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젠 더는 불량배 아냐”
쿠바엔 “결국 무너질 것” 맹공
유엔·ICC에도 “극좌·불량기관”
CNN 기자 보자 “여기 있으면 안돼”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이란은 중동의 불량배였다. 쿠바는 완전히 실패한 국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각국 정상과 외교관들이 모인 유엔총회 연단에서 이란과 쿠바 등 미국의 적대국을 향해 거침없는 독설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원색적인 비난이 이어지자 이란과 쿠바 대표단은 잇따라 총회장을 빠져나갔다.
2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에서 두 번째 연설자로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전반부 상당 부분을 이란에 할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개월간 진행된 대이란 군사작전의 성과를 강조하며 “그들은 중동의 불량배였지만 이제 더는 불량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이란과 협상해 재건의 기회를 줄지, 아니면 이란을 신속하게 “전멸(annihilate)”시킬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세계 각국 정상과 대표단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강도 높은 발언이 이어지자 이란 대표단은 항의의 뜻으로 실무급 직원 1명만 남긴 채 단체 퇴장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애초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시작될 때 총회장에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설은 쿠바로 향했다.
그는 “우리 행정부는 쿠바 상황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쿠바를 “완전히 실패한 국가”라고 규정했다. 이어 쿠바가 “전례 없이 무너지고 있으며 결국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회장에 있던 쿠바 대표단 역시 발언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다자주의와 국제협력을 강조하는 유엔총회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미국과 대립해온 국가들을 직접 압박하는 무대가 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과 국제형사재판소(ICC)에도 날을 세웠다. 그는 유엔을 향해 “선출된 적도 없는 글로벌리스트 관료들의 극좌(far-left) 의제를 주권 국가들에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ICC는 “통제 불능의 기관”, “불량 기관”이라고 지칭하며 회원국들에 탈퇴를 촉구했다. 미국의 주권과 자국민에 대한 사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언론을 향해서도 거침이 없었다. 이날 오전 유엔본부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을 취재하던 CNN 기자를 발견하자 “CNN이 여기 와서 나를 취재하고 있다니 놀랍다”며 “당신들은 여기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해 ‘가짜뉴스’를 보도한다는 이유로 CNN과 MS나우, 폴리티코 등 3개 매체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한 상태다.
적대국과 국제기구, 언론을 향해 잇따라 공격적인 발언을 내놓던 트럼프 대통령도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를 언급할 때는 목소리를 낮췄다.
트럼프 대통령은 멜라니아 여사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족과 헤어진 어린이들의 재결합을 지원해왔다고 소개한 뒤 “멜라니아, 정말 고맙다”며 “훌륭하다. 정말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웃으며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유엔본부 밖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수백명의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시작되기 전부터 유엔본부 인근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sj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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