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인 체제’ 가시화…진보 vs 중도·보수 4대5

정계선·마은혁·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 지명

정·마 후보자 진보, 조 후보자 중도·보수 평가

문형배·이미선 진보 성향 뚜렷

정형식 재판관 보수 성향

긴장감 도는 헌법재판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후 이틀 뒤인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지금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고 담화를 발표하면서 탄핵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친 한동훈계를 중심으로 탄핵 찬성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탄핵 가결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탄핵 찬성을 당론으로 제안했다. 이에 정치권 또한 국회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 절차에 들어가면서 2달 넘게 이어지던 ‘6인 체제’가 이르면 이달 말 완전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몫으로 지목된 후보자들인 만큼 윤석열 정부 들어 임명된 재판관들에 비해 정치적 색깔이 뚜렷하다는 평가다. 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김복형 재판관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재판관은 정형식 재판관이 유일하다.

▶정계선·마은혁 진보 vs 조한창 보수= 법조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55·사법연수원 27기)과 마은혁 서울서부지방법원 부장판사(61·연수원 29기)를, 국민의힘은 조한창(59·연수원 18기) 법무법인 도울 대표변호사에 대한 헌법재판관 선출안을 제출하고 인사청문특별위원회 구성을 마쳤다.

정 후보자는 2019년 진보적인 판사들의 학술연구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제9대 회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충주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한 것으로 유명하다. 정 후보자는 2018년 다스 횡령 및 삼성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장으로서 16개 혐의 중 7개를 유죄로 인정,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추징금 82억원을 선고했다.

마 후보자는 정 후보자보다도 더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대 노동법연구회, 법원 내 노동법 분야 연구회, 대법원 노동법 실무연구회에서 활동한 노동법 전문가다. 마 후보자는 2009년 국회에서 농성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동당 의원 보좌진들에게 ‘공소기각’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일었다. 이후 故(고) 노회찬 당시 진보신당 대표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30만원의 후원금을 낸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윤 정부 들어 3차례 대법관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지목으로 오는 27일 퇴임하는 김상환 대법관의 뒤를 이을 최종 후보 4인에 오르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조 후보자는 중도 또는 중도·보수에 가까운 인물이지만 정치적 신념이 강한 타입은 아니다”라고 평했다. 조 후보자의 아킬레스건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연루 의혹이다. 2015년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로 일하면서 통합진보당 사건, 서기호 전 의원의 판사 재임용 탈락 취소소송에 법원행정처 간부들의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다만 해당 사건으로 징계를 받거나 기소되지는 않았다.

▶진보4 vs 중도·보수5 헌재…비상계엄 위헌소원 심리 착수=3명의 후보자가 낙마하지 않고 헌법재판관이 되면 헌법재판소는 진보4 대 중도·보수5의 구도로 개편된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목한 재판관으로 헌재 내 대표적인 진보 인사다. 두 재판관은 사상 최초의 현직 검사 탄핵 사건이었던 안동완 검사 탄핵 심판에서 ‘탄핵’ 의견을 냈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 대체복무제 위헌 사건에서도 “복무 기관을 교정시설로 한정한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김형두·정정미·김복형 재판관은 중도·보수, 정형식 재판관은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다. 특히 정형식 재판관은 지난 2018년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회장의 항소심에서 1심의 실형 판결을 뒤집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헌법재판과 청문회에서도 “이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협박당한 피해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