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도 비트코인 덕에 주가 상승
미국 대선 끝나고 주식 80% 이상 뛰어
전환사채, 주식 매각으로 비트코인 베팅
코인 가격 하락 시 주가도 휘청일 듯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비트코인 폭등에 힘입어 비트코인 최대 보유 기업인 미국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주가가 미 대선 후 2주 만에 80% 넘게 오르며 비트코인 상승폭을 훨씬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가는 미 대선날인 6일 257.81에서 최고가를 갱신한 20일 473.83를 나타내며 85%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 가격은 10만달러에 근접해 40% 가량 상승했다.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추가 매입을 통해 향후 3년에 걸쳐 420억달러를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본업인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3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앤드류 레프트 시트론 리서치 창립자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식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회장은 지난 2020년부터 사업 운영 자금으로 비트코인을 매수했다가 2022년 큰 손실을 입은 적이 있다. 그는 코로나19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크게 인하하면서 비트코인 매수가 기회라 생각했다. 처음엔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들였고, 이후에는 주식이나 전환사채를 발행한 돈으로 비트코인을 적극 사들였다. 하지만 2년 뒤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면서 9억1780만달러(약 1조2800억원)를 잃었고, 세일러는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내려놓고 이사회 회장직으로 물러나게 됐다.
시장에서는 세일러 회장이 과거처럼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그는 추가 매입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날 세일러는 엑스(X, 옛 트위터)에 이달 18일부터 24일까지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5만5500개의 비트코인을 추가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사들인 비트코인 평가액은 54억달러(약 7조5897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일주일 전에도 세일러 CEO는 5만1780개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
현재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보유량은 총 38만6700개로, 현재 유통되고 있는 전체 비트코인의 약 2%에 달한다. 매수 자금은 전환사채 발행과 자체 주식 560만주를 매각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일러 회장은 “주식 매각을 통해 128억달러를 조달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WSJ은 “비트코인 강세론자들도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매수가 위험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크 노보그라츠 가상화폐 거래회사 갤럭시 디지털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이 10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20% 하락할 수 있다”며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등 가상화폐에 베팅하는 사람들은 현재 모든 것을 걸고 있기 때문에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비트코인 가격이 주춤하면서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25일 전장보다 4% 하락한 403.45달러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