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s Choice]는 우리의 언어로 기록하고, 우리의 시선으로 해석하는 ‘진짜’ 20대 이야기를 다룹니다.
[헤럴드랩] 팝, R&B, 록, 발라드 등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일본의 ‘괴물 신인’ 싱어송라이터 Vaundy(이하 바운디).
올 9월, 드디어 내한 소식을 알리며 티켓 예매 오픈 첫날 전 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했습니다.
이 같은 인기를 보여주듯, “바운디 때문에 J-팝에 입문했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데요. 어느새 그의 곡들은 일본 음악의 ‘등용문’이 됐습니다.
바운디를 처음 접하는 분들은 어떤 곡부터 들어봐야 할까요.
현재 가장 사랑받고 있는 바운디의 ‘대중픽(마니아층이 아닌 대중에게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작품이나 콘텐츠)’ 5곡을 뽑아봤습니다.
괴수의 꽃노래(怪獣の花唄)
(strobo, 2020)
怪獣の花唄 / Vaundy : MUSIC VIDEO
落おちてく過去かこは鮮明せんめいで
떨어져 가는 과거는 선명하고
見みせたい未来みらいは繊細せんさいで
보여주고 싶은 미래는 섬세해서
すぎてく日々ひびには鈍感どんかんな君きみへ
흘러가는 나날에는 둔감한 너에게
일본 드라마 「나의 살의가 사랑을 했다」의 주제가로 쓰인 이 노래.
예전에는 짝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꽃잎을 한 장씩 떼어내며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는다”를 번갈아 외치는 꽃 점을 치곤 했죠. 로맨스 드라마에 클리셰로도 자주 등장했던 요소인데요.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 노래는 이러한 ‘꽃 점’을 사랑에 빗대어 풀어낸 곡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꽃 점을 치는 이유인데요. 상대방의 마음도, 두 사람의 미래도 확신할 수 없기에 작은 꽃잎 하나에라도 답을 구해보는 것이죠. 노래 속 화자 역시 “사랑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라고 물으며 두 사람의 앞날을 궁금해합니다. 그러면서도 그 끝에서 바라는 것은 의외로 소박합니다. “시시한 이야기를 둘이서 하자”고 말하죠.
이러한 대비는 “우리의 천년의 사랑은 맞장구 하나에 꺾이는 꽃과 같아”라는 가사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천년의 사랑’이라고 하면 좀처럼 변하지 않는 단단하고 영원한 사랑을 떠올리기 마련인데요. 바운디는 오히려 이를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쉽게 꺾일 수 있는 꽃에 비유합니다. 영원한 사랑을 꿈꾸면서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연약하고 위태로운지를 알고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노래의 마지막에 이르러 가사가 조금 달라집니다. ‘맞장구 하나에 꺾이는 꽃’이었던 두 사람의 사랑이 이번에는 ‘맞장구 하나에 피어나는 꽃’이 됩니다. 같은 말과 행동 하나가 사랑을 꺾어버릴 수도, 반대로 다시 피어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어쩌면 바운디가 말하는 ‘시시한 사랑’이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맞장구를 쳐주는 아주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나 봅니다.
그래서인지 이 노래에서 말하는 ‘천년의 사랑’은 변하고 흔들리더라도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 싶다는 소망인 것 같습니다. 천 년 후에도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고, 꽃잎을 뜯으며 함께 웃고 싶은 마음. 미래를 알 수 없어 꽃 점을 치면서도 결국 그 미래에 상대방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야말로 이 노래가 이야기하는 사랑이 아닐까요.
꽃점(花占い)
(replica, 2021)
花占い / Vaundy:MUSIC VIDEO
僕ぼくたちは1000年後ねんごもまだ
우리들은 천 년 후에도 아직
同おなじようにちぎってまた
똑같이 맹세하고 다시
笑わらっていたいよね
웃으며 있고 싶네
2022년 ‘홍백가합전’ 무대를 계기로 본격적인 역주행을 시작한 이 곡은, 바운디의 대표곡으로 가장 먼저 언급될 법한 곡입니다. 이후 일본 노래방 차트에서도 장기간 최상위권을 기록할 만큼 세대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 곡이 된 이 노래. 애초부터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라이브를 염두에 두고 만든 곡인 만큼, 공연장에서 듣는 ‘괴수의 꽃노래’는 유독 강한 에너지를 자랑하곤 합니다.
이 곡에는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제목은 ‘괴수의 꽃노래’이지만, 정작 가사에서는 계속해서 ‘괴수의 노래’가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바운디 역시 두 노래는 서로 다른 것이라고 직접 밝힌 바 있는데요. 그의 설명에 따르면 ‘괴수의 노래’를 부르던 사람이 따로 존재하고, 그 모습을 기억하는 또 다른 사람이 시간이 흐른 뒤 따라 부르는 노래가 바로 ‘괴수의 꽃노래’입니다.
