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고령여성 일자리의 현주소] ①

여성, 노인 일자리 참여자의 66% 차지

공익형 집중, 민간 취업형서는 비중 작아

대한노인회 첫 취약계층 취업실적 집계

[편집자 주] 국내 노인의 소득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7배에 달한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 노인의 삶은 더 곤궁하다. 여성 노인들은 오랜 시간 ‘가족 돌봄’에 헌신하길 요구받았고 집 밖에서의 경력을 내려놔야 했다. 이 경력 단절은 그들에게 직업인으로서 존재감을 옅게 만들었고 경제적 자립을 어렵게 했다. 나이 든 그들은 매일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헤럴드경제는 여성 노인의 젊은 시절 헌신이, 시간이 지나 가난과 불안으로 ‘청구’되는 구조를 조명했다.

지난해 열린 하남시 일자리박람회에서 고령 구직자가 취업 상담을 받는 모습. [연합]
지난해 열린 하남시 일자리박람회에서 고령 구직자가 취업 상담을 받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노후 소득이 부족해 다시 일터를 찾는 고령 여성들이 늘고 있다. 노인 일자리 사업에서도 여성은 5년째 전체 참여자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하지만 숫자를 뜯어보면 여성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공익 활동형에 집중됐고, 소득이 높은 민간·기업 연계형 일자리로 갈수록 비중이 크게 낮아졌다.

헤럴드경제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을 통해 확보한 최근 5년 자료에 따르면 노인 일자리 사업의 여성 참여 비중은 2022년 67.2%, 2023년 66.7%, 2024년 66.2%, 2025년 66%, 올해 8월 기준 66.2%였다. 5년 내내 전체 참여자의 3분의 2가량을 여성이 차지했다. 여성 참여자 수도 2022년 65만2990명에서 올해 8월 80만8559명으로 15만명 넘게 늘었다.

하지만 여성들이 많이 참여한다고 해서 일자리의 질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여성 비중이 높은 공익 활동 사업은 별도의 경력이나 전문성이 덜 요구되는 일자리가 많았지만,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민간 취업형은 제조업·사무직·전문직 등 기존 직업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다양하다.

실제 일자리 유형별로 뜯어보면 차이가 뚜렷하다. 2024년 기준 노인 공익 활동 사업 참여자의 여성 비중은 70.8%였다. 반면 민간 취업과 연결되는 취업 지원사업은 48.1%, 기업 현장에서 직무 경험을 쌓는 현장실습 훈련 지원사업은 30.5%, 노인 친화 기업·기관은 43.5%에 그쳤다.

여성 많은 노인 일자리, 뜯어보니 ‘일자리 질’ 달랐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2025년 노인 일자리 실태조사에서도 같은 격차가 확인됐다. 조사 대상은 2025년 6월 말 기준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와 대기자 가운데 참여자 약 3000명이다.

여성 응답자의 70.6%가 노인 공익 활동 사업에 참여했지만 지원사업은 4.0%, 현장실습 훈련 지원사업은 2.6%에 그쳤다. 남성은 취업 지원사업 8.6%, 현장실습 훈련 지원사업 14.1%로 각각 여성의 2배, 5배 이상이었다.

이 같은 일자리 유형의 차이는 소득 격차와도 맞물렸다. 공익 활동 사업의 월평균 소득은 23만1000원이었지만 취업 지원사업은 157만7000원, 현장실습 훈련 지원사업은 102만3000원이었다. 전체 노인 일자리 사업에서 얻은 월평균 소득 역시 남성 53만8000원, 여성 34만9000원으로 18만9000원 차이가 났다.

천재영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박사는 “공익 활동 사업 등은 지급되는 금액이 정해져 있지만 취업 지원이나 현장실습은 민간사업체와 연결돼 소득이 더 높을 수 있다”며 “금액을 많이 받는 사업에 남성들이 더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 박사는 이 같은 차이가 노년기에 갑자기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봤다. 민간 취업형 일자리는 제조업·사무직·전문직 등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쌓은 경력과 연결될 수 있지만, 여성 노인들은 과거 가사·돌봄 등과 유사한 성격의 일자리에 상대적으로 많이 참여한다는 설명이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전체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 중 여성 비중은 높지만 민간형이나 기업 연계 일자리에서는 상대적으로 낮다”며 “이런 일자리는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여성들이 접근할 기회가 충분한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60대 여성은 과거보다 학력 수준도 높아졌다”며 “단순히 여성들을 돌봄이나 공공형 일자리에 몰아넣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189곳서 처음 ‘취약 노인’ 취업 따로 센다

빈곤한 고령 여성에게는 일자리가 있느냐보다 어떤 일자리에서 얼마를 버느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정작 저소득층 등 취약 노인이 민간 일자리로 얼마나 연결됐는지는 그동안 별도 통계로 정확히 잡히지 않아 왔다.

헤럴드경제의 취재 결과, 대한노인회가 올해 처음 전국 189개 취업 지원센터를 대상으로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민간 취업실적을 별도로 전수 집계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노인회는 연간 약 4만5000건~5만건의 민간 취업을 알선하지만 기존 전산시스템에는 취약계층 여부를 구분하는 항목이 없었다. 올해 처음 ‘취약계층 취업실적’ 항목을 만들어 장애인·저소득층·독거노인·장기실업자 등 4개 범주의 상담·취업 건수를 파악한다. 대한노인회 취업 지원팀 관계자는 “전국 189개 센터에 관련 내용을 내려보냈다”며 “올해 취업시킨 사람 가운데 취약계층에 해당하는 사람이 몇 명인지 집계해 11월 말 기준으로 끊어 12월 중 취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를 비롯한 시도연합회에서도 중앙회가 내려보낸 자료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연합회 관계자는 “올해부터 ‘취약계층 취업실적’이라는 항목이 따로 생겼다. 총 4개 항목으로 나눠 상담 건수와 취업 건수를 받게 돼 있다”며 “취약계층이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구분해 실적을 받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마포구 노인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시민들이 일자리 신청을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연합]
지난해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마포구 노인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시민들이 일자리 신청을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연합]

대한노인회는 고용노동부가 실시하는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성과평가’에서 나온 의견을 계기로 자체 집계를 추진하게 됐다. 이 평가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는 일자리 사업의 성과를 점검하는 것으로, 한국고용정보원이 위탁받아 평가를 수행한다. 지난 2월 열린 전년도 사업 평가에도 대한노인회 취업 지원사업이 평가 대상에 포함됐다.

대한노인회 관계자는 “당시 평가에서 취업 인원 같은 양적인 측면뿐 아니라 취업의 내용도 함께 살펴보자는 취지의 피드백이 있었다”며 “이를 반영해 취약계층 실적을 따로 파악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 자리에 참석했던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도 “노인 빈곤율이 높은 만큼 단순히 정부가 돈을 지급하는 일자리뿐 아니라 일자리를 통해 소득을 보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집계는 취업 인원 중심으로 관리해 온 실적을 취약계층별로 들여다보려는 첫 시도다. 서울시연합회 관계자는 “아직 실제 통계를 취합하기 전 단계”라며 향후 각 센터의 실적을 모아 중앙회에 제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노인 빈곤율이 높은 만큼 일자리를 통해 소득을 보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있다”며 “70세 이상 노인이 늘어나는 만큼 ‘일하는 복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계속 확대하자는 논의도 있었다”고 했다.


jookapook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