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5일 독일 베를린 ‘이노트란스 2026’ 참가

현대차와 차세대 고속철 협업

생체모방 공기역학 디자인·객실 공간 개선

철도에도 ‘피지컬 AI’…자율주행 수소트램 첫선

현대로템이 독일 베를린 ‘이노트란스 2026’에서 공개한 차세대 고속철도차량 콘셉트 모델. 현대로템과 현대자동차가 협업해 개발했다. [현대로템 제공]
현대로템이 독일 베를린 ‘이노트란스 2026’에서 공개한 차세대 고속철도차량 콘셉트 모델. 현대로템과 현대자동차가 협업해 개발했다. [현대로템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현대자동차와 현대로템이 함께 디자인한 차세대 국산 고속철도차량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자연 속 생물의 몸 구조에서 착안해 공기저항을 줄이고, 객실 공간은 승객의 움직임을 고려해 다시 설계했다. 인공지능(AI)이 위험을 감지하고 스스로 주행하는 수소전기트램 기술도 함께 공개한다.

현대로템은 22일(현지시간)부터 2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제15회 베를린 국제 철도차량·수송기술 박람회(이노트란스 2026)’에 참가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노트란스는 1996년 시작해 격년으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철도산업 전시회다. 직전 행사인 2024년 전시회에는 59개국 약 2900개 기업이 참여했고 관람객은 16만9000여명에 달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처음 공개되는 차세대 고속철도차량 콘셉트 모델이다.

현대로템은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현대디자인센터와 손잡고 외관부터 객실까지 디자인을 새로 구성했다. 기존 철도차량이 속도와 수송능력 등 기능에 무게를 뒀다면 차세대 차량은 자동차처럼 승객이 실제 탑승하면서 느끼는 사용자경험(UX)까지 설계 단계에서 고려했다.

외관에는 ‘생체모방’ 방식의 공기역학 설계를 적용했다. 공기와 물의 저항을 견디도록 진화한 생물의 형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고속주행 때 발생하는 공기저항을 줄이는 방식이다.

단순히 외형을 미래적으로 꾸미는 데 그치지 않고 고속열차가 터널에 진입하거나 마주 오는 열차를 통과할 때 발생하는 압력 변화까지 고려해 공력 성능을 다듬었다.

실내에는 우리나라 고유의 ‘절제된 아름다움’과 곡선을 디자인 요소로 활용했다. 승객이 앉거나 일어나고 통로를 이동하는 동작 등을 분석해 좌석과 내부 시설을 배치하는 인체공학적 설계도 적용했다.

객실 단면 구조도 손봤다. 좌석에 앉았을 때 다리를 놓는 레그룸과 짐을 올리는 선반 공간을 넓히는 등 한정된 열차 내부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재 국내에서 운행 중인 최신 고속열차도 유럽 무대에 선다. 현대로템은 최고 운행속도 시속 320㎞급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EMU-320’을 야외 전시장에 실차로 전시한다. EMU-320은 현재 국내에서 운행하는 ‘KTX-청룡’의 기반이 되는 차량이다.

동력분산식은 기관차 한 곳에 동력을 집중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열차 여러 칸에 동력장치를 나눠 배치한다. 가속과 감속 성능을 높이는 동시에 기관차가 차지하던 공간을 객실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로템은 고속철과 함께 AI가 실제 차량의 움직임을 판단하고 제어하는 ‘피지컬 AI’ 기술도 선보인다.

전시장에는 피지컬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수소전기트램의 축소모형이 설치된다. 운행 전 차량 점검부터 자율주행, 유지보수까지 열차 운행 전 과정을 AI와 연결한 모습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차량 내부 AI 폐쇄회로(CC)TV가 승객의 이상 행동이나 돌발상황을 감지하면 관제 시스템에 경고를 보낸다. 관제 시스템은 들어온 정보를 즉시 분석해 상황에 맞는 대응을 지원한다.

트램 자율주행은 일반 철도보다 난도가 높다. 지하철이나 고속철도처럼 외부와 분리된 선로가 아니라 자동차와 자전거, 보행자가 함께 다니는 도로 위를 달리기 때문이다.

현대로템은 올해 자체 개발을 마친 철도차량용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트램에 적용했다. 카메라와 센서 등을 이용해 선로 주변의 사람이나 구조물을 인식하고 충돌 가능성이 있는 위험 상황을 판단하는 기술이다.

이를 토대로 장기적으로는 기관사의 개입을 최소화한 수소전기트램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관련 기술을 계속 개발할 계획이다.

수소를 동력원으로 활용하는 철도차량도 대거 전시한다. 수소연료전지모듈 실물과 수소전기기관차, 수소전기동력차, 저상형 수소전기동차 등을 함께 선보이며 수소 모빌리티 기술을 소개한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철도시장은 단순히 제조사의 설계와 제작 역량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자율주행 역량까지 한꺼번에 평가하는 추세”라며 “차세대 고속차량과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미래 철도가 나아가야 할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로템은 철도와 별개로 항공우주 사업에서도 현대차와 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전날 현대차와 업무협약을 맺고 덕티드 램제트·극초음속 엔진·메탄엔진 등을 생산하는 항공우주 사업장에 현대차의 AI 기반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현대로템은 올해 캐나다 에드먼턴에 약 3200억원 규모의 경전철 32편성을 공급하는 계약도 체결하는 등 해외 철도시장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kwat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