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규칙 바꿔도 단협 우선”
합의문에 ‘임금피크제 단계별 순연’ 명시
현대차지부, 정년연장 합의 성과 부각
“임피제 확대 차단 효과”
법제화 전부터 시행 기준 선점 나서
재계 “취업규칙 완화도 단협 앞에 한계”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의 최대 성과로 ‘임금피크제 확대 없는 정년연장’을 부각했다. 재계가 정년연장 보완책으로 요구해 온 취업규칙 변경 특례도 무력화됐다는 주장까지 냈다. 사측은 이번 합의가 산업계 전반의 선례로 굳어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지만, 노조는 오히려 향후 정년연장 시행의 기준으로 못 박으려는 분위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는 지난 16일 소식지를 통해 “올해 단체교섭에서 가장 큰 성과물 중 하나는 ‘임금피크제 확대 없는 정년연장’”이라고 자평했다. 정년연장 법제화 이후에도 늘어난 근무 기간 동안 고용과 임금을 함께 지킬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다는 취지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단체교섭 합의문에 “법이 개정되면 정년을 연장하고, 현행 임금피크제를 단계별로 순연하여 적용한다”고 명시했다. 정년이 늘어나는 만큼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도 뒤로 미룬다는 뜻이다. 현재 현대차 임금피크제는 60세 정년을 기준으로 만 59세 기본급 동결, 만 60세 기본급 10% 삭감 구조다.
노조는 이번 합의로 이 같은 상황을 막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견해다. 정년이 단계적으로 늘어나면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도 그만큼 뒤로 미뤄, 늘어난 노동 기간 전체에 임금 삭감이 적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향후 법정 정년이 65세로 늘어날 경우에도 기존 정년 이후 구간에서 일정 기간 임금 상승 여지가 남게 된다. 노조는 이를 ‘정상적인 정년연장’이라고 규정하고 “조합원 정년 이후 소득 공백 없이 작업 숙련도를 이어갈 수 있는 현장이 다가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취업규칙 변경 특례의 실효성이다.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는 단계적 정년연장과 함께 정년연장 대상자에 한해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임금이나 근로시간처럼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바꾸려면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를 의견 청취 수준으로 낮춰, 회사가 정년연장 구간의 임금체계와 근로시간을 보다 쉽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재계가 요구해 온 핵심 보완책이기도 하다. 경영계는 정년만 늘고 임금 조정 장치가 없으면 고임금 고령 인력 부담이 커져 청년 고용과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현대차 노조는 이번 노사 합의로 취업규칙 변경 특례가 사실상 힘을 쓰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해당 특례를 “정년연장을 하더라도 취업규칙을 변경해 회사 입맛대로 할 수 있는 조항”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현대차 노사가 단체협약에 정년연장 시 현행 임금피크제를 단계별로 순연 적용한다는 내용을 명시한 만큼, 취업규칙 변경만으로 임금피크제 확대를 밀어붙이기는 어렵다고 봤다.
실제로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은 단체협약을 거스를 수 없다. 근로조건을 정하는 규범은 법령,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순으로 우선 적용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 노조가 확보한 ‘임금피크제 확대 없는 정년연장’ 문구는 향후 법제화 국면에서도 강한 협상 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 법이 임금체계 개편의 길을 일부 열어주더라도, 현장에서 노조가 단체협약을 앞세워 버티면 회사가 일방적으로 임금 조정에 나서기 어렵다는 의미다.
재계 관계자는 “단체협약을 무력화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며 “기업 입장에선 취업규칙 변경 절차 완화가 거의 유일한 카드지만, 단체협약이 버티고 있으면 그마저도 힘을 쓰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년연장 요구는 다른 노조로도 번지고 있다. 기아 노조는 이달 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 수령 연령과 연계한 정년연장 입법을 촉구했다. 민주당이 검토 중인 단계적 정년연장안에 대해서는 1960년대생 퇴직을 전제로 한 방안이라며 즉각적인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현대차 합의가 “현대차도 했으니 다른 기업도 해야 한다”는 식의 산업계 기준점으로 굳어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임금 삭감 없는 정년연장이 실제로 시행될 경우 기업들이 다른 비용 조정 방안을 찾으면서 또 다른 노사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대차 노조가 미리 대못을 박아 놓은 것”이라며 기업들이 임금피크제 확대 대신 직무급제 도입이나 고령 근로자의 직무 재배치, 근로시간 조정, 희망퇴직 등 방식으로 비용 부담을 줄이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예를 들어 고령 근로자를 기존 생산라인에 그대로 두기보다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숙련을 후배에게 전수하는 역할로 재배치하는 방식이다. 박 교수는 “획일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는 노동계 안을 받아들이더라도 기업은 직무 변경과 근로조건 변경을 통해 연착륙 방안을 찾거나, 정 안 되면 명예퇴직을 선택할 수 있다”며 “또 한 번의 구조조정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직무 변경이나 배치전환은 사용자의 인사권 범위에서 가능할 수 있지만, 노조가 이를 임금피크제 우회 수단으로 받아들일 경우 정년연장 이후 ‘2라운드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kwater@heraldcorp.com


![“누구보다 빨리 배우되, 도구가 되지 말라” [헤럴드 디자인라운지 2026]](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21/news-p.v1.20260921.dd83dbb021634b029a3e79d42316802c_T1.pn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