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찰의 창경 81주년,
헤럴드경제는 서울의 31개 경찰서를 소개합니다.
우리동네 경찰서 (12) 서울 서대문경찰서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24시간 살아 움직이는 캠퍼스 타운’. 서울을 대표하는 대학가인 서대문구 신촌에는 대학 개강과 함께 평소보다 분주해지는 곳이 있다. 신촌과 이화여대 일대의 치안을 책임지는 서울 서대문경찰서 신촌지구대다.
신촌은 대학생과 청년층, 외국인 유학생이 끊임없이 오가는 지역이다. 대학가 특성상 스토킹이나 교제 관련 범죄부터 보이스피싱 피해, 주취자 신고까지 다양한 치안 수요가 발생한다. 대학 축제 기간에는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소음 관련 민원 신고도 잦다.
신촌·이대 일대에서만 하루 평균 16만명의 유동인구가 오간다.
서대문구에는 감리교신학대·경기대·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명지대·명지전문대·서울여자간호대·연세대·이화여대·추계예술대 등 9개 대학이 자리하고 있는데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대학이 밀집해 있다.
젊은 인구가 모이는 만큼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을 노린 범죄도 발생한다. 지난해에는 신촌 일대에서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을 상대로 80억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는 임대인과 공인중개사가 검찰에 넘겨졌다.
최근에는 연세대 기숙사와 인접한 안산자락길 일대에 나체 상태로 검은색 복면을 쓴 남성이 출몰해 불안감이 커지기도 했다. 고범석 신임 서울경찰청장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찾아 안산자락길과 연세대 주변의 치안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서대문경찰서의 역사는 조선 시대였던 1894년 7월 서경찰지서로 발족하면서 시작됐다. 1921년 6월 서대문경찰서로 승격된 뒤 여러 차례 청사를 옮기며 서대문 일대의 치안을 맡아왔다. 1949년 고양경찰서 신설로 경기도 지역 4개 지서를, 1969년 서부경찰서 신설로 9개 파출소를 각각 이관하면서 현재의 관할 체계를 갖춰갔다.
1982년 12월 서대문구 통일로 113에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의 청사를 준공해 40년 넘게 사용했다. 신청사 건립을 위해 2024년 4월부터는 임시청사(서대문구 충정로 13)애서 업무를 보고 있다. 신청사는 기존 통일로 청사 부지로 2030년에 들어설 예정이다.
관내 2개 지구대(충정로·신촌)와 6개 파출소(연희·홍제·남가좌·북가좌·홍은·홍은2)를 운영하고 있다.
서대문구에는 대학가 외에도 홍제·홍은동과 남가좌·북가좌동을 중심으로 주거지역이 넓게 형성돼 있다. 안산과 인왕산, 백련산 등 산지가 주거지역과 맞닿아 있고 홍제천이 홍은·홍제·연희동 일대를 지난다. 독립문과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등 근현대사와 관련된 공간도 관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시민을 지키는 서대문서의 얼굴들. 형사과 윤여형 경위
서대문경찰서 형사과에서 2013년 경찰에 입직해 9년차 수사관으로 접어든 윤여형 경위를 만났다.
윤 경위는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지난해 장기간 도피 중이던 수백억원대 코인 사기 피의자를 검거한 일을 꼽았다. 수사는 당시 ‘범죄 사냥꾼’으로 불리던 이대우 전 서대문경찰서 형사과장에게 한 통의 제보 메일이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공갈·협박을 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제보를 들여다보던 강력5팀은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이 코인 리딩방 등을 통해 투자자들의 돈을 가로챈 혐의로 4년째 수배 중인 피의자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피의자는 도피 중에도 수억원대 슈퍼카와 고가 명품을 구입하는 등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력 5팀은 당시 피의자의 은신처를 특정해 2주간의 잠복수사를 벌인 끝에 피의자를 검거했다. 이후 피의자의 자금 흐름을 추적해 외제차 리스 보증금과 아파트 보증금 등 일부 피해금을 압수해 피해 회복에도 나섰다.
윤 경위는 “수백억원대 사기로 수많은 피해자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한 사건이었다”며 “코인 사기나 보이스피싱처럼 피해자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것이 경찰이 신뢰를 쌓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대문서 형사과는 10년 넘게 풀리지 않은 미제사건을 지금까지도 추적 중이기도 하다.
2010년과 2011년 사이 약 5개월 간격으로 이혼한 부부가 잇따라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어머니는 서울의 한 주택 화재로, 아버지는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졌고 당시 두 사건은 각각 사고사로 처리됐다.
하지만 사건을 다시 들여다본 서대문서 강력팀은 두 사건 모두 딸 장모 씨가 현장에 있었던 점과 사망 전후 보험금 수익자가 변경된 정황 등에 주목했다. 경찰은 두 사람의 죽음에 범죄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장씨를 존속살해 혐의 피의자로 특정해 재수사에 나섰다.
