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유예 신청 1년 연장…갱신계약도 포함

세제개편 맞춰 ‘매도 여건’ 조성…매물 출회 유도

세입자 퇴거 불안 덜었지만, 신규 공급 감소 우려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강남·서초 일대의 아파트 단지의 모습. 윤창빈 기자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강남·서초 일대의 아파트 단지의 모습. 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정부가 무주택자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내 ‘세 낀 집’ 매수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실거주 유예 조치를 내년 말까지 연장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임대차 갱신계약까지 포함되면서 매물 출회가 늘고 거래 절벽 수준이었던 서울 주택 매매시장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다주택자 매물이 실거주 목적의 무주택자에게 넘어가 민간 임대 물량이 줄어드는 데다 세입자의 갱신권 사용으로 신규 전월세 매물 공급이 급감해 단기적으로 전세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31일까지였던 실거주 유예 신청 기한이 내년 12월 31일까지 1년 연장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부터 무주택자가 토허구역 내 주택을 매수할 때 기존 임차인의 계약 잔여 기간까지 입주를 미룰 수 있도록 실거주 의무를 한시 유예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실거주 유예 연장 조치에는 기존 임대차 계약 잔여기간뿐 아니라, 임차인의 갱신계약(1회·최대 2년)까지 유예 대상으로 포함됐다. 이에 따라 무주택 매수자는 연장 조치 시행일인 오는 10월 1일로부터 최대 3년 3개월(신청기간 15개월+갱신 24개월) 유예를 인정받아 2029년까지 실입주 시점을 미룰 수 있게 됐다.

다만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매수자는 실거주 유예 조치가 발표된 지난 5월 12일부터 계속 무주택을 유지한 사람으로 한정하며, 임대차 계약 종료 후에는 반드시 실입주해 2년간 거주하도록 했다.

“‘팔 수 있는 여건’ 넓힌 보완책…내년까지 매물 출회 증가할 것”

정부가 지난 5월 유예 조치를 발표한 지 넉 달 만에 또다시 보완책을 내놓은 건 8·3 세제개편안에 따른 다주택·고가주택 보유자의 절세 매물 출회 제약을 선제적으로 해소해 공급 물꼬를 터주겠다는 취지다.

세제개편안에는 2028년부터 1세대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 거주 요건을 대폭 강화하고 공제 한도를 신설하는 한편, 2027~2028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한시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내년까지 다주택·고가주택 매물 출회를 유도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반영됐으나, 기존 실거주 유예 신청 기한이 올해 말로 제한돼 세 낀 집 거래가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추가 보완책을 제시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세제개편안으로 보유세나 향후 양도소득세 부담을 고려해 매도를 검토하는 집주인이 늘어날 수 있지만, 토허구역에서는 세입자가 거주하는 주택이 실제 거래로 연결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며 “세제개편안이 ‘팔 이유’를 만들었다면, 이번 (실거주 유예 연장) 조치는 ‘팔 수 있는 여건’을 넓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
지난 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

세 낀 집 거래 제약이 해소됨에 따라 시장에서는 절세 매물 출회가 늘고 거래도 일정 부분 회복될 수 있다는 공통된 관측이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올해 연말 이후 막혀 있던 ‘임차인 있는 주택’의 거래 문턱을 낮춘 것이기 때문에 거래 가능한 매물이 내년에도 일부 늘어날 가능성이 열렸다”며 “특히 내년 규제지역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요율 인하와 양도세 장특공제 개편안이 확정되면 매물 증가나 거래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어 “전세를 끼고 있는 주택 가운데 가격이나 입지가 좋아도 실거주 요건 때문에 거래가 어려울 수 있는 매물의 시장 참여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매도자 입장에서는 잠재적 매수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매물 회수보다는 매도를 검토할 유인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양 전문위원 또한 “실수요 중심의 거래 정상화와 시장 유동성 개선에 초점을 둔 조치”라며 “서울처럼 임차인이 거주 중인 매물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단기적으로 거래 가능한 매물 확대와 거래량 회복에 일정 부분 이바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무주택 매수자 입장에선 사실상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가능해진 만큼 내년 말까지 매수를 서두르려는 막차 수요가 집중돼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내년에 매물은 일부 늘어날 수 있지만 오히려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며 “(자금 조달을 위한) 3년 넘는 기간이 주어지면서 막판 매수세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양 전문위원도 “가격 영향은 양면적”이라며 “매물이 늘어나는 것은 가격 상승 압력을 낮추는 요인이지만, 동시에 무주택자가 선호단지를 미리 매입할 수 있게 되면서 매수 수요도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세입자 퇴거 불안 완화…장기적으로는 전월세 물량 감소 우려”

임대차 시장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주거 안정 효과, 장기적으로는 공급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교차한다. 기존 임차인은 갱신 계약을 통해 추가 거주 기간을 보장받아 당장의 퇴거 불안을 덜 수 있지만, 재계약 수요가 높아지며 신규 전월세 매물 출회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함 랩장은 “종전엔 토허구역 내 임대주택을 매수할 경우 매수자의 실거주를 위해 임차인의 갱신권을 제한했지만, 이번 조치는 1회, 최대 2년의 갱신계약까지 인정함으로써 임차인의 거주 안정성을 높였다”며 “단기적으로는 전세 매물이 일부 줄어드는 것을 막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양 전문위원도 “전세 매물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세입자의 불필요한 이동과 전세시장 불안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달 서울 성동구 응봉산 전망대에서 한 시민이 강남 아파트 단지를 살펴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지난달 서울 성동구 응봉산 전망대에서 한 시민이 강남 아파트 단지를 살펴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반면 송 대표는 “실거주 유예 연장으로 인해 매매가 증가한다고 해서 전세 매물량이 추가로 늘어나는 게 아니다”며 “갱신계약도 유예 대상이 되면서 기존 세입자는 최대한 버티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임대차 불안은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보완책으로 인해 내년까지 절세 매물을 시장에 내놓을 주체가 주로 다주택자라는 점도 장기적인 임대차 시장 불안 요소로 꼽힌다. 이들이 보유한 세 낀 집이 실거주 목적의 무주택자에게 매도되면 기존에 전월세로 공급되던 민간 임대 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이번 조치로 인해) 임대사업자, 비거주주택자,다주택자의 매도 물량이 집중된다면, 전월세 매물 역시 동반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며 “현재 전월세 가격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함 랩장은 “2029년 등 장기적으로는 유예기간 종료 후 매수자의 실입주가 예정돼 있어 임대 물량이 계속 유지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이번 조치는 ‘전세 물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대책’으로 보기보다는 매매와 임대차 간 충돌을 완화하는 제도 보완책​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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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아이파크자이 84m2는 지난달 18일 20억6000만원, 청량리역롯데캐슬 SKY-L65가 21억4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877295

hwsh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