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수 실종자 보상·상속 길 열려

한국인 9명 수색은 주말 마무리

구조·수색대원이 수색견과 함께 2026년 9월 30일 네팔 누와코트 지역 트리슐리강변에서 8월 26일 발생한 돌발 홍수의 피해자를 찾고 있다. [AFP]
구조·수색대원이 수색견과 함께 2026년 9월 30일 네팔 누와코트 지역 트리슐리강변에서 8월 26일 발생한 돌발 홍수의 피해자를 찾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네팔 정부가 재난으로 실종된 사람을 법적으로 사망한 것으로 인정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 12년에서 약 45일로 줄였다. 지난 8월 대홍수로 가족을 잃고도 법적 사망 확인을 받지 못했던 실종자 5000여 명의 유족이 국가 보상금 수령과 재산 상속 절차를 밟을 수 있는 제도적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10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전날 키란 포카렐 네팔 대통령 공보보좌관은 “재난 관련 법률에 관한 긴급명령이 발령됐다”고 밝혔다. 다만 법 조항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정되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긴급명령은 의회가 열리지 않는 동안 내각 권고를 받아 대통령이 내리는 명령으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네팔 내각은 지난 7일 이 명령을 대통령에게 권고했다. 당시 사스미트 포카렐 정부 대변인은 “현행 12년인 기간이 45일가량으로 단축된다”고 설명했다고 현지 매체 온라인카바르가 전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8월 26일 발생한 대홍수에 따른 후속 조치다. 중국 국경과 맞닿은 네팔 북부 히말라야 산악 지대에서 산과 빙하가 무너지며 발생한 급류가 중북부 여러 지역을 휩쓴 지 이날로 45일째를 맞았다.

피해 규모는 여전히 크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5일 기준으로 최소 1455명이 숨지고 5285명이 실종됐다고 보도했다. 수습된 시신 가운데 신원이 확인돼 가족 품으로 돌아간 유해는 112구에 그쳤다고 AFP는 전했다.

그간 실종자 가족들은 행정적 제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 왔다. 네팔 민법은 실종된 지 12년이 지나야 사망한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공식 사망 확인 서류가 없어 정부 보상금이나 보험금을 받지 못하고, 재산 상속 절차도 진행하기 어려웠다. 법원에 개별 사망 선고를 청구하는 제도가 있으나, 수천 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대규모 참사에서는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네팔 정부는 재난 사망자 유족에게 첫 희생자 기준 20만 네팔루피(약 174만 원), 추가 희생자 1인당 10만 네팔루피(약 86만 8000원)의 보상금과 함께 최대 2만 5000 네팔루피(약 21만 7000원)의 장례 비용을 지원한다.

영국 BBC는 바그마티주 베트라와티i 마을 주민 마단 랄 라왓 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형제 망갈 씨를 포함해 가족 5명이 실종된 뒤 관청을 찾았으나 사망 확인 서류를 받지 못했다. 라왓 씨는 “불확실한 점이 너무 많다”고 BBC에 상황을 전했다.

네팔 정부의 현장 수색 체제도 전환 국면에 들어섰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5일 파닌드라 파우델 네팔 국가비상운영센터 센터장은 “생존자 수색·구조 단계에서 시신 수습과 현장 안정을 위한 수색·복구 단계로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인 실종자 9명을 찾는 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바그마티주 라수와 지역 어퍼트리슐리-1(UT-1)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한국남동발전 직원 3명과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6명이 대상이다. 연합뉴스는 양사가 굴삭기 등 중장비를 활용한 발굴 작업만 남기고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기존 육상 수색을 마칠 방침이라고 10일 보도했다. 오는 11일부터 네팔 최대 명절인 ‘다사인’ 연휴가 시작돼 현지 인력 확보가 어려워진 영향이다.

긴급명령은 의회가 다시 열리면 상·하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승인을 얻지 못하면 효력을 상실한다. 실종자 가족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정 절차를 거쳐 사망 확인을 받게 되는지에 대한 세부 지침도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