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10월 보험업감독규정 개정
자사 승환계약률 비교공시 도입 목적
상반기 설계사 73만7000명 역대 최대
‘1200%룰’ 적용 앞둔 GA 막차 영입전
설계사 경력·제재이력 공개는 향후 과제로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더 좋은 상품이 나왔으니 기존 보험은 해지하고 새로 가입하시죠.”
새 회사로 옮긴 담당 설계사에게 이런 권유를 받는다면, 앞으로는 해당 보험사의 ‘갈아타기’ 횟수를 먼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보험사별 ‘자사 승환계약률’ 비교공시가 다음달 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제도화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대책으로 부당승환이 방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올해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보험회사별·채널별·상품별 승환계약률 비교공시 도입을 추진 중이며, 이를 위한 보험업감독규정은 오는 10월 개정될 전망이다.
공시 항목은 다른 보험사로 넘어간 계약이 아니라 같은 보험사 안에서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새 상품으로 갈아탄 비율인 ‘자사 승환계약률’이다. 보험사가 기초 데이터를 제출하면 협회가 검증을 거쳐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에 상·하반기마다 게시한다. 소비자는 가입이나 해지를 결정하기 전 협회 홈페이지에서 보험사별·판매채널별로 ‘상품 갈아타기’가 얼마나 빈번한지 비교해 볼 수 있게 된다.
승환계약이 문제가 되는 건 손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기존 보험을 중도에 해지하면 그간 낸 보험료보다 적은 해지환급금을 돌려받는 경우가 많고, 새로 가입할 때는 나이가 늘어난 만큼 보험료가 오르거나 그사이 생긴 병력 때문에 보장이 제한될 수 있다. 새 계약에 면책·감액 기간이 다시 적용돼 일정 기간 보장 공백이 생기기도 한다. 반면 설계사는 새 계약을 성사시킬 때마다 모집수수료를 받는다.
당국이 규정 개정까지 나선 건 GA 채널의 설계사 대이동이 부당승환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착지원금을 받고 회사를 옮긴 설계사가 기존 고객의 계약을 해지시키고 새 회사 상품으로 갈아태우는 게 부당승환의 전형적인 경로다. 금감원은 지난 5월 법인보험대리점(GA) 등의 과도한 정착지원금 경쟁으로 부당승환 피해가 커지자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고, 승환계약 공시 강화를 핵심 재발 방지 대책으로 제시한 바 있다.
문제는 올해 상반기 설계사 이동이 유례없이 컸다는 점이다. 담당 설계사가 바뀌었다는 연락을 받은 소비자가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GA 소속 설계사에게도 초년도 모집수수료를 월납보험료의 12배 이내로 제한하는 이른바 ‘1200%룰’이 지난 7월 시행되면서, 정착지원금이 수수료 한도에 묶이기 전에 설계사를 최대한 확보하려는 GA들의 ‘막차 경쟁’이 벌어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보험설계사 등록 인원은 73만6766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70만9186명)보다 6개월 만에 2만7580명(3.9%) 늘어난 수치다. 증가분은 GA(1만5441명·4.9%)와 보험사 전속 조직(1만3550명·6.3%)에 집중됐고, 은행 등 방카슈랑스 등록 인원은 1446명 줄었다. 전체 설계사 가운데 GA 소속 비중은 45.0%로 2022년 말(41.9%)보다 3%포인트 이상 커졌다.
한 GA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서는 1200%룰 때문에 정착지원금까지 수수료 한도에 포함되면서 뽑고 싶어도 많이 못 뽑는 상황이 됐다”며 “그러다 보니 상반기에 미리 당겨서 뽑은 것이고, 특히 7월 규제 시행 직전인 6월에 GA 간 경쟁이 극심했다”고 말했다.
규제 시행 이후 영입 경쟁은 크게 진정됐지만, 1200%룰이 첫해 수수료만 제한하는 탓에 13개월차 이후 수수료율을 높이는 식의 우회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금감원은 이를 편법으로 보고 하반기 검사 사안에 포함해 둔 상태다.
다만 규제 전 대규모 이동이 남긴 소비자 보호 공백을 메울 장치는 아직 온전치 않다. 금감원 보험개혁회의 과제 추진현황에 따르면 ▷제재 회피 목적의 계약 이관 금지와 GA 임직원 복수등록 제한 등 ‘GA 제재체계 개편’ ▷자사 승환계약률 비교공시를 통한 ‘부당승환 방지’는 오는 10월 감독규정 개정이 예정돼 있다.
반면 설계사의 모집경력·제재이력을 보험안내자료에 기재하고 협회가 집적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설계사 정보제공 확대’는 규제개혁위원회 검토 사항에서 빠졌다. 당초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 했으나 규제 심사 과정에서 제외되면서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남은 것이다. 보험사 단위의 갈아타기 비율은 볼 수 있게 되지만, 정작 내 앞에 앉은 설계사가 몇 번 소속을 옮겼는지, 제재를 받은 적이 있는지는 여전히 확인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서일준 의원은 “설계사가 반년 만에 3만명 가까이 늘고 GA는 갈수록 대형화되는데, 정작 소비자가 설계사의 경력과 제재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는 아직 법 개정을 기다리고 있다”며 “인력 이동이 빨라질수록 부당승환 위험도 커지는 만큼, 설계사 정보제공 확대와 GA 제재체계 개편 입법을 서둘러 소비자 보호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말했다.
w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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