즉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곡 자체가 누군가의 노래를 기억하며 다시 부르는 ‘기억의 노래’인 셈입니다. 이를 두고 팬들 사이에서는 곡의 해석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떨어져 가는 과거는 선명하고, 보여주고 싶은 미래는 섬세하다”라는 가사가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우리는 대개 미래를 향해 살아가지만, 정작 힘들 때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것은 지나간 어느 순간의 기억일 때가 있습니다. 이러한 ‘기억’은 가사 전반에서도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떠오르는 것은 너의 노래, 대화보다도 선명해”라는 구절처럼, 생각해 보면 오래된 기억은 참 묘합니다.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았던 목소리나 표정, 함께 듣던 노래 하나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도 유독 선명하게 떠오르곤 하죠. 이 곡에서 화자에게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너의 노래’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모두 좋았던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때 들었던 노래를 다시 부를 수는 있죠. 그래서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벅찬 감정이 먼저 밀려옵니다. 누군가와 함께했던 시간은 끝날 수 있어도, 남겨진 기억만큼은 계속해서 다음을 살아가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두근거림(Tokimeki)
(Tokimeki, 2021)
Tokimeki / Vaundy:MUSIC VIDEO
涙流して笑えばいいさ
눈물 흘려보내고 웃으면 되는 거야
見えぬ未来も
보이지 않는 미래도
悪くはないぜ
나쁘진 않잖아
설렘이란 무엇일까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때의 두근거림? 처음 가보는 곳을 향할 때의 기대감?
제목인 ‘Tokimeki(ときめき)’는 일본어로 마음이 두근거리거나 설레는 감정을 뜻하는데요. 이 곡에서는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며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하나의 ‘마법’로 구현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마법이 마냥 행복한 순간에만 찾아오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노래에는 ‘누군가의 눈물이 떨어지는 소리’, ‘끊이지 않는 슬픔’처럼 밝은 멜로디와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들이 등장합니다. 그러면서도 “눈물을 흘리며 웃으면 돼”, “보이지 않는 미래도 나쁘지는 않아”라고 말하죠. 슬픔이 사라져야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울면서도 웃고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움직이는 것 자체가 삶의 설렘일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특히 “끊이지 않는 슬픔은 점이 되어 선을 그리고 있는 것 같아”라는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하나하나 떨어져 있던 슬픔의 순간들이 이어져 하나의 선이 되고, 그 선이 결국 자신을 움직이게 만든다고 표현하는데요. 지나고 보면 울고 흔들렸던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단단한 나를 만들고, 또 다음으로 나아가게 하기 때문입니다.
뮤직비디오 역시 이러한 ‘마법’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풀어냈습니다. 연출을 맡은 니노미야 켄 감독은 바운디가 그려낸 설렘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오즈의 마법사」를 떠올렸다고 밝혔는데요.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모험처럼, 알 수 없는 미래를 두려워하기보다 그 자체를 즐겨보라는 곡의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곡이 그려내는 ‘설렘의 마법’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고 싶다면, 뮤직비디오도 함께 감상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설렘은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확신에서 오는 감정일까요.
오히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미지의 두근거림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품하고 있을 틈 따윈 없어”라며 지금 이 순간을 즐기라 외치는 이 노래. 불확실한 내일조차 조금은 기대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제목 그대로 ‘Tokimeki’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은 마법 같은 곡인 것 같네요.
무희(踊り子)
(Odoriko, 2021)
【第75回NHK紅白歌合戦 歌唱曲】踊り子 / Vaundy:MUSIC VIDEO
時代じだいに乗のって僕ぼくたちは
시대에 올라타고 우리는
変かわらず愛あいに生いきるだろう
변치 않고 사랑하며 살아가겠지
僕ぼくらが散ちって残のこるのは
우리가 흩어지고 남게 되는 것은
変かわらぬ愛あいの歌うたなんだろうな
변치 않는 사랑의 노래겠지
이 곡은 아마 바운디의 곡 중 가장 유명한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스타그램 릴스에서는 24만 건 이상 인용되며 여러 차례 입소문을 일으켰고, 국내에서는 걸그룹 뉴진스(NewJeans) 멤버 민지의 커버 영상이 화제를 모으며 더욱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습니다.
