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수 의원 “제도 틈새 방치해선 안돼”

사업자가 휴·폐업이 아님에도 연락 두절이나 답변 거부 등으로 한국소비자원이 조치할 수 없었던 피해구제 현황 [유동수 의원실 자료]
사업자가 휴·폐업이 아님에도 연락 두절이나 답변 거부 등으로 한국소비자원이 조치할 수 없었던 피해구제 현황 [유동수 의원실 자료]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판매자의 정당한 이유 없는 잠적·연락두절로 인해 피해구제를 하지 못한 사건이 최근 3년 8개월간 2900건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올해 8월까지 사업자가 휴·폐업 상태가 아님에도 잠적·연락두절·답변거부·먹튀 등으로 피해구제가 이뤄지지 못한 사건이 2909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3년 639건, 2024년 983건, 2025년 774건, 2026년 8월까지 513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2024년에는 특정 온라인 업체 한 곳에서만 약 100회가량의 피해 신고가 집중적으로 접수되며 건수가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피해 유형별로는 계약불이행이 1071건으로 가장 많았다. 계약해제·위약금 787건, 청약철회 400건이 뒤를 이었다. 업종별로는 문화·오락서비스 724건, 의류·섬유신변용품 319건 , 토지·건물·설비 193건, 정보통신서비스 154건 순으로 광범위하게 피해가 나타났다.

현행법상 사업자가 폐업하지 않고 사업자등록을 유지할 경우 ‘정상 사업자’로 분류된다. 게다가 소비자원의 피해구제 절차가 사업자의 자율적 협조 요청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연락두절인 사업자에 대해 소비자원이 대응할 강제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피해구제 단계에서만 2909건이 ‘처리불능’으로 막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분쟁조정마저 연락 두절로 절차가 시작되지 못한 채 27건이 각하·처리불능 처리됐다. 현행 절차가 오히려 고의로 연락을 끊고 버티는 악성 사업자에게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셈이다.

유동수 의원은 “외형상 정상 사업자등록을 유지한 채 소비자의 권리 행사와 사실 확인 요청을 고의로 차단하는 행위는 소비자를 두 번 울리는 일”이라며 “사업자의 자율적 협조에만 의존하는 현행 피해구제 제도의 한계가 악성 불응 사업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피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상 사업자와 실질적 불응 사업자 사이에 발생하는 제도적 틈새를 방치한다면 소비자 보호 제도의 신뢰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연락두절·답변거부 사업자에 대한 독립 관리지표 신설과 반복 불응 사업자 집중 관리 및 행정 제재 도입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sp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