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한 달 생활비로 40만원 남짓을 건넨 남편으로 인해 공장과 마트 등을 오가며 두 아이를 키우고 시어머니까지 간병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30년간 가사와 육아는 물론 생계까지 책임졌지만 A씨 명의의 재산은 통장에 있는 몇백만원이 전부였다. 반면 남편 명의로는 집과 상가가 여러 채 있었다. A씨는 이혼을 결심한 뒤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지난 7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남편의 폭력과 폭언에 시달리다 결혼 30년 만에 이혼을 결심한 여성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지금도 남편을 소개해준 동네 할머니를 원망하곤 한다”고 말했다. 혼기가 찼다는 이유로 부모와 동네 어른들의 성화에 떠밀리듯 선을 보고 결혼한 A씨에게 남편이 준 생활비는 월 40만원이었다.
A씨는 “그 돈으로는 아이들을 키우기 어려워 밤에는 공장에 나가고, 마트와 식당, 요양원에서도 일을 했다”며 “생활비가 80만원으로 오른 것도 결혼한 지 20년이 훨씬 지난 뒤였다”고 말했다.
중풍으로 쓰러진 시어머니를 7년 가까이 간병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편은 A씨와 아이들에게 욕설과 폭력을 일삼았다. A씨는 남편이 던진 냄비에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기도 했다.
결국 A씨는 아이들과 함께 집을 나왔다. 남편이 찾아올까 두려워 전입신고도 하지 않은 채 몸을 숨겼고, 그렇게 6년이 흘렀다.
이후 이혼을 결심한 A씨가 재산을 확인해보니 자신의 명의로 된 재산은 통장에 있는 몇백만원이 전부였다. 반면 남편 명의로는 집과 상가가 여러 채 있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다른 사람 명의로 돌려놓거나 처분한 상태였다.
A씨는 “30년간 살림하고 아이들을 키웠고 시어머니 병수발까지 했는데 재산이 아무것도 없어 억울하다”며 “제 명의로 된 재산이 거의 없어도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는지, 이혼 소송을 할 경우 남편에게 주소를 알리지 않고 진행할 방법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김수진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는 “남편이 생활비를 현저히 적게 지급한 것은 부양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활비 부족만으로 이혼 청구가 인용되려면 경제적 능력에 비해 생활비가 현저히 부족했고, 그 기간이 장기간 이어졌으며 혼인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며 “욕설과 폭행까지 함께 주장한다면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재산분할에 대해서는 A씨가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고 남편의 재산 유지·증가에 기여했다면 분할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단순히 가사노동만 한 것이 아니라 남편이 지급하지 않은 생활비를 스스로 벌어 충당하였으므로, 이는 직접적인 재산 형성 기여로 평가될 수 있다”며 “약 30년의 혼인기간, 전업주부로서의 가사·육아·시부모 봉양, 직접 소득활동을 통한 생활비 보전 등을 종합하면, A씨의 기여도는 상당히 높게 평가될 수 있으며, 실무상 장기 혼인의 경우 50% 내외의 기여도가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남편이 재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돌려놓은 경우에도 실질이 명의신탁이라면 여전히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남편이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을 면탈할 목적으로 제3자에게 재산을 증여하거나 이전한 경우, 재산분할청구권 보전을 위한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 청구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이혼소송과 병합하여 가정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bb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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