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GM, 포드 있는데 받아들일 수 없어”...보복관세 시사

중국, 트럼프 1기 때 인위적 위안화 절하...환율전쟁 예고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지명

지난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버지니아주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 참석했다. [AP]
지난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버지니아주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 참석했다. [AP]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멕시코·캐나다 등 3대 대미 수출국을 정조준한 관세 폭탄을 예고하면서 무역전쟁에 시동을 걸었다. 멕시코는 곧바로 보복 관세를 시사했고, 중국은 트럼프 1기 때처럼 환율 절하를 통해 관세 효과를 무디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향한 서한을 직접 읽었다. 그는 서한에서 “멕시코는 마약 펜타닐 유행을 막으려는 미국에 협력한다는 의지를 보여 왔다”며 “이민 현상이나 마약 문제 해결책은 위협이나 관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관세가 하나 부과되면 이에 대한 대응으로 또 다른 관세가 부과되고 결국 기업들을 위험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며 보복 관세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날 트럼프 당선인은 소셜미디어(SNS)에 취임 첫날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기한은 펜타닐 등 마약과 이민자 유입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로 못 박았다. 트럼프는 중국 마약이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며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해 다른 추가 관세에 더해 10% 관세를 더 부과하겠다”고도 밝혔다.

멕시코는 2018년 5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자국산 철강 등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자 미국산 철강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또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한 미국 중부 농촌 지역을 겨냥해 돼지고기, 사과, 치즈 등 미국 농축산물에 관세를 부과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80년 전 멕시코에 들어 온 제너럴모터스(GM), 포드는 멕시코의 주요 수출 기업이 됐다”며 “왜 미국 기업을 위험에 빠트릴 관세를 부과하느냐. 받아들일 수 없다”며 미 업체부터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캐나다의 경우 이민 문제에 대한 성과나 중국과의 무역관계 조정으로 트럼프 당선인과 ‘거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같은 날 하원에서 “우리는 당황하기보다는 캐나다 국민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건설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미국과의 전쟁은 누구도 원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세력을 키우고 있는 보수당 피에르 푸알리에브르가 집권할 경우 캐나다도 ‘보복 관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NYT는 “트뤼도 총리와 자유당은 캐나다에서 인기가 없고, 보수당의 압박을 받고 있다”며 “트럼프가 관세를 부과하면 보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과 북미 자유무역협정(USMCA)를 체결한 국가들로, 30년가량 미국과 무역 관계를 이어왔다. NYT는 “많은 외국 정부가 미국의 관세에 대응해 반격할 수 있는 미국 제품 목록을 작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경우 환율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1기 때인 2018년과 2019년 중국은 위안화를 전략적으로 평가절하해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방어했다. NYT는 “중국은 새로운 관세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를 보유하고 있다”며 “환율 전쟁이 시작될 수 있으며, 현실화할 경우 중국과 미국 모두가 위험하다”고 전망했다.

트럼프가 10% 추가 관세를 언급한 날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무역·관세 전쟁의 승자는 없다”며 “중국은 중미 경제 및 무역 협력이 본질적으로 상호 이익이 된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관세 예고와 함께 관세 정책을 실현할 인사도 발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사안에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가 제이미슨 그리어 변호사를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지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리어 변호사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당시 USTR 대표의 비서실장이었던 인물이다.

블룸버그는 “그리어 지명은 트럼프 경제 경책에서 관세가 핵심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