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 요청보다 헬기 국회 투입 40분 지연돼
수방사 헬기 R75 진입 보류하자 계엄사 승인
계엄사 구성 전 육군 제한구역 비행승인 ‘불법’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계엄군이 국회로 진입하던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 간 헬기 출동을 둘러싼 혼선이 결과적으로 계엄을 막은 한 요인이 됐다.
10일부터 11일 새벽까지 진행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는 육군 특수전사령부 예하 육군항공작전사령부의 계엄군 이송을 위한 UH-60P 출동을 둘러싼 정황이 일부 드러났다.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수방사는 계엄사와 특전사로부터 수도권 비행제한구역인 R75 공역 헬기 비행계획과 관련 “계엄사로부터 비행계획 접수된 바 없다”고 밝혔다.
수방사는 이어 “특전사 예하 특수작전항공단 602항공대대로부터 3일 오후 10시49분께 긴급비행계획을 유선으로 접수했다”며 “사전 계획되지 않은 헬기이기 때문에 지시에 의거해 승인을 보류했다”고 설명했다.
비행제한구역 헬기 비행계획은 합동방공작전통제소로부터 받아 수방사가 승인한다.
김세운(육군 대령) 특수작전항공단장은 국회 국방위에서 수방사가 승인을 보류해 헬기 투입이 늦어졌느냐는 부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후 수방사는 조종래(육군 소장)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장에게 별도로 연락해 R75 공역 헬기 비행 승인을 받았다.
이와 관련 수방사는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에게 안보폰으로 승인을 건의했다”며 “차후 정보작전참모부장이 안보폰으로 3일 오후 11시31분께 R75 진입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결국 계엄군을 실은 12대의 UH-60P는 같은 날 오후 11시43분께 비행제한구역인 R75로 첫 진입해 국회로 향했다.
애초 특전사가 요청한 이날 오후 10시49분께부터 약 40분 지난 시점이었다.
곽종근 특전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4일 0시30분부터 0시40분 사이에 전화를 걸어와 “의결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계엄사와 수방사 간 헬기 출동을 둘러싼 혼선이 없었더라면 계엄군이 보다 빠른 시점에 국회 진입에 성공했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12·3 비상계엄 사태는 지금과 전연 다른 판으로 흘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이진우(육군 중장) 수방사령관은 “당시 현장에서 작전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이 사령관은 “R75는 평상시 제 명의로 통제하고 승인받지 않으면 들어올 수 없다”며 “사전에 협조되지 않았기 때문에 통제하고 있었는데 당시 계엄령이 선포돼 R75 권한 통제는 수방사령관이 아닌 계엄사령관에게 있었다”고 설명했다.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육군 대장) 육군참모총장은 “당시 지휘통제실에서 논의하는 상황에서 정보작전참모부장이 전화를 걸어와 수방사 지역으로 이동하는 항공기가 있다고 했다”며 “그 항공기가 어디서 떠서 어디로 가는지 도착지가 어딘지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박 총장은 이어 “작전이 막 전개되고 C4I(전술지휘통제자동화체계)가 없는 상태에서 긴급상황이라 들어가는 헬기인가보다 하고 ‘알았다’고 얘기해 승인돼 내려간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계엄령이 선포된 상황에서 특전사가 수방사에 헬기 비행 승인을 요청했지만 계획에 없었기 때문에 일단 보류시켰고, 수방사가 이후 조 부장에게 승인을 건의하고 다시 박 총장을 거쳐 최종 승인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다만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조 부장이 아직 계엄사 소속으로 인사명령을 받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수방사가 아닌 육군본부 소속으로 헬기의 비행제한구역 진입을 허용한 것은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부 의원은 “계엄사가 아직 꾸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육군에 지시한 것부터가 불법”이라며 “법적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총장은 “현재로서는 그런데 그 때는…”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실제 박 총장이 계엄사 참모진 구성을 위해 계룡대 육군본부에 있는 참모부장들에게 서울로 올라오라고 지시한 것은 4일 오전 3시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