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관 5명 중 1명 ‘비수사 부서’

2023년 후 수사 부서 기피 현상

“근무 여건 개선해야 기피 줄어”

경찰도 수사관 우대 방안 검토 중

수사 부서를 떠나는 수사관 연출 일러스트. [AI로 제작]
수사 부서를 떠나는 수사관 연출 일러스트. [AI로 제작]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경찰 수사관을 키우라고 하지만…또 숨을 사람들은 숨죠. 우리 회사는 숨을 곳이 워낙 많아요.” (일선 수사 부서 과장)

이달 형사사법체계의 대변혁과 함께 경찰은 민생사건 수사를 전담하는 유일한 수사기관이 됐다. 경찰은 올해에만 수사관 정원을 4000명 늘리며 수사 역량을 확대하고 있지만 일선 수사관 현장에서는 수사 기피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때도 수사경과자(수사관 자격 소지자)의 수사 부서 근무율이 일시적으로 올라갔으나, 시간이 지나자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번 형사사법체계 개편 때도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9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2019년~2026년 경찰 수사경과자 근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수사경과자 중 비수사 부서 근무자 비율은 22.1%로 파악됐다.

모든 경찰이 수사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먼저 경찰이 된 후 별도의 시험에 합격해야만 수사관이 될 수 있다. 연 1회 일정한 시험 또는 관서장 추천으로 취득할 수 있는데, 이러한 자격을 갖고도 비수사 부서에 근무하는 경우가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2019년~2026년 경찰 수사경과자 비수사부서 근무 현황. [AI로 제작]
2019년~2026년 경찰 수사경과자 비수사부서 근무 현황. [AI로 제작]

올해 상반기 기준 수사경과를 가진 경찰관은 3만9657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수사 부서 근무 경찰은 3만825명, 비수사 부서 근무 경찰은 8762명이다. 수사경과자의 비수사 부서 근무율은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일시적으로 개선됐다가 다시 내려가고 있다.

연도별로 보면 수사경과자의 비수사 부서 근무율은 ▷2019년 23.2% ▷2020년 25.4% 수준이었다. 이후 검경수사권이 조정된 2021년(24.9%) 이후 ▷2022년 22.6% ▷2023년 16.3%까지 개선됐다.

그러나 이듬해 다시 수사 부서를 떠나는 수사관들이 늘었다. 일시적으로 감소했던 비수사 부서 근무 비율은 2024년부터 다시 20%대로 돌아왔다. 수사경과자의 비수사 부서 근무율은 ▷2024년 20.1% ▷2025년 23.3% ▷2026년 22.1%로 집계됐다.

경찰 관계자는 “비수사 부서 근무 인원에는 ▷기동대 의무복무 ▷휴직·파견 ▷학교전담경찰관(SPO)·학대예방경찰관(APO) 등과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계 내근 및 감찰 등 수사 유관 부서 근무자도 포함된 숫자”라고 설명했다.

일선 수사 부서의 한 과장은 “육아 문제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닌데 수사경과자가 기동대로 간다고 하면 ‘도망간다’고 하기도 한다. 수사경과가 있는데 비수사부서로 가는 건 바람직한 경우는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다른 경찰 수사관은 “젊은 수사관들 사이에서는 ‘패션 수사경과’라는 말도 있다”며 “수사관이 되기 위해 수사경과를 따는 게 아니라 수사경과자 이름을 갖기 위해 따는 경우도 있다”고 일선 분위기를 전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보상 실망”…경찰, 우대 방안 고심

경찰관의 수사 기피 현상은 지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관들의 실망이 반영됐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수사권이 조정되면 수사 경찰관의 권한이 늘고, 사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다”며 “막상 제도가 바뀌고 보니 수사관 입장에서는 보상은 없고, 업무량만 늘었다. 그에 대한 부작용으로 수사관 기피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형사사법체계 개혁 이후 수사관 직무 환경도 개선돼야 할 숙제다. 임 교수는 “수사 경찰관의 직무 환경이 변화해야 과거 검경 수사권 조정 때와 다를 것”이라며 “승진을 위한 인사상 혜택 또는 수당 등 성과에 대한 보상이 유인책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도 새 형사체계에서 수사관 증원을 위한 보상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28일 수사 전문가 양성을 위한 방안에 대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먼저 경위 이하 수사관 중 수사실적 우수자의 근속 기간을 1년 단축하는 방안과 경정급 수사 경찰 중 매년 심사를 통해 역량 우수자를 선발 후 최대 4년까지 계급정년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경감 수사팀장 특진 확대를 위해 현재 운영 중인 국수본 경정·팀 특진을 내년부터 확대하고, 타 부서 대비 업무량과 사건 난도가 높은 통합수사·여청수사팀의 경우 치안 성과평가에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이다.


20k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