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취임 후 첫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를 보나, 성장을 보나, 환율과 부동산을 보나 이번에 금리를 올릴 당위성에 대해 충분히 설득력 있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었다”고 했다. 기준 금리를 연 2.5%로 동결했지만 이번에 금리를 올릴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중동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와 환율 불안 등을 좀 더 지켜보기 위해 일단 동결했을 뿐, 금리 인상 방향을 명확히 했다고 봐야 한다.

신 총재는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이런 여러 요소를 관리하게 될 전망”이라고도 했다. 중동 사태 이후 국제유가와 환율 불안이 커진 데다 반도체 호황으로 성장세까지 예상보다 강해지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는 판단이다. 실제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올렸고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도 2.7%로 상향했다. 경기 부양보다 물가와 금융 안정 관리에 더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금융시장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코스피 상승세 속에 ‘빚투’ 열풍이 다시 거세지면서 5대 은행 신용대출은 한 달 새 3조원 가까이 늘었다. 금리 상단이 연 6%에 육박하는데도 대출 수요가 급증한 것은 시장 과열 신호로 볼 수밖에 없다. 상승장에 뒤처질 수 없다는 포모(FOMO) 심리까지 확산되면서 가계부채 위험도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1.7%의 ‘깜짝 성장’을 기록했지만 가계 실질소득 증가율은 0.4%에 그쳤다. 반도체 중심 성장의 온기가 아직 가계 전반으로 충분히 퍼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질소득 부진에는 고물가의 영향도 적지 않다. 월급이 다소 올라도 생활물가 상승 속도가 더 빠르면 국민의 실제 구매력은 제자리일 수밖에 없다. 결국 물가를 안정시키지 못하면 서민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신 총재는 삼성전자 성과급이 물가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도 했다. 높은 성과급이 구매력을 키우고 소비를 늘리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민들로선 경기 회복의 효과를 체감하기도 전에 물가 부담이 먼저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은이 긴축 신호를 켠 만큼 정부와 금융 당국도 정책 방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경기 둔화 우려 속에 각종 지원금과 경기 부양 정책에 무게를 둬 왔지만 이제는 물가와 금융 안정에 더 집중해야 한다. 과도한 유동성이 자산시장 과열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안정적으로 억제할 필요가 있다. 재정·금융 정책 역시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지 않는 방향으로 보다 신중하게 운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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