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본형 2만9890달러
니로 EV보다 1만달러 저렴
배터리 2종·전륜·사륜 선택
최대 주행거리 517㎞
현지 매체 “볼트보다 선택지 많고 패키징 뛰어나”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기아가 3만달러(약 4300만원) 아래로 가격을 낮춘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3’를 앞세워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섰다. 보조금 축소와 전기차 수요 둔화로 저가형 전기차마저 고전하는 미국에서 현지 자동차 매체들은 EV3의 가격과 공간, 주행거리, 선택지에 잇달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EV3의 미국 판매가격은 기본형 ‘라이트’ 전륜구동 모델 기준 2만9890달러다. 목적지 배송비 1495달러는 별도다. 기존 기아의 엔트리 전기차였던 니로 EV(3만9700달러)보다 약 1만달러 낮췄다.
직접 경쟁할 쉐보레 볼트와 닛산 리프와도 가격대가 비슷하다. 미국에서 신형 볼트는 2만8995달러, 리프는 2만9990달러부터 시작한다. 사실상 3개 모델이 3만달러 안팎의 보급형 전기차 시장에서 맞붙는 구도다.
EV3가 차별화를 꾀하는 부분은 선택지다. 58.3㎾h와 81.4㎾h 두 가지 배터리를 운영하고 전륜구동뿐 아니라 사륜구동(AWD)도 고를 수 있다. 미국 기준 트림도 5개로 세분화했다. 볼트와 리프에는 없는 사륜구동 모델까지 마련했다.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은 최근 캐나다 밴쿠버 아일랜드에서 EV3를 시승한 뒤 “우리가 기다려온 합리적인 가격의 전기차”라고 평가했다. 특히 볼트 EV보다 다양한 배터리와 구동방식, 트림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기본형에는 58.3㎾h 배터리가 탑재돼 미국 기준 221마일(약 356㎞)을 주행한다. 81.4㎾h 배터리를 장착한 전륜구동 모델은 최대 321마일(약 517㎞)까지 달릴 수 있다. 사륜구동 모델은 같은 대용량 배터리를 사용하며 주행거리는 280마일(약 451㎞)이다.
캐나다에서도 가격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 현지 판매가격은 각종 비용을 포함해 기본형 기준 3만9321캐나다달러부터 시작한다. 캐나다 매체 글로브앤드메일은 EV3를 현지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저가 전기차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면서 실내 공간과 승차감, 정숙성 등에 높은 점수를 줬다.
작은 차체에 비해 공간 활용성이 좋다는 평가도 공통적으로 나왔다. 2열을 접으면 적재공간이 약 1600리터까지 늘어나고, 보닛 아래에는 충전 케이블 등을 넣을 수 있는 소형 프렁크도 마련됐다.
북미형 EV3는 국내와 유럽 판매 모델과 차이도 있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기존 EV3와 달리 북미형은 멕시코에서 생산되며 사륜구동 모델이 추가됐다.
전륜 모델은 최고출력 201마력, 사륜구동 모델은 261마력을 발휘한다. 고성능 GT는 288마력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마일(약 97㎞)까지 5.4초 만에 가속한다.
주행감각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일렉트렉은 밴쿠버 아일랜드의 포장도로뿐 아니라 비포장 벌목도로에서 EV3를 몰아본 뒤 차체가 노면에 안정적으로 붙어 있는 느낌과 승차감을 장점으로 꼽았다.
소프트웨어 개선도 눈길을 끌었다. 현대차·기아 전기차 운전자들이 불편하다고 지적해온 원페달 주행 기능 ‘i-페달’ 설정이 시동을 껐다 켜더라도 유지되도록 바뀌었다. 이전에는 차량을 다시 운전할 때마다 기능을 재설정해야 했다.
가격을 낮춘 만큼 포기한 부분도 있다. EV6와 EV9 등에 사용된 800V 초고속 충전 시스템 대신 400V 시스템을 적용했다. 배터리 종류에 따라 최대 충전출력은 약 100~127㎾ 수준으로, 급속충전 시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약 30분이 걸린다.
현지 매체들도 이 부분을 EV3의 약점으로 꼽았다. 다만 니로 EV와 비교하면 급속충전 시간은 약 30% 단축됐다는 게 기아의 설명이다. 북미 충전규격인 NACS 포트와 플러그앤차지 기능도 지원한다.
또 다른 변수는 실제 판매가격이다. 시작가격은 3만달러를 밑돌지만 옵션과 트림을 올리면 가격이 빠르게 상승한다.
일렉트렉이 시승한 일부 모델은 4만1000달러 수준이었고 GT-라인 사륜구동은 4만3490달러부터 시작한다. 매체는 딜러들이 고가 사양 위주로 재고를 확보할 경우 소비자가 체감하는 EV3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아는 EV3가 향후 미국 시장에서 브랜드 내 가장 많이 팔리는 전기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초기 판매도 시작됐다. 미국 판매는 지난 8월 중순 시작됐으며 9월에 514대가 판매됐다. 현지 딜러가 확보한 재고도 약 1300대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EV3가 투입된 미국 전기차 시장의 환경은 녹록지 않다. 신형 볼트와 리프도 3만달러 안팎의 가격을 내세웠지만 판매가 기대만큼 빠르게 확대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7500달러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와 전기차 수요 둔화, 저렴한 중고 전기차 공급 확대 등이 신차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아 역시 영향을 받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에서 EV6 판매량은 약 45% 줄어 6264대에 그쳤다. 반면 대형 전기 SUV EV9은 1만2429대가 판매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럼에도 기아는 장기적으로 보급형 전기 SUV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는 미국 대중형 전기 SUV 시장이 2030년 40만대 이상으로 커지고, 엔트리급 비중도 35%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에서 먼저 확인한 판매 성과도 자신감의 배경이다. EV3는 2024년 유럽 등에 먼저 투입됐으며 올해 상반기 유럽에서 약 2만7000대가 판매돼 현대차그룹 전기차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모델로 올라섰다. 지난해에는 ‘2025 월드 카 오브 더 이어’에도 선정됐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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