...AUM 매년 두자릿수씩 늘었다)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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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사모펀드(PEF) 모델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자본시장법 취지와 목표는 유지하면서도 시장 상황에 맞는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 선순위·후순위 등으로 등급을 나눠, 투자자 위험추구 성향에 따라 손익차등형 구조를 만들거나 혹은 투자기간 범위에 차이를 둬 시장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해볼 법하다는 지적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 시장 투자자정책 변화의 일환으로 개인투자자 확대 필요성이 자본시장에서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국내 운용사(GP)들은 PEF운용사협의회를 통해 공식 석상에서 관련 의견을 개진하는 등 금융투자업계 및 당국과 소통해왔다.

앞서 7대 PEF운용사협의회를 이끌던 라민상 프랙시스캐피탈 대표는 올 3분기 개최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에서 “초대형 운용사의 경우 펀드 투자자의 20% 이상이 개인투자자로 구성되어있듯, 일정 자격을 갖춘 개인 전문투자자들이 PEF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 자본시장법 개정은 생태계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조치로 평가됐다. 당시 불건전 영업에 따른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는 투자자 보호 없는 혁신 경쟁은 지속가능하기 어려움을 확인시켜줬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 생태계와 규제·규율 간의 불균형 가능성은 국내 자본시장 참여자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 왔던 문제다.

특히 선진 자본시장으로 일컬어지는 미국·유럽 등지의 상황은 국내와 종종 비교된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500만달러(한화 약 70억원) 상당을 투자한 개인은 전문투자자 사모펀드에 가입할 수 있고, 연소득이나 순자산 보유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소수투자자 사모펀드에 가입할 수 있다. 특히 전문투자자는 개인연금(IRA) 자산으로 사모펀드에 직접 투자를 자유롭게 허용한다.

또 다른 전문투자자 활성화 대책 중 하나로 허브와 스포크 구조(Hub & Spoke)를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허브 앤 스포크란 바퀴의 중심축인 허브를 바탕으로 바퀴살(스포크)가 펼쳐진 것처럼 거점을 중심으로 몇 개를 묶는 전략을 뜻한다. 주로 조세피난처인 케이만 제도나 버진 아일랜드에 허브를 세우고, 투자자들은 바퀴살 역할을 하는 하부 기구의 출자자(LP)가 된다. 다수의 조직을 가진 펀드가 설립되는 것으로, 이러한 구조를 활용해 투자 위험을 분산시키거나 차등을 둘 수 있다.

PE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 트랜치를 나눠 전문성과 경험에 따라 위험 노출을 달리 인식하게 하거나 투자기간 및 범위에 차이를 두는 방안을 검토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식 변화 또한 필요하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진취적인 개인 투자자들을 포괄하는 시스템을 찾는 과정이 선행된다면 긍정적인 ‘성장통’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규정 이외의 것은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검토해볼 필요성이 있는데, 이는 개인의 왕성한 투자활동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게끔 한다”며 “자본시장의 토양 위에서 시장 참가자들이 PEF의 운용에 필요한 각종 기법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해야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