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미술관서 첫 개최…팔레 드 도쿄와 공동 기획
‘방이있고모든라디오가각기다른주파수를향하고있다’
아시아 23명(팀) 63점 전시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서로 다른 소리와 주파수의 예술이 한공간에서 펼쳐진다.
호암미술관은 오는 12월 27일까지 2026 아트스펙트럼 ‘방이있고모든라디오가각기다른주파수를향하고있다’를 개최한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시각예술, 건축, 영화, 디자인, 음악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창작자 23명(팀)의 작품 63점을 통해 아시아 여러 지역의 예술적 실천, 다양한 감각과 시간성이 공명할 가능성을 탐색한다.
2001년 국내 신진 작가 발굴을 위해 시작된 아트스펙트럼은 올해 호암미술관으로 장소를 옮겼다. 호암미술관에서 젊은 작가들의 전시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현대미술 기관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와 공동으로 기획했다. 대담하고 실험적인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진 팔레 드 도쿄는 신진 작가나 실험적인 활동을 적극 지원해 왔다.
‘방이있고모든라디오가각기다른주파수를향하고있다’는 서로 다른 소리와 주파수로 가득한 한 공간을 환기한다. 그중 일부는 인식되지만, 일부는 감지할 수 없다. 흩어지는 주파수와 진동은 서로 중첩되며 예기치 않은 궤적을 만든다.
서로 다른 배경의 참여 작가들은 각자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도 서로의 경계로 스며든다.
출품작 중 26점은 호암미술관의 공간적 특성을 반영해 새롭게 제작된 커미션 작품이다.
먼저 미술관 내부 인포데스크 공간에서는 신도시와 대만의 웨이팅룸이 협업한 프로젝트 ‘교우’를 선보인다. 국경을 초월한 커뮤니티를 형성해 온 이들은 이번에 대만 그래피티 아티스트 노이(NOE)를 초청해 벽에 그림을 그리고, 아트숍 형태의 공간을 조성해 서브컬처 상품을 판매한다.
로비 입구에는 김지환, 민성식으로 구성된 dpgp78의 대형 벽화 ‘달빛 알러지’가 펼쳐진다. 로비 내부에서는 서브컬처의 언어와 역사를 참조해 온 사이드 코어의 4채널 영상 설치작을 만날 수 있다.
루오판 첸의 ‘숨 막히는’, ‘침윤(浸潤)’, ‘위험한 단면, ‘따가움’(2026)에서 예술과 노동의 관계에 주목하며, 전시 공간의 배후에서 이뤄지는 노동과 그 과정에서 축적되는 보이지 않는 위험을 작업의 주요한 주제로 다룬다. 무너져 내릴 듯한 거대한 집 구조물은 중국 노동 구조의 문제를 은유적으로 포착한다.
레나 부이는 ‘공기 No.3(2025)’, ‘강(2025)’, ‘빛으로(2025), ‘톱자국 2·4’(2018), ‘이터널 크레셴도 2’(2026, 커미션 신작) 등 회화에서 역사와 기억, 물질과 감각, 생태와 문명이 교차하는 시적 풍경을 펼쳐 보인다.
인도네시아 작가 엘리아 누르비스타는 팜유 산업과 글로벌 경제의 복잡한 관계를 담은 영상 ‘플랜테이션 비극’(2026)과 바틱 구조물 ‘플랜테이션 코스몰로지’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세 명의 회화 작가가 포함된다. 박웅규는 ‘새 몸’(2026), ‘스물 네번째 몸’(2026), ‘스물 다섯번째 몸’(2026) 등 성스러움과 혐오가 공존하는 신작 회화를 걸었다.
이번 전시의 유일한 프랑스 작가 이브라힘 메이테 시켈리는 혼종적 정체성과 아시아 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을 녹여낸 ‘누가 그들로부터 세상을 구할 것인가?’(2025), ‘창세기’(2026), ‘창세 전에’(2026) 등을 출품했다.
조각과 설치 영역에서는 최리아가 질료와 형태의 간극을 탐구하는 ‘언덕들’(2026), ‘기둥의 기둥’(2026), ‘웰컴 펜스’(2026)를 내놨다. 작품은 전시장의 면을 나누고 공간을 가로지르며 관람객이 작품을 바라보는 위치와 이동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이동현은 신체와 배관 구조, 빛과 연기를 결합해 전시 공간을 사회적 신체로 전환한 ‘잠자는 어미 원숭이’, ‘매달린 아기 원숭이’(2026)를 선보인다.
전시는 야외로도 확장된다. 주차장 건물 옥상에 설치된 사이드 코어의 ‘타임 게이트’는 인프라와 자연, 기능과 사색 사이의 경계에 새로운 시공간을 여는 관문처럼 자리한다.
레이첼 윤의 키네틱 인공 야자수 ‘퍼레이드 파라디 II’는 진짜 나무로 둘러싸인 자연 환경에 놓이며 진본성과 인공성에 대한 긴장을 형성한다. 기이한 낙원의 편린은 유포리아와 불안이 교차하는 감각을 불러일으키며 디아스포라적 정체성을 환기한다.
요코야마 유이치의 대표작 ‘플라자’(2019)의 일부는 미술관 외벽을 감싸며, ‘정원’(2007)의 이미지는 9월 한 달간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을 오가는 셔틀버스에 래핑돼 전시를 이동하는 풍경으로 확장한다.
호암 카페 상부 정원에는 아트스펙트럼 최초의 건축 프로젝트인 야마다 스즈코의 ‘매달린 달’(2026)이 설치된다. 8m 지름의 거대한 반구형 캐노피를 매단 작업은 장소의 중력을 새롭게 인식하게 하며, 관람객이 아래에서 휴식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제공한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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