수사 과정에서 한 차례 잠적했던 장씨는 이듬해 경찰에 붙잡혔지만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경찰은 추가 수사를 거쳐 장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장씨는 검찰 조사를 앞두고 다시 종적을 감췄고, 사건은 피의자 소재 불명으로 기소중지됐다. 장씨는 부모의 죽음과 자신은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서대문서 형사과는 지금도 10년 넘게 지명수배 중인 장씨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장씨를 봤다는 제보 등을 확인하기 위해 형사들이 지방 곳곳으로 출장을 다니며 사건을 계속 들여다보기도 했다
수사 넘어 유족 지원까지…‘자살 유족 긴급서비스’ 연계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진 뒤 남겨진 가족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도 윤 경위가 현장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업무다.
지난 8월 초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에서 80대 노인이 투신 자살하는 일이 발생했다. 가족들이 위험을 우려해 창문에 이중 잠금장치까지 설치해둔 상태였지만 사고가 났다.
경찰은 유족이 검안비와 장례비, 병원 후송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등 관계기관과 연계해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윤 경위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 위험 징후가 있는 분들을 최대한 빨리 발견해 상담이나 치료로 연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건 이후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심리적 지원도 필요하다”며 “남은 가족들이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거나 또 다른 사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도 경찰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은 파출소 유선오 경감, “세 아이 아빠가 걷는 동네 순찰길”
홍은파출소에는 2011년 9월 순경으로 입직한 유선오 경감이 근무하고 있다. 특전사에서 군 복무를 마친 유 경감이 경찰을 꿈꾸게 된 계기는 추운 겨울 길 위에서 교통 수신호를 하던 경찰관을 본 순간이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고 자신의 체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경찰에 지원했다.
입직 후 101경비단에서 약 8년간 근무한 뒤 서대문서 남가좌파출소에서 1년 6개월간 지역경찰로 일했다. 이후 경찰청에서 자치경찰 업무 등을 맡아 4년가량 근무했고, 현재 홍은파출소에서 1년 6개월째 근무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겨울 자칫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사고를 막았다. 새벽 5시께 서대문구의 700세대 이상 규모 아파트에서 일산화탄소 위험 신고가 들어왔다. 현장에는 부부가 쓰러져 있었고 방 안에는 자녀 3명이 있었다.
유 경감 등 경찰관들은 창문을 열어 환기한 뒤 아이들을 업어 대피시키고 부모를 부축해 1층으로 옮겨 119에 인계했다.
구조 이후에도 현장을 떠나지 않고 사고 원인을 살폈다. 과거 보일러 교체 당시 공용 굴뚝과 연결되는 배관이 제대로 마감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확인하고 관리사무소 측에 다른 세대에도 같은 위험이 없는지 점검하도록 요청했다.
유 경감은 “당시 겨울이었는데도 급박한 상황에 땀이 났던 기억이 난다”며 “구조된 가족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 경찰관으로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유 경감은 도보순찰을 중시한다. 홍제역과 유진상가, 포방터시장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홍은초-포방터시장, 홍제초-유진상가, 인왕초-홍제역 등 주민들이 실제 오가는 동선을 직접 걸으며 위험요소를 살핀다.
지난 7월에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차도와 보행공간의 구분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곳을 발견해 보행선을 눈에 잘 띄도록 정비해 달라고 관계기관에 요청했다.
그가 학교 주변 순찰을 특히 신경 쓰는 데는 유 경감 자신도 관내에서 세 자녀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유 경감이 앞으로도 지키고 싶은 원칙은 자녀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경찰관으로 남는 것이다.
유 경감은 “나중에 아이들이 ‘아빠가 경찰 생활을 잘했고 사명감을 갖고 일했구나’라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며 “아이들도 어떤 일을 하든 ‘아빠처럼 책임감을 갖고 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자랑스러운 아버지이자 경찰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신촌지구대의 ‘몸짱 경찰관’…운동으로 소통·나눔
“국민의 안전을 지키려면 경찰관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채종선 신촌지구대 경위에게 ‘운동’은 단순한 자기관리를 넘어 경찰관으로서 자신을 다잡는 방법이다. 2015년 경찰에 입직한 채 경위는 청와대 101경비단에서 6년 반 동안 경호·경비 임무를 수행한 뒤 2021년부터 지역경찰로 근무하며 시민들과 가까이에서 호흡하고 있다.
채 경위는 지역경찰로 근무하다 보면 비행 신고 등을 통해 청소년들을 마주하는 일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때 채 경위가 청소년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하는 매개가 된 것이 운동이었다. 운동법이나 체격 관리에 관심을 보이는 청소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운동을 통해 생활의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조언하기도 했다.
채 경위는 “성실과 자기관리의 시작이 운동이라고 생각한다”며 “제복을 입었을 때뿐만 아니라 제복을 벗었을 때도 경찰관으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채 경위는 2018년부터 전국의 경찰관들이 참여하는 ‘몸짱경찰관 달력’ 제작에 참여해 판매 수익금을 학대 피해 아동 등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2019년에는 몸짱경찰관 선발대회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몸짱경찰관 달력을 통해 지난 8년간 모인 기부금은 약 1억5000만원이다. 올해도 약 3200만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오는 10월 1일부터 하반기 달력 판매가 진행된다. 기부금은 사랑의열매와 구세군,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을 통해 학대 피해 아동 지원에 전액 쓰인다.
ki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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