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후베이성 우한대 의대 나온 女 의사
찐빵 가게에서 발견한 일하는 즐거움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20년 넘게 의사로 일한 중국의 40대 여성이 돌연 의사직을 관두고 찐빵 집을 차린 사연이 전해졌다. 그는 “너무 행복해서 일을 멈출 수 없다”라며 현직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22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중국 창장일보 등에 따르면 48세 둥민씨는 2023년 후베이성 우한에서 찐빵 가게를 열어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그가 20년 경력의 의사 출신이었기 때문.
1999년 우한대 의대를 졸업한 둥 씨는 선전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근무하다 우한으로 돌아와 모친이 운영하는 개인 병원에서 일했다. 이후 모친이 은퇴하자 모녀는 고향인 후베이성 톈먼으로 주거지를 옮겼고, 둥 씨는 그 곳에서 소규모 지역 병원을 차려 대표이자 의사로서의 삶을 이어갔다.
문제는 의사로서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했다는 것이다.
둥 씨는 “환자를 진료하는 일 외에도 각종 정부 기관의 잦은 점검에 대응해야 하는 등 비의료적인 업무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했다”라며 “잘 알다시피 중국에서 환자와 의사의 관계는 종종 긴장을 이루고, 의료 분쟁이 발생하면 병원의 법적 대표자인 제가 모든 책임을 져야 했다”고 토로했다.
찐빵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23년 친구의 가족이 비슷한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서였다. 처음에는 찐빵 가게에 투자만 했으나 요리사가 갑작스럽게 일을 그만 두자 직접 운영에 뛰어들게 됐다.
찐빵 빚는 기술까지 익히면서 둥 씨는 열정과 즐거움을 발견했다.
결국 둥 씨는 찐빵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의사직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
전통적으로 ‘번듯하고 존경받는’ 의사직을 관두겠다고 하니 처음엔 가족들이 반대했다.
둥 씨는 가족들에게 “거의 50세가 되었고 많은 경험을 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다. 그저 내가 사랑하는 삶, 내 자신을 위한 삶을 살고 싶을 뿐이다”라고 설득했다. 차츰 모친과 형제들도 그를 지지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가끔 가게 일도 돕는 우군이 됐다.
둥 씨는 현재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면서도 의사 일을 할 때 느꼈던 심리적 압박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인생에 정해진 답은 없다. 변화를 시도하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며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찐빵 가게를 계속 운영하고 싶다”고 했다.
중국에선 과도한 환자 수, 무거운 행정 업무 부담을 견디지 못한 의사들이 보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직업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24년에는 저장성 이우의 한 대형 병원 임상병리실에서 13년 근무한 의사가 길거리에서 간식 노점을 차리고자 사직한 사례가 화제가 된 적도 있다. 당시 그는 노점 운영으로 얻는 수입이 월 1만 위안(202만원) 미만이었던 의사 급여 보다 훨씬 많다고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한편 중국에선 인공지능(AI)과 로봇 같은 공대 열풍이 불면서 의대 인기는 하락하고 있다.
의대 졸업생은 병원에서 3년간 레지던트 수련을 받아야 하며 수련의 자리를 얻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 최근에는 석사 이상 학위가 사실상 기본 요건이 됐다고 한다. 이같은 진로를 모두 밟는 데는 최소 11년이 걸린다.
어렵게 수련 과정에 들어가 정규 의료진과 비슷한 임상 업무를 수행하면서 받는 보수는 적다.
중국 의료정보 플랫폼 딩샹위안의 2020년 조사에서는 수련의의 약 28%가 월 1000위안(약 20만원) 미만을 받았고 8%는 소득이 전혀 없었다. 월 3000위안(약 58만원)을 넘게 받는 비율도 32%에 그쳤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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