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은 원칙대로, 정치는 민생으로”
골목상권 침체·소상공인 경영난 진단…디지털 전환 등 맞춤형 지원 강조
본예산·추경 편성 과정 문제 제기…“성과 앞세워 절차 생략해선 안 돼”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주민 갈등 교훈…행정편의주의 벗어난 소통 주문
[헤럴드경제=양정원 기자] 서울시 예산이 아무리 늘어나도 시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재정 투입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경제지표가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골목상권의 매출이 제자리걸음이라면 정책의 성과를 다시 살펴야 한다. 수조 원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 역시 주민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갈등과 지연이라는 비용을 치르게 된다.
박규남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동대문4)이 의정활동에서 주목하는 지점이다. 정책의 성패를 행정기관이 제시하는 수치나 사업 규모가 아닌 시민의 생활 변화에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아무리 취지가 좋은 사업이라도 예산 편성과 집행의 기본 원칙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소속이자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박 의원은 지난 8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민생경제 회복, 재정 운영의 책임성, 지역 교통망 확충, 시민참여 확대를 주요 의정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특히 민생 현안에 대한 정치권의 공동 대응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민생 회복에 여야가 어디 있겠습니까.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제안이나 정책이라면 충분히 협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 민생…골목상권부터 살펴야
박 의원이 서울시 경제정책에서 가장 먼저 들여다보는 곳은 대형 산업시설이나 주요 경제지표가 아닌 동네 상점과 전통시장이다.
선거 과정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그 출발점이었다. 매출 감소와 경영비용 부담을 호소하는 상인들에게 거시경제 회복은 여전히 먼 이야기라는 것이다.
박 의원은 “선거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소규모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었다”며 “여러 경제지표가 개선되더라도 지역에서 느끼는 체감경기와는 여전히 간극이 있다”고 했다.
그는 골목상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원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일시적인 재정지원만으로는 소비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디지털 활용 능력이 매출과 직결되는 상황도 주목했다. 같은 상권에 있더라도 온라인 홍보와 판매망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사업자 간 경쟁력 차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 지원정책은 업종, 사업 규모, 디지털 활용 수준 등을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단순히 지원 대상과 예산을 확대하는 데 머물지 않고 실제 매출 증대와 경영 안정으로 이어지는지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박 의원은 서울시 재정 운영과 관련해 보다 분명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가 의정활동 과정에서 확인한 문제는 예산 부족 자체보다 편성과 집행 과정에서 원칙이 충분히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본예산에 이미 반영된 사업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는데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다시 재원을 확보하려 하거나, 제도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정지원부터 추진하는 방식 등을 지적했다.
예산은 정책을 실현하는 수단이지만 동시에 시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 자원이다. 따라서 사업의 필요성과 별개로 재정 투입의 타당성, 집행 가능성, 법적 근거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의원은 “의회에서 느낀 문제를 표현하자면 무원칙·무절차”라며 “결과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과정이 생략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각각의 권한을 존중하면서 원칙과 절차를 제대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집행기관과 의회의 역할에 대한 인식과도 연결된다. 서울시가 예산을 편성하고 의회가 심의·의결하는 구조에서는 서로의 권한을 존중하는 동시에 충분한 검증과 견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예산 심사가 사업의 추진 여부만 판단하는 절차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봤다. 정책이 왜 필요한지, 기존 사업과 중복되지는 않는지, 실제 집행이 가능한지까지 확인해야 재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강조하는 원칙은 특정 사업에 대한 반대가 아니다. 시민에게 필요한 정책일수록 추진 과정의 정당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지속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가 남긴 과제…주민 동의 없는 행정의 한계
서울시 전체의 재정 문제에서 지역 현안으로 시선을 돌리면 박 의원의 관심은 행정과 주민 사이의 신뢰로 이어진다.
그는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을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는 서울 동북권의 만성적인 교통혼잡을 완화하고 지상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주요 사업이다. 그러나 공사에 필요한 수직구 설치 위치를 둘러싸고 주민 반발이 발생하면서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소통 문제가 불거졌다.
