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항소심 결심

검찰, 이재용에 징역 5년 구형

이재용 “어려운 상황 극복하겠다”

12월 20일까지 추가 의견…선고는 2월 3일

중앙지법 향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 합병 혐의 관련 2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삼성그룹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55) 삼성전자 회장의 항소심이 내년 2월 3일 마무리 된다. 이 대표는 현재 불거지는 ‘삼성 위기론’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선처를 바란다고 최후 진술했다.

이재용 “소명 다하게 해달라” 최후진술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백강진)는 25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자본시장법), 주식회사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위반(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회장과 전·현직 삼성 관계자 등 14명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선고기일은 2025년 2월 3일 오후 2시로 정해졌다.

이날 오후 2시에 시작한 결심공판은 6시간이 넘게 진행돼 8시 36분께 종료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균형잡힌 시각으로 소송자료 증거 검토해 결론 내리겠다”고 했다.

오후 7시 30분께 최후 진술 기회를 얻은 이 회장은 준비해 온 종이를 꺼내 5분간 읽어내렸다. 이 회장은 “회사의 성장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늘 고민해 왔다”며 “이 사건 합병도 마찬가지였다. 두 회사의 미래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거나 투자자들을 속이려는 의도는 결단코 없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 합병 혐의 관련 2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 회장은 최근 불거지는 ‘삼성 위기론’도 언급했다. 이 회장은 “최근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많은 분의 걱정을 접하면서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또 생각하게 됐다”고 입을 뗐다. 삼성 위기론을 언급할 때는 한차례 기침을 하기도 했다.

이어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한발 더 나아가겠다.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다 하겠다”며 “소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회장은 또 함께 기소된 삼성그룹 임직원에 대한 선처도 당부했다. 이 회장은 “재판부가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온전히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며 “평생 회사만을 위해 헌신한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검찰 이재용 징역 5년 구형…삼성 “무리한 기소”

공판 출석하는 이재용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삼성 부당 합병 혐의 관련 2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검찰은 이날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삼성이 이 회장 승계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을 성사시켰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룹 총수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뒤흔든 사건”이라며 “그룹 총수의 사익을 위해 권한을 남용하고 정보 비대칭을 악용했다. 경제정의와 경제 주체들의 조화, 공정한 경쟁 등 헌법적 가치를 파괴했다”고 했다. 이어 “특정 개인의 이익이라는 명확한 실체가 존재하는 사안이다. 자본시장이 투명하고 공정한 방향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전부 유죄 선고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삼성 측은 1심과 동일하게 무죄를 선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삼성물산의 예견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경영 판단’으로 삼성물산은 물론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합병이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의 기소 자체가 무리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 측은 “4년의 수사 끝에 기소가 됐다. 학계, 변호사, 회계사 포함된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불기소를 권고한 사건”이라며 “항소심에서 공소사실을 변경하고 핵심 주장에 대한 입장을 바꾸는 것은 애초에 무리한 기소였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원심은 3년이 넘는 기간 106회 공판을 거쳐 80명의 증인을 신문 했다. 수많은 증거에 대해 자세한 심리를 진행한 결과 무죄를 선고했다”며 “검찰은 모두 항소했지만 원심 판결의 부당성에 대해서는 주장도, 입증도 하지 못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삼성물산-제일모직은 사업적 목적으로 합병됐다. 양사 합병은 오래전부터 예상되던 시나리오”라며 “사업상 목적이 존재하는 이상 합병에 지배력 강화 목적이 수반됐다 해도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