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먹으면 식후 혈당 반응↓
저녁 혼밥, 우울감 커질 수 있어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1인 가구 증가와 디지털·인공지능(AI) 서비스 확산으로 사람 간 대면 소통이 줄어드는 양상이다. 사회적 교류가 감소하는 가운데, 식사도 혼자 할 때가 많으면 신체·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주목할 만한 최근 연구는 “혼자 먹느냐, 가까운 사람과 함께 먹느냐에 따라 식후 혈당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스라엘 논문이다. 지난달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가 소개했다.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셰바 메디컬센터 공동 연구진이 일반 성인 108명에게 실험한 결과, 동일한 탄수화물 식사를 가까운 사람과 함께 식사했을 때 식후 혈당 반응은 혼자 먹었을 때보다 15% 낮았다. 혈당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는 속도도 빨랐다.
연구진은 이를 ‘사회적 생리학’으로 해석했다. 가까운 사회적 관계가 혈당·체온·스트레스 등을 조절하는 신체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회적 생리학은 사회적 관계가 몸의 생리 작용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연구진은 “혈당 조절은 무엇을 먹느냐의 문제뿐 아니라, 누구와 함께 먹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사랑하는 사람과 가까이 있으면 신체 기능이 더 잘 작동된다”고 밝혔다.
대사증후군과 식사 동반자와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도 있다. 높은 혈당 수치는 대사증후군의 핵심 요인 중 하나다.
한국과 미국의 공동 논문(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2018)에 따르면 연구진은 성인 8988명을 대상으로 ‘세 끼를 모두 다른 사람과 함께 섭취하는 집단’을 대조군으로 두고, 혼자 먹는 그룹은 끼니 조합(아침·점심·저녁)에 따라 7개 ‘혼밥 집단’으로 나눴다.
그 결과, 세끼 중 ‘저녁’을 혼자 먹는 ‘남성’ 집단이 대사증후군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대조군보다 1.5배 높았다. 특히 중년(40~64세) 남성 가운데 세 끼를 모두 혼자 먹는 집단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50%로, 해당 연령대의 식사 유형별 집단 중 가장 높았다.
정신건강 측면에서는 우울 증상과 관련된 연구가 여럿 있다. 대한가정의학회지(2021년)가 다룬 서울대학교병원 논문에 따르면 저녁을 혼자 먹는 집단에서 우울 증상이 더 흔하게 나타났다. 저녁을 혼자 먹는 집단은 다른 사람과 함께 먹는 집단보다 우울 증상의 오즈(odds·증상이 있는 사람 수를 없는 사람 수로 나눈 값)수치가 42% 높았다. 성별로는 남성의 연관성이 더 컸다.
물론 혼자 하는 식사를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다. 혼밥 자체를 문제로 볼 수 없지만, 평소 외로움을 느끼는 상황에서 잦은 혼밥은 우울감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함께 먹는 식사’는 전 세계적 건강식으로 인정받는 전통 지중해 식단(Mediterranean Diet)에서도 중요한 조건이다. 유네스코는 지중해 식단을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2010)에 올리면서, 식재료 구성과 더불어 ‘함께 먹는 문화’를 핵심 요소로 봤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인 신재현 강남푸른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가까운 사람과 함께 밥을 먹으며 일상을 나누는 시간은 ‘나는 누군가와 연결돼 있다’는 소속감과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탁에서 오가는 관심과 공감은 외로움과 스트레스를 덜어주고, 우울할 때 사람을 피하며 고립되는 악순환 방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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