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부, 재생에너지 100MW 이상 공기업 ‘보급의무자’ 지정 근거 마련

농어촌공사 165MW 보유…농식품부 “발전사 아닌데 동일 의무 부적절”

보급의무 지정 후 목표 미달 땐 과징금…공사 “1GW 미달 가정 시 1.3조”

기후부 “100MW 이상 모두 지정 아냐”…오는 8일까지 부처 의견수렴

전북 군산 새만금 일대에 조성 중인 73.2MW 규모 ‘새만금 햇빛나눔사업’ 수상태양광 발전시설 전경. [한국농어촌공사 제공]
전북 군산 새만금 일대에 조성 중인 73.2MW 규모 ‘새만금 햇빛나눔사업’ 수상태양광 발전시설 전경. [한국농어촌공사 제공]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농업용수 공급과 농지은행 등을 담당하는 한국농어촌공사에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재생에너지 설비 보급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농정당국이 반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발전회사가 아닌 농어촌공사에 발전설비 규모만을 기준으로 의무량을 부과하면 농업·농촌 공익서비스가 위축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기후부는 아직 농어촌공사의 보급의무자 지정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며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1일 정부에 따르면 기후부는 전날 서울 엘리에나호텔에서 ‘RPS 개편 재생에너지법 하위법령 개정안 대국민 공청회’를 열었다. 기존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일몰하고 내년부터 계약시장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하위법령 개정안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다.

RPS 개편에 따른 재생에너지 보급제도 변화

개정안의 쟁점 가운데 하나는 재생에너지 ‘보급의무자’ 범위다. 기후부가 마련한 시행령 개정안은 공공기관인 발전사업자 가운데 재생에너지를 제외한 발전설비가 500MW 이상이거나 재생에너지 설비만 100MW 이상 보유한 기관을 장관이 보급의무자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165MW 보유 농어촌공사도 사정권…“100MW 이상 모두 지정은 아냐”

농어촌공사는 이 기준에 들어간다. 공사는 현재 자체 보유 기준 165MW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갖고 있다. 전체 개발 규모는 162지구 306MW로 태양광 277MW, 소수력 24MW, 풍력 5MW다. 지난해 발전수익은 430억원이었다.

다만 기후부는 100MW 기준을 충족한다고 곧바로 보급의무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윤정원 기후부 재생에너지정책과장은 “100MW 이상이라고 전부 지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의무 대상자는 앞으로 고시 등을 통해 결정할 예정이고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농어촌공사 지정 여부에 대해서도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한국농어촌공사 재생에너지 사업 현황

보급의무자로 지정되면 정부가 기관별로 재생에너지 설비 보급 의무량을 부과한다. 미달분 일부는 3년 범위에서 유예하거나 대체이행금을 내는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미달분에 정부가 고시하는 단가를 적용한 금액의 15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구체적인 기관별 의무량과 대체이행금 단가 등은 향후 고시에서 정한다.

농식품부는 농어촌공사를 보급의무자로 지정하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소형 농식품부 과장은 “아직 기후부에 공식 의견을 보내지는 않았지만 농어촌공사의 보급의무자 지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은 맞다”며 “10월 8일까지인 의견조회 기간에 맞춰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농어촌공사의 본래 역할은 농업생산기반시설 유지·관리와 농어촌 지역개발, 농지은행 등이다. 농식품부는 발전회사가 아닌 공사에 보유 재생에너지 설비 규모를 기준으로 발전 의무를 부과하면 기관 설립 목적과 고유업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 과장은 “발전사들은 발전이 본래 업무여서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고 있지만 농어촌공사는 수자원 관리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에너지 사업을 하는 구조”라며 “보급의무를 부과하면 원래 해야 할 업무에 상당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보급의무자 대신 도로공사 등 다른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상대적으로 의무와 제재가 유연한 ‘목표관리자’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농업시설 관리비 연 2000억 부족한데…“의무 못 채우면 1.3조”

농어촌공사의 재생에너지 사업은 발전 자체보다 농업기반시설 유지·관리 재원을 마련하는 성격이 강하다.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재해 대응과 영농 편의, 시설 유지 등에 필요한 적정 유지관리비는 연간 약 6500억원이지만 현재 2000억여원이 부족하다.

