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범이냐 미수범이냐 논쟁 속
김용현 전 장관 기수로 기소 예정
내란수괴 지목 尹도 기수범 수순
12·3비상계엄을 일으킨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내란죄의 미수범이 아닌 기수범으로 기소될 예정인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검찰에서 사실상 ‘내란죄의 수괴(우두머리)’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 역시 내란혐의의 기수범으로 기소돼 법정에 설 것으로 확실시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남천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밤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 전 장관의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포고령을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고, 군 지휘관들에게 병력 투입을 지시한 김 전 장관을 구속영장에 우두머리가 아닌 종사자로 적시, 사실상 윤 대통령을 가장 ‘윗선’으로 간주했다.
형법 제87조는 대한민국 영토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경우 내란죄를 적용하도록 규정한다. 내란죄를 저지른 사람을 우두머리,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는 등 그 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 부화수행하거나 단순히 폭동에만 관여한 자로 구분해 처벌한다.
이 중 내란 수괴의 법정형은 사형·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인데, 윤 대통령의 내란죄를 장애미수(범죄의 실행에 착수 후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행위를 종료하지 못하였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않음)로 분류할 경우 무기징역·금고형이 10년 이상 50년 이하 형으로 감경될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이 김 전 장관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기수 적용방침을 확정했기 때문에, 우두머리인 윤 대통령에 대해서도 기수 혐의가 필연적으로 적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도 윤 대통령이 법정에서도 최종적으로 내란죄의 기수범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포고령 제1호 제6항을 제외하면 모두 국회와 지방의회를 포함한 정치, 언론, 의료, 노동자에 대해 헌법이 정한 권한과 기본권을 제한하며 계엄령이 대한민국 전역에 영향을 끼치는 것임을 알 수 있고, 국회는 대통령의 계엄권을 견제할 수 있는 헌법상 유일한 기관인데 본청에 유리창을 깨고 진입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발생했다는 점에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란죄는 상태범으로, 일정한 상태의 현상에 도달하면 그 자체로 기수가 된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순간 이미 기수인셈”이라며 “당초 의도와 달리 주요정치인 체포를 못했거나 회의 방해를 하지 못했다는 것은 양형사유로 작량감경요인이 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었냐가 논란인 거 같은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친위 쿠데타는 대통령이나 군주 등이 자신의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정적이나 견제하는 국가기관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그 자체로 자신의 안위를 위한 국헌문란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태호 경희대 법전원 교수도 “목적범은 목적을 가지고 행했다면 최종적인 성공·실패 여부와 상관 없이 행위가 있다면 당연히 기수”라며 “국회 작동을 막기 위해 윤 대통령이 군에 명령을 했고 작동을 했기 때문에 기수다. 미수가 되려면 지시를 했는데, 계엄군 자체가 움직이지 않은 정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군 투입이 계엄 선포 1시간 이후에나 이뤄졌고, 국회의 해제 요구를 대통령이 받아들였기 때문에 미수로 처벌받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전원 교수는 “‘국헌 문란 목적’이 인정된다는 전제 하에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미수라고 봐야한다. 국회의 권능 행사를 잠시라도 불가능하게 해야 하는데 그런 적이 없다”며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됐기 때문에 국회 기능이 멈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계엄군을 국회로 보내는 것은 실행 행위 착수일 뿐, 이 자체를 목적이 실현된 기수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윤호·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