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내년 기초예술 분야 공모사업에 939억원이 들어간다. 역대 가장 큰 규모다. 올해 603억원보다 300억원 넘게 늘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다음 달 5일까지 2027년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 지원신청을 받는다고 12일 밝혔다. 문예진흥기금은 문학·미술·공연 같은 순수예술을 키우기 위해 마련됐다. 공모 분야는 현장진입, 문학, 시각예술, 다원예술, 공연예술, 국제교류 등 6개다.
최대 규모 지원금은 예술가에게 직접 돌아가는 창작 지원에 먼저 쓰인다. 창작공간과 비평·연구처럼 예술의 바탕을 다지는 영역도 함께 챙긴다. 해외로 나가는 길도 넓힌다. 국제교류 예산은 올해의 2.5배가 넘는 42억3000만원으로 잡혔다. 국내 예술가와 작품의 해외 진출, 해외 예술가를 국내로 초청하는 사업 등에 쓰인다.
예술가의 성장 단계에 맞춘 지원도 촘촘해진다. 예술 현장에 막 발을 들인 예비예술인 지원 예산은 127억원으로 늘었다. 창작·실연(무대에 서는 연주·연기) 인력을 고용하도록 돕는 예산도 167억원으로 키웠다. 이 지원을 받는 인원은 올해 365명에서 내년 690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청년 예술가 지원은 기존 ‘청년예술가도약지원’은 내년부터 장르별 4개 사업으로 나뉜다. 예산은 16억1000만원에서 28억원으로 늘어난다. ‘만 34세 이하’라는 나이 기준 대신 장르마다 특성에 맞춰 지원 기준과 내용을 새로 짠다. 신진에서 유망, 중견 예술가로 끊기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잇겠다는 취지다.
이번 개편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출발했다. 아르코는 예술계 관계자 852명이 참여한 예술생태계 연구를 진행했고, 장르별 현장 업무보고와 44차례의 라운드테이블·간담회를 거쳤다.
신청 문턱도 낮춘다. 사업 이름을 분명히 명시해 지원 분야를 알 수 있도록 장르별 사업명을 손봤다. 12일부터는 ‘AI 안내 챗봇’이 지원사업 내용과 신청 절차를 알려준다. 조건을 입력하면 신청할 수 있는 사업을 바로 찾아주는 ‘맞춤형 공모사업 찾기’ 서비스도 문을 열었다.
AI를 사용 기준도 다시 세웠다. 아르코는 ‘책임 있는 AI 활용’ 가이드를 고쳐, 창작 과정의 일부를 스스로 해내는 ‘에이전트 AI’까지 AI의 범위에 넣었다. 가이드는 창작의 중심이 사람인 예술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AI를 썼다면 그 사실을 신청서에 적도록 권한다. 다만 AI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점수를 더하거나 깎지는 않는다. 심사는 작품의 예술적 가치와 사업계획이 알맞은지 등 사업별 기준에 따른다. 반대로 심의위원이 신청서 같은 평가 자료를 AI에 넣는 것은 금지된다.
이번 접수에 들지 않은 사업도 있다. 공연예술창작산실(대본공모)을 시작으로 문학공간활성화지원, 공연예술대관료지원, 인바운드국제협력강화 등은 내년 1월부터 사업별 일정에 따라 따로 공모한다. 좋은 연극과 창작뮤지컬이 공연장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도록 돕는 ‘공연장연계대표작육성지원’도 76억원 규모로 새로 선보인다.
이범헌 위원장은 “역대 최대 규모의 지원예산이 편성된 2027년은 기초예술의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아르코의 공모사업이 예술가의 창작과 성장을 촉진하고, 국민의 풍요로운 문화 향유로 이어질 수 있도록 예술현장을 든든히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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