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결단 변화 가능성 만들어”

한반도 평화공존 위한 세 가지 청사진 제시

“어떤 사람도 배제되지 않는 글로벌 AI 기본 사회”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위한 연대 강조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뉴욕)=서영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멈춰있던 북미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고, 한반도 전쟁 종식과 평화 체제 전환을 위한 당사자 간 대화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49분 미국 뉴욕본부에서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 다음으로 연단에 올라 “한반도 평화 체제는 오랜 기간 남북은 물론 미국, 중국 등 관련국들도 그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논의해 온 과제”라면서 “다행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으로 변화의 가능성이 어렵게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북측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중단시키고, 중기적으로 축소를 거쳐 장기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같은 자리에서 한반도의 냉전을 종식시키기 위한 카드로 ‘E.N.D 이니셔티브’를 꺼내든 것에 이어 2년 연속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평화의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E.N.D 이니셔티브’는 교류(Exchange)·관계 정상화(Normalization)·비핵화(Denuclearization)를 뜻한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따라 조만간 개최 가능성이 제기되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제시한 ‘중단·감축·폐기’의 단계적 비핵화 구상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한 세 가지 청사진으로 ▷포용적 평화공존 ▷안정적 평화공존 ▷책임 있는 평화공존을 제시했다.

먼저 남북이 서로의 체제와 차이를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협력을 통한 공동 성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제무대에서도 북측을 존중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해 나가겠다”면서 “보건, 재난, 기후 위기 등 국제사회 차원에서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했다.

또 안정적 평화 공존을 위해 “위기를 방지하고 갈등을 통제할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가겠다”며 남북 간 기본적인 소통 채널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신뢰를 쌓고 싸울 필요가 없는 안정적인 평화공존을 만들어가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평화공존을 위해 전쟁과 핵없는 한반도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국제사회의 공동 과제에 기여하기 위한 ‘K-이니셔티브’의 세 가지 비전도 제시했다. 핵심은 ▷글로벌 AI 기본 사회 ▷녹색 대전환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위한 연대다.

‘글로벌 AI 기본 사회’와 관련해서는 인공지능 발전의 혜택이 특정 국가나 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국제사회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국제기구와 다자개발은행, 산업계·학계가 참여하는 ‘글로벌 AI 허브’를 조성해 AI를 기후 위기와 보건·식량·난민 문제 등 인류 공동의 난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우리 대한민국은 AI 발전의 기본적 혜택에서 어떤 국가도, 어떤 사람도 배제되지 않는 ‘글로벌 AI 기본 사회’를 꿈꾸며, 인공지능이 기후 위기, 보건, 식량, 난민 문제를 비롯한 인류 공통의 난제를 해결할 도구가 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했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세우고, ‘한국형 녹색 대전환(K-GX) 전략’을 바탕으로 산업 구조의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탄소중립을 새로운 성장 동력과 양질의 일자리로 연결하고, 관련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과 이란간 전쟁이 오가는 상황에서 에너지 수급에 불확실성을 겪은 이 대통령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위한 연대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호르무즈와 홍해에서 반복된 해상 봉쇄는 에너지와 물류의 핵심 통로가 무기화될 때, 세계인의 일상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는지 보여줬다”면서 “상선을 공격하고, 선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기존 협력 체계를 활용해 에너지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공급망 위기가 세계 경제와 민생 위기로 확산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할 역량과 의지가 있는 국가들이 먼저 협력하는 ‘건설적 기여국 연대’를 제안했다.

새로운 배타적 기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각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가자는 취지다.


s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