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구호 아닌 시민 안전으로 답해야”
상암 자원회수시설 갈등에 주민 참여·행정 투명성 강조
폭염·침수 등 기후재난 대응 주문…탄소 감축 넘어 도시 안전망 강화
합정·서교·망원 상권 활력과 주거환경 조화…“주민이 체감하는 변화 만들 것”
[헤럴드경제=양정원 기자] 폭염과 집중호우가 반복되고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환경행정의 성과를 탄소 감축량이나 시설 확충 실적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지, 그 과정에서 시민의 불안과 불편은 충분히 고려되고 있는지가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채우진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마포3)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환경정책의 방향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도시의 역량은 거창한 선언보다 침수 위험을 줄이는 배수시설, 폭염을 피할 수 있는 그늘, 주민이 신뢰할 수 있는 폐기물 처리체계에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환경수자원위원회 소속인 채 의원은 지난 7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후재난 대응, 상암동 신규 자원회수시설, 자원순환 정책, 한강·공원 관리, 마포지역 생활환경 개선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그는 “환경정책은 단순히 탄소를 얼마나 줄이느냐를 넘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의 문제”라며 “기후위기에 견딜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데 정책과 예산의 무게를 실어야 한다”고 말했다.
채 의원이 제시한 핵심은 정책의 출발점과 평가 기준을 시민의 생활 현장으로 옮기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것 못지않게 재난 취약지역을 사전에 찾아내고, 생활 인프라를 정비하며, 행정 결정 과정에서 주민의 목소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상암 자원회수시설 갈등이 남긴 과제…“행정의 출발점 바꿔야”
채 의원이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현안 가운데 하나는 상암동 신규 자원회수시설 문제다. 서울 전체의 폐기물 처리 문제와 시설 인근 주민의 생활권이 맞물린 사안인 만큼 행정절차의 적법성뿐 아니라 정책 결정 과정의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최근 환경수자원위원회 회의에서 신규 시설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이 겪은 불안과 정신적 고통을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기후환경본부장과 자원회수시설추진단장으로부터 주민에 대한 공식 사과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채 의원은 이를 단순한 사과의 문제로 보지 않았다. 대규모 환경기초시설을 추진하면서 주민을 정책 결정의 주체가 아닌 사후 설명의 대상으로 여기는 행정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시설 입지의 타당성, 대안 검토 과정, 주민 의견의 반영 여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업 초기부터 지역사회가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가 사업을 추진한 뒤 주민에게 설명하는 행정에서 주민과 함께 사업의 방향을 만들어가는 행정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그래야 환경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를 높이고 불필요한 갈등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서울의 폐기물 정책 전반으로 이어진다. 처리시설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집중하기보다 애초에 버려지는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 가능한 자원이 실제로 회수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채 의원은 일회용품, 과대포장 감축, 다회용기 사용 확대, 종량제봉투에 혼합 배출되는 재활용 자원의 회수체계 개선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시민의 자발적인 실천에만 의존하는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분리배출을 강조하면서도 배출 장소가 부족하거나 수거체계가 불편하다면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시민에게 환경보호의 책임을 요구하기 전에 행정이 실천 가능한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탄소 감축 넘어 기후재난 대응으로…도시 인프라 재정비 강조
기후위기에 대한 채 의원의 접근도 생활 현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폭염과 집중호우, 침수, 한파 등 극한기후가 일상적인 위험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기존 도시시설이 변화한 기후 조건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기후재난에 취약한 지역을 사전에 파악하고 배수시설과 녹지, 그늘공간 등을 정비하는 예방 중심의 대응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후정책을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장기 목표에만 한정하지 않고 시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도시 관리의 문제로 확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채 의원은 정책을 수립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봤다. 예산이 투입됐다는 사실보다 실제 위험이 줄었는지, 시민이 변화를 느끼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한강과 공원 관리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했다.
시민의 여가와 휴식을 위한 공간은 충분히 확보하되 생태적으로 보전할 필요가 있는 구역은 명확한 기준에 따라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용 확대와 자연환경 보전을 양자택일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공간의 특성에 맞는 관리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강, 공원, 녹지가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자산인 동시에 도시의 기후 대응력을 뒷받침하는 기반시설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장사 잘되는 동네이면서 살기 좋은 동네”
채 의원의 정책적 관심은 지역구의 생활환경 문제로도 이어진다.
서강·합정·서교·망원 일대는 주거지역과 상업시설, 관광·문화공간이 밀집한 지역이다. 유동인구 증가와 상권 활성화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한편 쓰레기와 야간 소음, 보행 불편 등 주민 생활과 충돌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채 의원은 이를 상권과 주민 가운데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문제로 보지 않았다. 지역경제의 활력을 유지하면서 주민의 정주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세밀한 행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과제가 상권 밀집지역의 폐기물 관리다. 영업이 활발한 시간대와 실제 쓰레기 배출·수거시간 사이의 불일치를 줄이고 지역 특성에 맞는 수거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회용기와 재사용 체계 확대 역시 환경보호뿐 아니라 거리의 청결과 상권 이미지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했다.
야간 소음과 보행 문제도 규제만으로 접근하기보다 상인과 주민, 행정이 함께 조정할 수 있는 협의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 발전과 주민의 생활환경이 서로 충돌하는 구조가 아니라 장사가 잘되는 동네이면서 주민이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 같은 접근에는 마포구의원으로 8년간 활동한 경험이 반영돼 있다.
채 의원은 기초의회에서 복지와 도시 현안을 다루며 주민 생활과 밀접한 문제일수록 행정의 세부적인 운영 방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체감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개발사업이나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존 시설의 관리 방식과 예산 집행 과정을 개선하는 것만으로 주민 불편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시의회에서도 사업 규모나 예산 확보 실적보다는 실제 이용자의 편의와 집행 결과를 중심으로 정책을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서 듣고 의회에서 묻겠다”…정책 성과는 시민의 일상에서
채 의원은 앞으로 상암동 자원회수시설 문제와 생활폐기물 감량, 자원순환 체계 개선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기후재난에 대비한 도시 인프라와 한강·공원 관리도 주요 의정 과제로 제시했다.
지역에서는 상권 활성화와 주거환경 보호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쓰레기, 소음, 보행 등 주민 생활과 직접 연결된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그가 강조하는 의정활동의 기준은 정책의 발표가 아니라 실행 이후의 변화다. 행정이 내놓은 계획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는지, 투입된 예산이 당초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지, 시민에게 실질적인 편익이 돌아가는지를 끝까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상암동 자원회수시설 갈등에서 제기한 주민 참여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정책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집행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채 의원은 “정치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주민들이 불편하다고 말하는 그 자리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현장에서 듣고, 의회에서 묻고, 예산과 정책으로 답하는 시의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환경정책을 시민의 안전으로, 지역 발전을 주민의 삶의 질로 연결하겠다는 그의 구상이 실제 제도 개선과 예산 집행으로 이어질지가 향후 의정활동의 관전 지점이다.
7toy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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