지난해 유지관리비 4690억원 가운데 공사가 자체 충당한 금액은 3124억원으로 66.6%였다. 이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수익으로 충당한 금액은 277억원이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업기반시설 유지관리 재원 현황

공사는 발전수익을 농업기반시설 유지·관리 재원으로 전액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2030년까지 대규모 저수지와 담수호 등을 활용해 28지구 3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사업을 개발할 계획이다. 소규모 저수지 2333곳은 정부의 햇빛소득마을 사업에 활용한다.

농어촌공사는 이처럼 재생에너지 확대 자체에는 동의하면서도 발전공기업과 동일한 보급의무를 지는 것은 기관 성격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전북 군산 새만금 일대에 조성 중인 73.2MW 규모 ‘새만금 햇빛나눔사업’ 수상태양광 발전시설 전경. [한국농어촌공사 제공]
전북 군산 새만금 일대에 조성 중인 73.2MW 규모 ‘새만금 햇빛나눔사업’ 수상태양광 발전시설 전경. [한국농어촌공사 제공]

윤성은 농어촌공사 농촌에너지처장은 “우리 기관은 식량생산과 식량안보라는 기본적인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전환에 적극 참여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보급의무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재정부담을 문제로 들었다. 윤 처장은 “만약 목표 1GW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가정하면 약 1조3000억원을 내야 한다”며 “모든 농업예산을 전력기금에 넣어 과징금을 내는 데 쏟아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1조3000억원은 농어촌공사가 자체적으로 가정해 산출한 금액이다. 농어촌공사가 실제 보급의무자로 지정될지부터 결정되지 않았고 기관별 의무량과 과징금 기준도 확정되지 않았다.

농식품부 “보급의무자 안돼”…기후부 “부처 협의로 결정”

농식품부와 기후부의 이견은 지난달부터 이어졌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17일 김성환 기후부 장관 주재 태양광 보급촉진 태스크포스(TF)에서도 농어촌공사를 발전사와 동일한 보급의무자로 지정하는 데 반대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김 과장은 당시 “농어촌공사의 기관 미션이 발전사가 아닌데 발전사와 동일하게 의무를 부과하면 원래 해야 하는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수 있다는 농업계의 우려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기후부는 농어촌공사가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직접 발전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 윤정원 과장은 “도로공사 등은 보유 부지를 발전사업자에게 개방하는 역할을 하는 목표관리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농어촌공사는 부지 개방뿐 아니라 발전사업을 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농식품부도 농어촌공사의 설립 목적에 대한 입장이 있기 때문에 협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청회에 정작 농식품부와 농어촌공사가 패널로 참여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양측의 시각차가 드러났다.

윤성은 처장은 “우리 입장을 충분히 이야기했음에도 공청회와 관련한 공식적인 요청이 없었고 우리 측 패널토론이 없다는 점에서 유감”이라며 “농식품부 등 관계기관과 충분히 논의해야 하는 문제인데 당사자를 제외했다는 점에서 기후부가 방향 설정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후부는 이번 공청회가 특정 기관의 보급의무자 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윤정원 과장은 “어느 기관을 보급의무자로 지정한다고 정해 발표한 자리가 아니었다”며 “대국민 공청회여서 누구나 신청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처 협의를 하게 되는 만큼 기후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오는 8일까지 농어촌공사를 보급의무자에서 제외해 달라는 의견을 기후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기후부는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이후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보급의무 대상과 기관별 의무량 등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농어촌공사의 보급의무자 지정 여부를 둘러싼 양 부처의 협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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