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패터닝 ‘플립’ 기술 자체 개발
디스플레이 산업 패러다임 바꾸는 전환점
22년 대형 OLED 노하우 집약된 최고 기술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기술 혁신이라고 하면 흔히 무언가를 더하는 것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플립(FLiPP)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혁신을 시작했습니다. 무언가를 더하기 전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던 기술적 한계를 없애는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최영석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8일 온라인 테크 세미나에서 자체 개발한 차세대 OLED 패터닝 기술 ‘플립’의 개발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가 약 1년 넘게 개발한 플립(FLiPP) 기술은 기존 OLED 제조 과정에서 적·녹·청(RGB) 화소를 형성하는 데 사용하던 FMM(파인 메탈 마스크)을 없애고 포토리소그래피(노광) 공정으로 화소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FMM은 얇은 금속판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원하는 위치에 유기물을 증착하는 방식으로, 기판이 커질수록 마스크가 처지거나 화소 정렬이 어긋나는 한계가 있었다.
최 CTO는 “미세금속마스크(FMM)라는 제약을 없애고 나니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며 “픽셀이 실제 빛을 내는 면적을 넓힐 수 있게 됐고, 크기와 해상도를 확장하는 데도 훨씬 유리해졌다. 생산의 유연성과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길도 함께 열렸다”고 강조했다.
플립 기술은 전체 디스플레이 면적 중 픽셀이 차지하는 면적을 뜻하는 개구율(開口率)을 65%로 끌어올렸다. 기존 FMM 방식(42%) 대비 55% 향상시킨 결과다. 덕분에 플립 기술은 FMM 대비 휘도를 1.6배 높이거나 수명을 2.4배 늘리거나 소비전력을 13% 저감할 수 있다.
특히 플립 기술의 강점은 기존 생산 인프라를 활용하면서도 생산성을 대폭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디스플레이 시장이 과거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신규 공장을 짓고 생산능력을 확대하기보다는 기존 설비의 활용도를 높여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플립 기술은 8세대 원장(Mother Glass) 글라스를 자르지 않고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화면 제공 면적이 커지고, 기존 설비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8.6세대 신규 생산라인을 구축하지 않더라도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로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조흥렬 LG디스플레이 차세대디스플레이담당 상무는 “기존 설비를 많이 활용해 시장 침투 높일 것”이라며 “기존 FMM 방식과 오픈메탈마스크(OMM) 방식의 생산성은 2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플립은 생산성이 좋은 OMM 방식의 장점을 흡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원장 글라스에서 다양한 크기의 OLED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론상 플립 기술을 적용하면 하나의 원장 글라스에서 1인치 안팎의 스마트워치부터 100인치 이상 초대형 TV까지 생산할 수 있다. 특정 크기나 제품군에 국한되지 않고 고객 수요에 따라 생산 제품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셈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FMM을 사용하지 않는 OLED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 비전옥스의 ‘ViP’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기술 개발과 대형 기판에서의 안정적인 양산 구현은 별개 문제다. LG디스플레이는 TV와 스마트폰용 OLED를 모두 생산하며 노하우를 쌓아왔기 때문에 플립 기술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최 CTO는 “대형 TV용 화이트 OLED와 스마트폰용 RGB OLED는 물론 옥사이드와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등 박막트랜지스터(TFT) 기술까지 확보하고 있어 서로 다른 제조 기술을 결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플립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과제는 약 2200×2500㎜ 크기의 대형 유리기판 전체에서 균일한 품질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김응용 전문위원은 “W-OLED(화이트 유기발광다이오드) 양산 증착 라인에서 확보된 OLED 증착 기술과 양산 노하우를 플립 개발에 접목해 기술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며 “WOLED 양산 노하우는 향후 성능과 및 수율 조기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향후 플립 기술을 노트북과 모니터 등 IT용 OLED에 우선 적용하고 향후 고객 수요에 따라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최 CTO는 “플립에는 소재와 소자, 공정, 장비에 이르기까지 OLED 전 분야에 대한 기술적 이해가 담겨 있다”며 “현존하는 8세대 최고의 공정 혁신으로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도전하기 어렵고 두려움을 느끼게 할 기술적 해자(垓子)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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