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특수본’ 언급에 내란 잔여 사건 가능성도
비정치적 사건으로 담합 등 경제 범죄 초점 전망도
[헤럴드경제=최의종 기자] 다음 달 2일 검찰청이 폐지되고 권한이 분리되면서 중대범죄 수사 업무를 담당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한다. 1948년 문을 연 검찰청은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검찰청이 폐지되면서 신설되는 수사 기관인 만큼 ‘검찰 공백’을 메울 수 있을 정도의 범죄 대응 역량을 갖출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하지만 당장 수장없이 출범해야 하는 상황인데다 전문 수사 인력도 부족한 상태에서 업무를 시작해야 하는 터라 기대보다 법조계 전반의 우려가 앞서는 게 현실이다. 출범 5년이 지나고도 여전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시즌2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성과 압박이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 결국 ‘1호 사건’이 향후 중수청 운영의 가늠자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법조계에선 담합 등 불공정거래 사건을 비롯한 경제·기업 사건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란 관측도 내놓는다.
2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오는 10월 2일 서울 중구 을지로 르네스퀘어 건물에 중수청과 서울지방중대범죄수사청(서울청)이 출범할 예정이다. 중수청은 서울청(서울, 인천, 경기북부, 강원)과 함께 수원(경기남부)·대전(충남북, 대전, 세종)·대구(대구, 경북)·부산(부산, 울산, 경남)·광주(전남광주, 전북, 제주) 등 6개 지방청 체제로 닻을 올릴 예정이다.
중수청은 출범 후 6대 범죄(부패·경제·마약·방위산업·내란외환·사이버)와 법왜곡죄 수사를 담당하게 된다. 중수청 본청에 경제범죄수사국과 반부패수사국, 과학수사국 등 3개국이 만들어진다. 경제범죄수사국에 경제범죄와 금융범죄, 반독점, 범죄수익 담당과를 두고 반부패수사국에는 반부패와 마약 등 담당과를 둔다. 과학수사국에는 디지털수사와 함께 ‘AI(인공지능)가상자산분석과’가 만들어진다. 최근 AI를 활용한 범죄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AI가상자산분석과는 AI 활용 범죄와 가상자산 추적·분석에 관한 사항을 담당할 예정이다.
전국 지방청 중 현행 서울중앙지검과 같이 중대범죄 수사의 핵심이 될 서울청에는 경제·금융·반독점·마약·반부패·첨단 등 6개 수사국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서울청에는 타 기관에서 1차 수사한 사건을 공소청 요청으로 보완수사할 경우 이를 담당하는 사회약자범죄특별수사과도 만들어진다. 다른 청은 팀 단위로 해당 기능이 운영된다.
법조계 안팎에선 중수청이 실질적으로 수사력을 집중하게 될 ‘1호 사건’에 관심이 모아진다. 행정적으로는 기존 사건들 중 아직 해결되지 못한 사건을 수사할 수밖에 없지만, 출범 이후 중수청 체제에서 직접 수사에 나서게 될 사건이 어떤 사건이냐에 따라 향후 기관의 운명을 가늠할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내란 사건 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언급한만큼, 내란 잔여 사건이 중수청의 1호 사건이 되지 않겠냐는 전망도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비정치적 사안이 1호 사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청 폐지와 함께 각종 논란 속에서 출범하는 기관인 만큼 무엇보다 수사력 자체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게 먼저라는 이유에서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게 경제·금융 사건이다. 그동안 이른바 ‘여의도 저승사자’라는 이름으로 불려온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가 담당했던 사건들의 경우 앞으로 중수청 서울청 금융범죄합동수사과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과가 역할을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 인력도 합동수사본부(합수본) 체제처럼 파견될 예정이다. 다만 중수청과 함께 출범하는 공소청의 검사는 수사에 개입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최근까지도 성과를 내는 불공정거래 사건이 중수청의 1호 사건 내지는 핵심 수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부는 설탕, 밀가루, 전분당, 유가, 석유화학제품 담합 사건 수사를 이어왔다. 이 대통령은 담합 사건 수사를 두고 이례적으로 검찰을 칭찬하기도 했다.
다만 인력과 인프라가 아직 갖춰지지 않아 1호 사건 윤곽이 당장 드러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검사 출신 김지용 변호사가 초대 청장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아직 인사청문회 일정도 잡히지 않은 상태다. 중수청 총정원은 2874명으로, 1·2차 수사관 특례 임용을 진행해 각각 1761명과 201명이 지원했다. 검찰에 몸을 담았던 신준호 인사청문준비단장을 비롯해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 등이 중수청으로 적을 옮긴다. 다만 신청자를 모두 임용해도 68.3%를 기록해 결국 정원 미달 상태로 출범하게 됐다.
중수청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기에는 시간적 한계가 있는 만큼 경찰청 KICS를 우선 활용할 예정이다. 개청일에 맞춰 운영·사건 관리 중심 필수 기능을 우선적으로 하고, 이외 사건 처리 기능을 연내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물리적인 여건도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 행안부 중수청개청준비단은 지난 18일부터 전날까지도 본청과 서울청을 비롯해 각 지방청의 전기, 소방, 건축, 기계설비 사업 입찰을 긴급 공고했다. 인프라 구축 사업은 중수청이 출범하는 다음 달 2일 이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bel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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