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 올해 주가 수익률 276%

AI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 174%

브로드컴·AMD ‘넥스트 엔비디아’

AI의 B2C 역할 애플·알파벳 주목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의 3분기 호실적에도 이미 높아진 눈높이는 주가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이에 미국 주식 시장은 포스트 엔비디아를 찾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시장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의 움직임에 주목한다. 특히 올해 엔비디아를 웃도는 주가 상승률을 보인 ‘팔란티어’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팔란티어의 올해 주가는 16달러로 시작해 지난 25일(현지시각) 기준 64달러선까지 올라 총 276%의 주가 수익률을 달성했다. 이는 엔비디아의 올해 주가 수익률인 174%보다 높은 수치다. 팔란티어는 지난 15일 66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팔란티어는 AI 데이터를 활용한 정보 분석 소프트웨어 업체로, 미국 중앙정보국(CIA)·연방수사국(FBI)·국가안보국(NSA)·국토안보부(DHS) 등 굵직굵직한 정부 기관을 고객으로 뒀다. 올해 월가에 AI 열풍이 불면서 민간 기업에서도 많은 주문을 받아 매출이 급증했다. 특히 지난 11일 3분기 실적 발표 후 50% 급등한 주가는 호실적과 낙관적인 전망에 힘을 더했다.

증권가는 이처럼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나아가 B2C(기업과 일반 소비자 간 거래)로의 ‘패턴 변화’에 주목한다. 10년 전 애플이 아이폰으로 성장했던 2010-2012년 당시 애플 주가가 110% 상승한 이후엔 애플 하드웨어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기업 주가가 상승한 바 있다.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커진 소셜미디어와 메타가 포함된 미디어·엔터, 아마존을 비롯한 경기소비유통 등 전자상거래 관련 업종이 수혜를 받았다.

올해 11월에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반도체 업종 주가 수익률은 4.9%, 소프트웨어 업종은 6.1%로 소프트웨어 업종이 반도체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내에서는 경쟁 기업으로의 확산이고, 수평적으로는 소프트웨어 기업들로의 확산”이라며 “AI를 활용해서 B2C처럼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업들이 내년에는 조금 더 유리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AI의 B2C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업인 애플(21%)·알파벳(38%)·테슬라(41%) 이익증가율이 증가해 엔비디아와의 격차 좁힐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2025년 미국 대형주들의 이익증가율 전망치를 기반으로 ‘넥스트 엔비디아’ 출현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나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엔비디아 이익증가율 전망치는 133%다. 그러나 엔비디아 대항마로 꼽히는 브로드컴(266%)이나 AMD(117%) 증가율도 만만치 않은 수치다.

브로드컴은 주문형 반도체에 핵심 경쟁력을 지닌 기업으로 어플리케이션 집적회로를 생산한다. 회사는 2023년까지 50달러대였던 주가가 160달러대까지 뛰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AMD는 엔비디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업체다.

지난 25일 종가 기준 세 기업 중 엔비디아는 전일 대비 4.18% 내린 136.02달러에 하락 마감했다. 반면 브로드컴은 0.36% 오른 164.82달러에, AMD는 2.01% 오른 141.13달러에 상승 마감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는 기저 효과가 없을뿐더러 높아진 기대감에 이익 증가율이 떨어지는 건 당연할 수밖에 없다”며 “올해 질주한 엔비디아는 경쟁사와의 이익 격차가 이미 커진 상태기 때문에 내년엔 그 격차가 축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와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공약 등을 감안해 기업(제조업)과 가계의 체감경기 개선이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테크 섹터가 먼저 움직여도 S&P500 내 제조업 지수가 개선되면 자본재와 운송이, 소비심리지수가 반등하면 유통·소비자서비스·IT 업종에서 이익추정치 상향 조정과 높은 주가 수익률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