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깜짝 강세에 은행 엔화 예금 감소세

엔선물·엔화 노출 ETF 순자산도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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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원·엔 재정환율이 가파르게 뛰자 ‘엔테크(엔화+재테크)’ 투자자들이 전방위적으로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이달 은행권에선 엔화예금 잔액이 줄어들고 주식시장에선 엔화에 연동돼 가격이 움직이는 ETF(상장지수펀드)의 순자산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엔화 강세가 가파르게 진행된 데다 이달 일본은행(BOJ)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균열이 생기면서 일부 환차익 매물이 시장에 풀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엔화예금 잔액은 1조147억엔(10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11월 말(1조1112억엔)과 비교해 열흘 만에 965억엔(8.7%) 급감했다. 특히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하루 사이에만 351억엔이 줄기도 했다. 올해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엔테크’ 열풍에 지난 6월 말 1조2929억엔까지 불어났다가 최근 엔화 가치가 뛰자 매도세가 강해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900원을 밑돌았던 엔화 가치는 이달 940원대로 크게 올랐다. 지난달 20일까지만 해도 895.25원에 그쳤던 원·엔이 50원 가까이 오르는 데는 20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 9일에는 957.07원까지 치솟아 지난 8월 5일 블랙먼데이 당시 기록한 964.6원 이후 최고치에 오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비상계엄부터 탄핵 사태까지 정치 불안이 이어지면서 원화값이 추락한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최진호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8월 엔화가 고점이었을 때는 엔화 자체가 강세인 영향이 컸지만, 지금은 원화 자체가 약세여서 환율이 올라갔다”면서 “단기 고점이라고 본 환차익 수요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시장에서도 환차익을 보려는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다. 엔화 예금처럼 엔화 가치가 오를 때 수익이 나는 ‘엔 선물 ETF’가 대표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코스콤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1일까지 ‘TIGER 일본엔선물 ETF’의 순자산은 84억800만원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 달 동안 기록한 수익률은 3.29% 수준이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가 3% 넘게 내린 것과 비교하면 대안 투자처로도 쏠쏠했던 셈이다. 엔화 노출 ETF 상품에도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같은 기간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엑티브(H)와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H)의 순자산도 각각 48억원, 67억원이 줄었다.

최근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추는 일본은행 내부 발언이 나오면서 엔화 매도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추가 금리인상이 엔화에 미칠 영향과 내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라는 변수 등을 고려했을 때 금리 인상 시점을 1월로 지연시킬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향후 주목할 만한 ‘엔테크’ 대안 투자처에 엔화 강세와 미국 주식 모두 베팅하는 상품을 꼽았다. 시장에선 마이너스금리 해제와 함께 엔화 가치가 치솟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간 엔화 환율 흐름은 예상과 달리 답답한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엔화 노출 미국 주식형 ETF는 환차익과 주가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3일 국내 증시에선 미국 대표지수인 스탠다드푸어스(S&P500)와 일본 엔화에 함께 투자할 수 있는 ETF가 상장되기도 했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환율은 일본의 정책기조, 미국의 금리인하 속도, 경기와 물가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예측해 투자하기 까다로운 자산”이라며 “S&P500과 같은 장기 우상향이 기대되는 자산과의 혼합투자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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