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월급·퇴직금만…‘위로금 없는’ 희망퇴직
“당연히 지급해야 할 돈이 퇴직 조건으로” 비판
‘목표치 30% 수준’ 급감한 매출 등 재정난 발목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기업회생절차를 밟는 홈플러스에서 희망퇴직과 관련한 내부 반발이 고개 들고 있다. 사측이 밀린 임금과 퇴직금만 조건으로 한 ‘위로금 없는’ 희망퇴직을 제시하면서다. 지난달 착수한 홈플러스 매각의 인수자도 나타나지 않는 등 회생계획안 인가 한 달여 만에 다시 위기에 봉착한 분위기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7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2일 회생계획안 인가 이후 첫 희망퇴직이다. 사측은 기업회생절차 개시 전 126개였던 영업 점포가 67개로 줄어들면서 유급휴업 직원이 50%까지 늘어난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희망퇴직 신청은 오는 22일까지 진행된다. 신청자는 31일자로 홈플러스를 떠나게 된다.
문제는 이번 희망퇴직 조건에 위로금이 포함되지 않은 점이다. 사측이 제시한 조건은 미지급 급여와 추석상여금, 퇴직금을 다음 달 14일 일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침을 놓고 내부에서는 적잖은 반발이 나오고 있다. 한 홈플러스 직원은 “당연히 지급해야 할 돈을 퇴직 협상의 조건으로 만든 것”이라며 “내부에서 아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도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 지부는 성명을 통해 “밀린 임금과 상여는 퇴직하지 않아도 당연히 지급해야 할 돈이고, 퇴직금은 법이 정한 대로 주겠다는 것뿐”이라며 “이것은 희망퇴직이 아니라 체불임금을 내건 퇴직 모집이자, 회생계획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라고 비판했다. 일반노조도 조만간 열리는 대의원회의에서 희망퇴직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근로기준법 등 현행법상 희망퇴직 또는 권고사직 시 위로금은 의무가 아니다. 하지만 대규모 희망퇴직 시 자발적 퇴직을 유도하고 노사 간 원활한 협상을 위해 별도 위로금이 책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 6월 홈플러스가 37개 폐점 점포의 책임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발표했을 당시에도 3개월치 임금에 달하는 퇴직금과 자산유동화 지원제도에 따른 위로금이 조건으로 붙은 바 있다. 당시 희망퇴직은 신청자가 몰리면서 자금 문제로 취소됐다.
홈플러스가 위로금 없는 희망퇴직을 결정한 배경에도 재정난이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홈플러스는 67개 영업 점포의 매출이 급감하며 최근 목표치의 30%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13일 재개장 첫날 106억2800만원의 일매출을 기록하며 회생 발판을 마련하는 듯했지만, 납품 대금 지연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9월 추석과 10월 연휴 기간 반등의 기회를 놓쳤다. 올리브영·다이소 등 매장 내 대형 임차점포가 철수한 점도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꼽힌다.
홈플러스의 인력 감축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매각과도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인건비 등 고정비용 감축을 통해 사업성을 회복해야 해서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19개 폐점 점포 부동산과 본사·온라인을 포함한 대형마트 사업 매각에 나섰으나 여전히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통매각 불발 시 분할매각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에는 우량 사업 중심의 매각용 법인을 구성하는 ‘굿 컴퍼니 앤 배드 컴퍼니(Good company and Bad company)’ 전략이 담겼다.
국민연금 가입자를 기준으로 9월 홈플러스 직원 수는 9121명에 달한다. 납품·협력업체를 고려하면 관계 종사자는 더욱 늘어난다. 이 같은 이유로 홈플러스 내부에서는 정치권 개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마트노조는 “정책금융기관이 가격과 고용 조건을 걸고 먼저 인수를 약속한 뒤 공개 입찰을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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