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검찰 수사 결과 발표
호주 유학 때 극단주의 빠져
검찰 “채용 절차 때 징후 없었다”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이스라엘로 가던 여객기 안에서 부기장이 기장을 공격했다. 이 부기장은 비행기를 몰고 이스라엘 공항 건물로 돌진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1년 미국 9·11 테러를 따라 하려 했다는 것이 UAE 검찰의 수사 결과다.
알자지라 방송과 UAE 일간 더 내셔널 등 외신에 따르면 하마드 사이프 알샴시 UAE 검찰총장은 9일(현지시간) 국영 WAM 통신을 통해 이 같은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알샴시 총장은 “부기장이 조종실에 있던 비상용 도끼로 기장을 공격했다”며 “(부기장은)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 여객터미널로 비행기를 추락케 해 많은 사람을 숨지게 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사건은 지난달 30일 일어났다. UAE 두바이를 떠나 텔아비브로 가던 플라이두바이 FZ1073편 조종실에서 부기장이 기장을 공격했다. 기장은 머리를 다쳤다. 비행기는 약 2분 만에 5㎞ 넘게 아래로 떨어졌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돌아오는 편을 몰기 위해 승객 자리에 앉아 있던 같은 회사 조종사가 조종실로 들어갔고, 승무원과 승객이 힘을 보태 부기장을 붙잡았다. 비행기는 사우디아라비아 타북 공항에 비상착륙했다. 비행기에는 승객 등 170여 명이 타고 있었다.
부기장은 오만 국적의 29세 남성이다. 검찰은 그가 2017년 호주 멜버른에서 유학하던 때부터 극단주의에 빠져들기 시작했다고 봤다. 테러단체와 자살 공격을 치켜세우는 글과 영상을 이 무렵 접했다는 것이다.
부기장은 “9·11 테러에서 영감을 얻어 비행기로 비슷한 공격을 하겠다고 마음먹었고, 그래서 조종사의 길을 택했다”는 취지로 자백했다. 범행에 앞서 텔아비브행 비행에 두 차례 나서며 항로와 공항을 익혔다. 테러를 부추기는 자료를 더 찾아보고, 개인 코치에게 권투를 배우며 몸과 마음을 준비했다고도 털어놨다. 부기장은 공범 없이 혼자 벌인 일이라고 진술했다. 다만 검찰은 이 말이 사실인지 계속 확인하고 있다.
현재 검찰은 부기장이 조종사 면허와 범죄 경력이 없다는 증명서를 갖췄고, 채용 과정에서 극단주의 성향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ABC 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가 2024년 오만항공에서 극단주의 성향이 문제가 돼 비행 업무에서 빠졌다고 앞서 보도했다. 검찰 발표는 그가 오만항공에서 일했다는 사실만 밝혔을 뿐, 이 보도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플라이두바이는 두바이 정부가 소유한 항공사다.
UAE 당국은 부기장의 이름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로이터·AP 통신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그가 하맘 알함마미라고 전했다. 호주 쪽도 수사에 나섰다. 호주 연방경찰과 정보기관이 함께하는 합동대테러팀은 그가 호주에 머물던 시절을 조사하고 있다. 호주 ABC 방송은 그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호주에서 공부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사건이 일어나고 약 9시간 뒤 그의 이름으로 된 링크트인·인스타그램 계정에 알카에다 전 우두머리 아이만 알자와히리 등의 사진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당시 부기장은 이미 붙잡힌 상태였다. 누가 올렸는지, 미리 예약해 둔 게시물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두 계정은 지금 지워졌다. 플라이두바이는 사건 뒤 이스라엘 노선 운항을 멈췄다.
9·11 테러는 이슬람 테러단체 알카에다가 2001년 9월 11일 여객기 4대를 납치해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국방부 청사 등에 충돌시킨 사건이다. 약 3000명이 숨졌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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