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끝나자 주민들과 빗자루 들고(전성수 서초)…골목 누비며 주민 목소리 듣고(류경기 중랑)

서리풀 청소 퍼레이드 장관
서리풀 청소 퍼레이드 장관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청소는 도시 생활에서 어쩌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행정일지 모른다.

깨끗한 거리는 시민들이 당연하게 누리는 일상이지만, 그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누군가 매일 새벽부터 빗자루를 들고 거리를 쓸고, 쓰레기를 치우고, 물청소를 해야 한다.

외국 도시에서 환경미화원들의 파업으로 거리 곳곳에 쓰레기가 쌓이는 모습을 보면 청소가 도시 행정에서 얼마나 중요한 영역인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청소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며 직접 현장에 나서는 구청장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전성수 서초구청장과 류경기 중랑구청장이다.

두 사람의 방식은 조금 다르다.

전 구청장이 대규모 축제가 끝난 뒤 환경공무관과 주민들이 함께하는 ‘청소 퍼레이드’를 통해 청소의 가치를 보여준다면, 류 구청장은 취임 직후부터 주민들과 함께 동네 골목을 쓸며 청소를 주민 소통의 장으로 만들었다.

청소라는 가장 낮은 곳의 행정에 ‘혼’을 불어넣은 셈이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를 통해 서울시에 들어와 홍보.행정,총무과장 등을 거쳤다. 이후 청와대 선임행정관, 행정안전부 대변인, 인천광역시 행정부시장 등을 지낸 행정 전문가다. 현재 재선 서초구청장으로 구정을 이끌고 있다.

류경기 중랑구청장 역시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다. 서울시 대변인과 행정국장, 기획조정실장, 행정1부시장 등을 거친 뒤 중랑구청장에 당선돼 3선 구청장으로 구정을 이끌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서울시 행정의 핵심 보직을 두루 경험한 엘리트 정통 행정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행정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은 거창한 정책만이 아니다.

오히려 시민들의 생활과 가장 가까운 ‘청소’에서 행정의 철학이 드러난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앞)이 청소 퍼레이드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앞)이 청소 퍼레이드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전성수 서초구청장, 축제 마지막을 ‘청소 퍼레이드’로

전성수 구청장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19~20일 서초구 반포대로에서 열린 ‘2026 서리풀뮤직페스티벌’에는 약 28만명이 다녀갔다.

대규모 축제인 만큼 마지막에는 행사장을 정리하고 일상으로 되돌리는 일이 남는다.

그런데 서초구는 이 순간을 특별한 행사로 만들었다.

축제의 마지막 공식 프로그램으로 ‘서리풀 청소 퍼레이드’를 진행한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청소를 단순히 ‘행사 뒤처리’가 아니라 하나의 퍼포먼스로 승화시켰다.

특히 지난해 청소 퍼레이드를 담은 서초구 유튜브 쇼츠 ‘다시 일상으로’가 약 6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데 이어 올해는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확대했다.

올해 퍼레이드에는 환경공무관과 살수차 운전원, 사전 모집한 주민참여단 32명 등 모두 112명이 참여했다.

살수차 5대와 서리풀기동대 오토바이 20대, 소형청소차 3대 등 청소 장비도 함께 등장해 반포대로를 누볐다.

화려한 축제가 끝난 뒤 가장 먼저 거리를 원래 모습으로 돌려놓는 사람들.

그들이 이날만큼은 축제의 주인공이 됐다.

전성수 구청장은 2일 기자와 통화에서 “서리풀 페스티벌의 성공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쓴 환경공무관들과 구민 등 ‘숨은 영웅들’의 땀의 결과”라고 공을 돌렸다.

구청장이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청소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과 주민을 주인공으로 세운 것이다.

류경기 중랑구청장(가운데)이 구민들과 골목 청소를 하고 있다.
류경기 중랑구청장(가운데)이 구민들과 골목 청소를 하고 있다.

류경기 중랑구청장, 2018년부터 골목 청소…187회·6413명 참여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아예 청소를 주민 소통의 장으로 만들었다.

‘아침 골목청소’다.

2018년 7월 시작된 아침 골목청소는 민선 7기부터 민선 8기를 거쳐 민선 9기까지 계속되고 있는 주민 참여형 환경정비 활동이다.

현재까지 모두 187회에 걸쳐 6,413명이 참여했고, 약 148.8km의 골목을 정비했다.

시장 상인을 비롯해 주민단체, 자원봉사자, 지역 관계자 등이 함께 골목을 누비며 동네 곳곳을 살폈다.

그런데 이 행사의 의미는 단순히 골목을 깨끗하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

류 구청장은 빗자루를 들고 주민들과 함께 골목을 걸으며 자연스럽게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도로가 불편하다”, “쓰레기가 자주 쌓인다”, “주차 문제가 심각하다” 등 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느끼는 불편을 현장에서 듣고 관련 부서와 공유해 해결 방안을 찾는 방식이다.

청소가 곧 민원 청취의 시간이 되고, 골목길이 곧 구청장의 이동 민원실이 된 셈이다.

류경기 구청장은 “187회라는 숫자보다 그동안 6000여 명의 주민과 함께 골목을 걸으며 나눈 이야기가 더 큰 의미를 가진다”며 “빗자루가 닳고 짧아지는 동안 주민들과 골목 곳곳을 누비며 지역의 크고 작은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침 골목청소는 깨끗한 골목을 만드는 활동이면서 주민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듣는 소통의 시간”이라며 “앞으로도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주민이 있는 곳을 찾아가고, 함께 걷고 함께 고민하는 구정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골목 청소 후 표창을 받은 류경기 중랑구청장과 구민들
골목 청소 후 표창을 받은 류경기 중랑구청장과 구민들

‘가장 낮은 곳’에서 드러나는 행정의 품격

전성수 구청장과 류경기 구청장의 청소 행정은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청소를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사람과 도시를 연결하는 행정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전 구청장은 축제가 끝난 뒤 환경공무관과 주민들을 무대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류 구청장은 빗자루를 들고 주민들과 골목을 걸으며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결국 청소는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도시를 이해하고 주민을 만나는 행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구청장의 행정은 거창한 정책이나 대형 사업에서만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새벽 골목길에서 주민과 함께 빗자루를 들고, 축제가 끝난 거리에서 묵묵히 청소하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모습에서도 행정의 품격은 드러난다.

어쩌면 주민들이 가장 원하는 행정은 멀리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가장 낮은 곳에서 주민들의 삶을 살피는 것.

전성수·류경기 두 구청장이 보여준 ‘청소 행정’이 다시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seouldream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