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기자, 몇 시간만에 ‘유령 총’ 만들어
3D프린터로 쉽게 제작...CEO 살인사건에 사용
범죄 사용된 유령 총만 2만개…추적 힘들어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인 유나이티드헬스케어 최고경영자(CEO) 총격 사건에 ‘유령 총’이 사용되면서 유령 총 규제 논의가 재점화하고 있다. 3D 프린터로 제작된 유령 총은 일련번호가 없어 추적이 어려워 미국 사회에 새로운 불안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날 뉴욕 경찰은 유나이티드헬스그룹 보험 부문 대표 브라이언 톰슨을 살해한 혐의로 루이지 만조니(26)를 체포했다. 뉴욕경찰은 만조니가 체포 당시 3D프린터로 제작된 9㎜ 권총과 소음기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조셉 케니 뉴욕경찰 형사과장은 “총격 사건에 사용된 무기가 소위 ‘유령 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만조니의 ‘유령 총’ 보니 “글록 권총과 유사”
만조니는 3D프린터로 총기 일부를 제작하고, 모자란 부품은 직접 구매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기 관련 비영리단체인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의 코디 윌슨 이사는 WSJ에 “압수된 총기 사진을 보면 글록 권총을 변형한 것으로 보인다”며 “총기 프레임은 3D 프린터로 제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글록 권총은 미국 내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총기 유형이다.
또한 그는 “총열(탄환이 지나가는 철관) 등 부품은 온라인이나 총기 전시회 등 합법적인 경로로 구매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유령 총은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의 사회문제로 급부상했다. 일반적으로 유령 총은 만조니 사례와 같이 3D 프린터로 겉모습을 제작하고, 부품을 구해 조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총기 조립에는 기술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X(엑스, 옛 트위터)나 레딧(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쉽게 총기 조립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WSJ 기자가 실제 3D프린터로 총기를 제작해 보니 클릭 몇 번만으로 총이 만들어졌다며 “PC로 몇 시간 만에 유령 총을 제작할 수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렇게 인쇄된 총은 부품만 구하면 실제 작동이 가능하다. BBC도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는 총기 조립 방법으로 부품을 따라하면 1시간도 채 안 돼 작동 가능한 총기를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추적 어려운 ‘유령 총’...미국 사회 골칫거리
유령 총은 일련번호가 없어 추적이 어려운 까닭에 범죄 사건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유령 총을 포함해 일련번호가 없는 총기 2만3000개가 범죄 현장에서 회수됐다.
총기와 폭발물을 단속하는 ATF가 2022년 공개한 자료에서는 범죄에 사용된 유령총이 2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과 비교했을 때 10배가량 증가한 수치라고 BBC는 전했다.
유령 총이 사용된 대표적인 사건은 2019년 로스엔젤레스 소거스 고등학교 총격 사건이다. 해당 사건으로 학생 2명과 학부모 3명이 다쳤고, 용의자인 네이선 버로우는 자신에게 총을 쏴 사망했다. 2017년 캘리포니아 주민이 이웃 5명을 살해한 사건에서도 3D프린터로 제작된 반자동 소총이 사용됐다.
제이크 컴버 캘리포니아 경찰은 WSJ에 “매주 유령 총을 본다”며 “최근에는 유령총의 위력에 상당히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에 들어서 유령 총을 단속하고 있지만 모든 주(州)가 유령총을 금지하는 건 아니라서 단속도 쉽지 않다.
현재 캘리포니아와 뉴욕을 포함한 12개 주에서 자체 제작 총기를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오리건주와 콜로라도주에서는 추적이 불가능하더라도 개인적인 용도로 사체 총을 제작하는 걸 허가하고 있어 주마다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