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IST, 근적외선 자극 후 뇌 아데노신 증가 확인

- 불면 성인 40명 시험서 불면증 심각도 26%↓

정지은(왼쪽부터) ㈜테디메디 박사(CSO), GIST 의생명공학과 김태, 김재관 교수.[GIST 제공]
정지은(왼쪽부터) ㈜테디메디 박사(CSO), GIST 의생명공학과 김태, 김재관 교수.[G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매일 수면제를 찾는 불면증 환자들에게 희소식이다.”

머리에 근적외선을 비추면 뇌 속 ‘수면 물질’이 늘어나 잠을 유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의생명공학과 김태·김재관 교수 연구팀이 근적외선을 이용한 ‘경두개 광생체조절(tPBM)’이 뇌의 수면 조절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아데노신’이다. 아데노신은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뇌에 쌓여 졸음을 유발하고 잠이 들도록 하는 데 관여한다. 이른바 잠을 자려는 힘인 ‘수면압력’을 조절하는 대표적 물질이다.

연구팀은 근적외선이 뇌세포의 미토콘드리아 에너지 대사를 촉진하면 세포 에너지원인 아데노신삼인산(ATP)이 늘어나고, ATP가 분해되는 과정에서 아데노신도 증가할 것으로 봤다.

실제 뇌를 구성하는 여러 종류의 세포에 근적외선을 비춘 결과 ATP가 증가했다. 생쥐 머리에 근적외선을 조사하자 깨어 있는 시간은 줄고 비렘수면(NREM) 시간은 늘었다.

특히 생쥐 뇌에서는 아데노신 농도가 증가했고 깊은 수면과 관련된 델타파도 늘었다. 이 같은 변화는 근적외선 자극을 중단한 뒤에도 최대 3시간 지속됐다.

연구팀은 불면 증상이 있는 성인 40명을 대상으로 예비 임상시험도 진행했다. 참가자를 근적외선 자극군과 대조군으로 무작위 배정한 뒤 1주일간 매일 잠들기 전 근적외선 LED가 장착된 머리띠형 기기를 착용하도록 했다. 자극군에는 850㎚ 파장의 근적외선을 최대 1시간 조사했다.

경두개 광생체조절의 수면 개선 효과와 제안 작동 원리.[GIST 제공]
경두개 광생체조절의 수면 개선 효과와 제안 작동 원리.[GIST 제공]

실험 결과 근적외선 자극군의 ‘불면증 심각도 지수(ISI)’는 26%, ‘피츠버그 수면의 질 지수(PSQI)’는 29.6% 감소했다. 두 지표 모두 점수가 낮을수록 불면 증상과 수면 상태가 개선됐다는 의미다.

다만 이번 시험에서 확인된 효과는 주로 참가자의 주관적 평가에 나타났다. 손목 착용 기기로 측정한 객관적 수면 지표에서는 자극군과 대조군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정해진 방법대로 기기를 착용한 참가자만 별도로 분석했을 때는 기기 착용 후 잠들기까지 걸린 시간이 약 30% 줄었다.

사람의 뇌에서 아데노신 증가를 직접 측정하지 않았다는 점도 추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동물에서 확인된 아데노신 증가가 사람의 수면 개선에도 동일하게 작용하는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김태 GIST 교수는 “이번 예비 임상시험을 통해 참가자가 체감하는 불면 증상과 수면의 질이 개선될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더 많은 참가자를 대상으로 객관적인 수면 개선 효과와 장기간 사용에 따른 안전성을 검증해 비약물 수면 관리 기술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몰레큘러 사이키아트리(Molecular Psychiatry)’에 온라인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