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나 로린스 기획 및 규제 담당 팀장 인터뷰
‘민간 주도 성장’이 바스크 에너지 정책 핵심
공공 주도 프로젝트라도 지분 절반 미만으로
‘시민 참여형’ 풍력 단지 실험 대성공
“에너지 정책은 일관성이 매우 중요”
[헤럴드경제(스페인 바스크)=박혜원 기자] “정부 주도 프로젝트라도 의사결정은 민간이 하는 게 원칙입니다. 핵심 의사결정 역시 기업에 맡깁니다.”
알라나 로린스 바스크정부 에너지청 기획 및 규제 담당 팀장은 지난달 30일 바스크 무역투자청 사무실에서 진행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650억원 공공사업도 정부 지분 25%로 제한
바스크 에너지청 에너지 정책의 핵심 기조는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다. 특히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공공 에너지 사업이더라도, 정부 지분을 최소화하고 사업 주도권을 민간에 넘겨주도록 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10메가와트(㎿) 규모 수전해 설비 구축을 위해 민관이 4400만유로(약 650억원)를 들여 설립한 합작법인에서 에너지청 지분은 단 25%였다. 나머지는 바스크 소재 스페인 최대 정유사인 페트로노르가 50%, 천연가스 및 액화천연가스(LNG) 배급사 노르테가스가 25%씩을 확보했다.
로린스 팀장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프로젝트가 있으면 민간 사업자를 찾고, 공동 투자를 제안하는 방식”이라며 “공공 지분은 50% 미만으로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에너지청의 역할은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 행정기관과의 협의나 참여를 지원하고, 해당 프로젝트에 각종 지원금이나 보조금을 확보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풍력 단지 수익을 시민과 공유…모집 첫날 ‘오픈런’
최근에는 민간 참여 영역을 ‘시민’으로도 넓혔다. 시민들이 에너지 정책의 효능감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로린스 팀장은 최근 가장 성공적이었던 사례로, 시민 참여형 펀딩으로 진행한 ‘라브라사 풍력발전단지’를 꼽았다.
이베르드롤라와 바스크 에너지기구(EVE) 합작 법인이 40메가와트(㎿) 규모의 육상풍력 발전단지를 짓는 이 프로젝트에서 바스크 정부는 최초로 ‘시민 참여 펀딩’을 도입해 자금을 조달했다. 최소 1000유로 이상을 시민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해, 연 7%의 고정 수익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수익금 지급에 대한 부분은 바스크 정부가 부담한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로린스 팀장은 “라브라사 프로젝트의 20%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고, 모집 첫날에 시민에 배정된 지분이 모두 채워졌다”며 “시민들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해 일종의 프로젝트 소유자가 되면, 해당 사업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에너지청에선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시설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전기료 할인 혜택을 주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지원 대상을 인접 지역 주민뿐 아니라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지역까지 넓힌단 점이다. 로린스 팀장은 “발전시설이 실제로 위치한 지역뿐 아니라, 발전소에서 전력을 연결하기 위해 케이블을 설치해야 하는 경우엔 케이블이 지나가는 지역 주민들도 혜택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울러 로린스 팀장은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정책의 ‘안정성’을 언급했다. 그는 “에너지 정책에선 정책의 일관성이 매우 중요하다. 집권 정당이 바뀌면 일부 정책 방향도 달라질 수 있지만,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일종의 공통된 합의가 있다”며 “산업을 유지하고, 산업계가 에너지 전환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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