당초 녹지공간 활용 방안이 검토됐으나 주민들의 반대가 이어졌고 이후 위치 조정 과정에서도 갈등이 지속됐다는 설명이다.
박 의원은 사업의 필요성 자체보다 추진 방식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정기관이 비용과 공사 효율성을 중심으로 계획을 수립한 뒤 주민설명회를 진행하는 방식으로는 지역사회의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행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행정편의주의라고 본다”며 “위치를 먼저 정해놓고 설명회를 사후 절차처럼 진행하면 주민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주민 의견 수렴을 사업 추진 이후의 형식적인 절차가 아닌 정책 설계 단계부터 반영해야 할 핵심 과정으로 바라봤다. 초기 단계에서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후 갈등을 해결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행정력이 투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도시기반시설 사업에서 행정의 효율성과 주민 수용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지역 의정활동에서는 교통환경 개선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동대문구 장안동 일대의 버스 노선과 증차 문제는 주민들의 일상적인 이동 편의와 직결된 현안이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부족하거나 배차 간격이 길어질 경우 출퇴근과 통학은 물론 지역 상권 이용에도 불편이 발생할 수 있다.
박 의원은 이러한 생활 교통 문제를 지속적으로 살펴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도시철도 면목선 추진 역시 관심을 기울이는 사업이다. 면목선은 서울 동북권의 철도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교통 인프라 사업으로, 지역 주민들의 이동 여건과 생활권 연결에 영향을 미치는 현안이다.
박 의원은 대규모 교통사업과 생활밀착형 교통 개선을 별개의 과제로 보지 않았다. 철도망 확충이라는 중장기 과제와 버스 노선 조정 등 일상적인 불편 해소가 함께 이뤄져야 주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는 인식이다.
지역 개발사업에서도 교통과 생활 기반시설을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회 문턱 낮추고 시민참여 복원…정책 결정 과정 바꾼다
박 의원은 서울시의회 대변인으로서 의회와 시민 사이의 거리도 좁히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서울시의회는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의 예산을 심의하고 조례를 제정하는 등 시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이 시의원의 역할이나 의회의 의사결정 과정을 충분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의정활동의 성과를 알리는 것뿐 아니라 시민들이 의회에 의견을 전달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소통 기반을 넓히는 일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박 의원의 이력과도 맞닿아 있다.
시민단체 활동을 시작으로 서울시 협치지원관, 경기도의회 정책지원관, 국회의원 비서관 등을 거치며 행정과 의회, 시민사회를 두루 경험했다. 현장에서 제기된 요구가 실제 정책과 예산으로 연결되는 과정에 관심을 기울여 온 배경이다.
특히 시민참여예산 제도의 보완을 과제로 제시했다. 과거보다 축소된 시민참여의 기회를 확대하고 주민 제안이 정책 결정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시민참여가 단순한 의견 청취에 그치지 않고 예산과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박 의원은 의회의 역할 역시 시민의 요구를 대신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행정이 이를 검토하고 실행하도록 견인하는 데 있다고 봤다.
박 의원은 인터뷰 말미에 첫 선거 당시 주민들에게 들었던 당부를 떠올렸다.
정치에 처음 도전했을 때의 절실함을 잊지 말고 당선 이후에도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달라는 말이었다.
그는 이 당부를 초선 의원으로서 지켜야 할 의정활동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민생경제 회복과 예산 원칙 확립, 교통망 확충, 시민참여 확대는 서로 다른 정책 분야처럼 보이지만 결국 시민의 요구를 행정과 제도에 얼마나 충실히 반영하느냐의 문제로 연결된다.
박 의원은 “처음 출마했을 때 가졌던 절실함을 잊지 않겠다”며 “주민의 목소리가 실제 정책과 예산에 반영되는 의정활동을 펼치겠다”고 했다.
7toy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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