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농구, 12년 만에 아시아 정상 ‘재탈환’

이현중, 평균 득점 24점·9.7리바운드 기록

결승 당일 갑작스런 훈련 취소…‘결속 계기’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전 대한민국 대 일본의 경기.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전 대한민국 대 일본의 경기.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한국 남자 농구가 12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다시 올라섰다.

니콜라이스 마줄스(라트비아)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에서 개최국 일본을 67-57로 꺾었다.

이번 쾌거는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이자 통산 5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 기록이다. 해외에서 열린 대회 우승은 1982년 뉴델리 대회 이후 무려 44년 만이다.

한국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8강 탈락에 그치며 역대 최악인 7위로 대회를 마쳤다. 아시아 무대에서조차 입지가 흔들리자 대표팀은 사실상 새판짜기에 들어갔다. 그 중심엔 이현중 선수가 있었다.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전 대한민국 대 일본의 경기.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이현중을 비롯한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전 대한민국 대 일본의 경기.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이현중을 비롯한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

2000년생 이현중은 이번 대회에서 평균 24점과 9.7리바운드, 2.3스틸을 기록하며 각각 전체 2위에 올랐다. 특히 일본과의 결승에서는 양 팀 최다인 27점을 쏟아붓고 무려 18개의 리바운드를 걷어내며, 한국 농구의 새로운 기둥으로 우뚝 섰다.

이현중은 “금메달은 오늘, 내일까지만 기뻐하겠다”며 “아직 이룬 게 너무 없다. 월드컵과 올림픽 무대도 밟고 싶고 NBA 진출 등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직전 NBA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와 ‘이그지빗 10’ 계약을 맺은 이현중은 오는 26일 미국으로 건너가 다시 치열한 생존 경쟁에 뛰어든다.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전 대한민국 대 일본의 경기.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선수들이 마줄스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연합]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결승전 대한민국 대 일본의 경기.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선수들이 마줄스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연합]

이번 금메달은 한국이 귀화 선수 없이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아시아 주요 경쟁국들이 귀화 선수를 적극 활용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국제무대에 나설 때마다 선수 개인 기량의 열세를 절감해야 했다.

이에 한국은 특정 선수의 개인 능력이 아닌 조직력으로 약점을 메웠다. 이현중이 공격의 중심을 잡은 가운데 지난 시즌 KBL 최우수선수(MVP) 이정현이 외곽에서 힘을 보탰다. 주장 이승현과 맏형 장재석은 골 밑을 지켰고, 최준용은 토너먼트부터 합류해 힘을 더했다. 이우석과 문정현, 유기상, 변준형 등도 공수에서 제 몫을 했다.

여기에 여준석과 문유현, 2007년생 에디 다니엘 등 젊은 선수들도 경험을 쌓았다. 항저우 참패 이후 이현중을 중심으로 새롭게 짠 대표팀이 세대교체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셈이다.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시상식. 한국 이현중이 시상식 후 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시상식. 한국 이현중이 시상식 후 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

금메달을 지휘한 마줄스 감독에게도 이번 대회는 반전의 무대였다. 지난해 말 한국 남자 대표팀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으로 부임한 그는 아시안게임 직전까지 평가전 성적이 2승 6패에 그치며 리더십에 의심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는 정해진 패턴과 선수 전원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중시하는 이른바 ‘시스템 농구’를 고집했고, 그 끈기는 본 무대에서 결실을 봤다.

정상을 눈앞에 둔 마지막 날에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까지 발생했다. 일본과 결승전을 치르는 당일 오전, 대표팀을 훈련장으로 데려갈 차량이 아무런 설명 없이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한국은 결승전을 앞두고 예정했던 오전 훈련을 통째로 취소해야 했다.

황당함을 넘어 치밀어오른 분노는 오히려 결속력을 끌어올렸다. 주장 이승현은 “오전 훈련이 무산되면서 다들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지면 죽자’는 독기를 품고 경기에 임했다”며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제 2027 국제농구연맹(FIB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예선과 그 너머의 올림픽을 바라본다. 아시아 정상을 탈환했지만, 세계 무대로 눈을 돌리면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12년을 기다려 되찾은 아시아 정상. 마줄스 감독의 표현대로 한국 남자 농구에는 이 금메달이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이다.


yj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