제목인 ‘무희(踊り子)’는 춤추는 것을 업으로 삼는 여성을 뜻합니다. 제목에 걸맞게 뮤직비디오에는 일본의 배우 코마츠 나나가 무희로 등장하는데요. 정해진 목적지 없이 이곳저곳을 떠돌며 자유롭게 춤추는 모습은 곡이 지닌 몽환적이고 유영하는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노래에서는 “돌기 시작한 너와 나의 미래가 어디선가 멈춰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이라는 구절이 나오는데요. 이 부분에서 이 곡의 정체성과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듯합니다. 이미 끝나버렸거나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관계임을 알면서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 그 미련과 후회가 이 곡 전반에 은은하게 스며 있습니다.
이 곡이 특별한 이유는 그 감정을 절절하고 슬프게 표현하기보다는 마치 꿈을 꾸듯 표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인지 여느 이별 노래와는 달리, 듣고 있으면 묘하게 아련하고 따뜻한 느낌이 나기도 하죠. 특히 “우리가 흩어지고 남는 것은 변치 않는 사랑의 노래”라는 가사에서는 끝난 사랑마저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겨두고 싶어 하는 마음이 엿보입니다. 결국 이 노래는 사랑의 끝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사랑이 남긴 온기만큼은 노래에 남아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사랑 감기에 실려(恋風邪にのせて)
(Koikaze ni Nosete, 2022)
恋風邪にのせて / Vaundy:MUSIC VIDEO
くだらない愛あいで
형편없는 사랑을 하며
僕ぼくたちはいつも笑わらっている
우리는 항상 웃고 있어
思おもい出だす日々ひびが
떠오르는 나날이
僕ぼくたちを悲かなしませるの
우리를 슬프게 하네
이 곡은 바운디(Vaundy) 본인의 말에 따르면, 1990년대 J-POP 특유의 사운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보고자 한 시도에서 출발한 곡입니다. 그래서인지 기존 바운디의 음악과는 또 다른 결을 느낄 수 있는데요. 실제로 이 노래는 일본의 인기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늑대에게는 속지 않아」의 주제곡으로 사용되며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제목에 담긴 일본어 특유의 언어유희입니다. 곡명인 ‘恋風邪にのせて(사랑 감기에 실려)’에는 일본어 특유의 언어유희가 담겨 있습니다. ‘恋風(사랑의 바람)’과 ‘風邪(감기)’, 그리고 ‘風にのせて(바람에 실어)’가 모두 ‘카제(かぜ)’라는 발음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착안한 제목인데요. 바운디는 이를 통해 사랑이 바람처럼 스며들어 어느새 감기처럼 깊게 번져 버리는 순간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감기와 사랑은 꽤 닮았습니다. 감기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 순간 걸려 있는 경우가 많죠. 처음에는 조금 몸이 이상한 정도에서 시작하지만 정신 차려보면 열이 나고 이미 깊이 감기에 걸려 있곤 합니다. 사랑도 그렇죠. 서로를 의식하면서도 그게 사랑인지 확신하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깊이 사랑에 빠져있음을 자각하곤 합니다.
이러한 감정의 변화는 가사에서도 섬세하게 드러납니다. 노래 속에는 ‘눈을 피하며’, ‘눈을 부릅뜨며’, ‘눈을 마주 보며’라는 세 번의 시선이 등장하는데요. 이는 사랑을 의식하고, 그 감정을 자각하고, 마침내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순간을 순서대로 그려낸 듯합니다.
이후에는 사소한 것도 서로 나누는 별거 없는 사랑을 하고, “떠오르는 나날이 우리를 슬프게 하네”라는 문장처럼 언젠가 있을 이별에 혼자 슬퍼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노래가 끝난 뒤에도 우리는 한동안, 누군가를 처음 좋아하게 되었던 순간을 떠올리게 되나 봅니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음악과 폭발적인 라이브로 자신만의 색을 만들어 온 바운디.
어느덧 9월 내한 공연도 성큼 다가오고 있는데요. 저물어가는 여름 속에서, 오늘 소개한 다섯 곡과 함께 바운디의 음악에 한발 먼저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By 김주연 콘텐츠 오퍼레이터
Editing 민상식 기자
mss@heraldcorp.com
![아버지의 교육법 [‘오늘’에 대한 우리 이야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15/news-p.v1.20260915.f95fd6979c5f4159aff93bd9b2abc5ce_T1.png?type=h&h=240)
![AI시장, 세 갈래로 쪼개지고 있다 [크리스티안 카탈리니]](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15/news-p.v1.20260907.8ed9fae727594c6ca55000451575987b_T1.png?type=h&h=240)
![“아름다움 자체가 기능…디자인의 새로운 관점 제시해야” [헤럴드 디자인라운지 2026]](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15/news-p.v1.20260915.7b070257b67742109ce3253032362a11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