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60일간 일시 휴전에 전격 합의했다. 이번 휴전협상이 중동 지역 리스크를 완화할 지 관심이 쏠린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일시 휴전은 27일(현지시간) 오전 4시를 기해 발효된다.
하마스가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자 이튿날 이스라엘이 ‘철검 전쟁’을 선포하고 헤즈볼라 견제 차원에서 레바논 공습을 시작한지 416일만이다.
헤즈볼라는 휴전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헤즈볼라를 대리한 레바논 당국이 동의한 만큼 일단 예정된 시간에 맞춰 교전이 중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휴전 타결은 오랫동안 긴장감이 증폭돼온 중동 정세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하마스, 헤즈볼라, 그리고 예멘의 후티 반군 등 이란의 대리세력 ‘저항의 축’을 상대로 전선을 넓히며 강공 일변도로 전쟁을 수행해온 이스라엘이 이번 휴전을 신속하게 결단한 것도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이스라엘 안보내각이 휴전안을 승인한 직후 “가자지구 주민들은 지옥을 지나왔고, 너무나 많은 고통을 겪었다”라며 “이제 하마스의 유일한 탈출구는 인질을 석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수일간 미국은 튀르키예, 이집트, 카타르엘, 이스라엘 등과 함께 가자에서 휴전을 이루고 하마스가 가자를 통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인질들이 풀려나도록 다시 한 번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레바논 휴전 논의를 가리켜 “가자지구의 갈등을 종식하는 데에도 매우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보였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다면전’을 이끌어온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태도에는 미국과 온도차가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밤 영상 연설에서 레바논 휴전을 받아들이는 이유가 “첫 번째는 이란의 위협에 집중하기 위해서, 두 번째로는 우리 군에 휴식을 주고 (무기) 재고를 보충하기 위해서”라고 언급했다.
또 “세번째로는 전선을 분리해 하마스를 고립시키려는 것”이라며 “우리는 인질 석방이라는 성스러운 임무 달성을 위해 하마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겠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영구적인 갈등 종식을 바라는 것과 달리 이스라엘이 언제든 전투를 재개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이는 네타냐후 총리 주변의 정치적 환경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지난 21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쟁범죄 혐의로 네타냐후 총리 등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국제적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를 미국이 물밑에서 압박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한 이스라엘 관리는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행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이스라엘을 처벌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휴전을 지지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내부적으로도 휴전 논의 과정에서 반발이 일었다.
전날 연립정부 구성원인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헤즈볼라를 제거할 역사적일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반대 목소리를 냈고, 이날 온건파 정치인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도 “지금 병력을 물리면 우리에게 불리한 역학구도가 만들어지고 헤즈볼라가 재건되기 쉬워진다”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매체 채널12의 전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스라엘 연정 지지자의 20%만이 이번 휴전 합의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반대 의견은 45%에 달했다.
공교롭게도 60일간의 일시휴전 막바지인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게 되는만큼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정권 교체시기에 맞춰 다음 수순을 궁리할 시간을 번 셈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시절 네타냐후 총리와 ‘브로맨스’ 관계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데다, 헤즈볼라의 뒷배 역할을 해 온 이란에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새 미국 행정부의 중동정책이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따라 전쟁 역학구도도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