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으로 신뢰성 확보...초기 거래는 한국거래소 활용
유치국 승인 여부 따라 크레딧 구분…개도국도 운영 참여
3조원 규모 해외건설 신전략펀드 조성...해외 수주 지원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정부가 글로벌 고신뢰 탄소시장(GVCM)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해외에서 온실가스를 줄인 실적을 탄소 크레딧으로 발행해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시장으로, 핵심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해 신뢰도를 높이고 향후 디지털자산 형태로 발행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GVCM 세부 추진 방안’을 공개했다.
GVCM은 해외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서 발생한 실적의 신뢰성을 높여 국제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시장 체계다. 정부는 기존 영문 명칭인 ‘Global Voluntary Carbon Market(글로벌 자발적 탄소시장)’을 ‘Global Verified Carbon Market(글로벌 고신뢰 탄소시장)’으로 변경한다. 기업의 자발적 감축 활동뿐 아니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과 규제 대응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시장의 범위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핵심은 탄소 크레딧의 발행·거래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사업자와 사업 대상 국가·지역, 고유 식별번호, 감축 방법론, 감축량 등 주요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한다. 전체 자료는 일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고, 핵심 정보만 블록체인에 기록해 관리 효율성과 정보 신뢰성을 함께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크레딧은 초기에는 일반적인 전자적 방식으로 발행하고, 한국거래소가 구축하는 한국형 자발적 탄소시장 거래소에서 거래하도록 한다. 배출권거래소 운영 경험을 활용해 거래 기반을 마련하고 시장 참여자의 신뢰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후 크레딧 발행·거래 규모와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상황, 시장 신뢰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디지털자산 형태의 병행 발행을 검토한다. 정부는 기존 거래소 체계에서는 운영시간과 참여 주체, 외환 관련 규정 등으로 24시간 거래와 개인·외국인의 참여에 제약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국가별 디지털자산 관련 법·제도 정비 수준이 다른 만큼 참여국의 여건과 입장도 고려하기로 했다.
크레딧은 감축 사업 유치국이 감축 실적의 국제 이전을 승인했는지에 따라 ‘GVCM A’와 ‘GVCM NA’로 나눈다. 승인받은 크레딧은 투자국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나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인 코르시아 등 규제 대응과 ESG 활동에 활용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 미승인 크레딧은 사업지 국가의 감축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ESG 활동에 활용한다. 사후에 유치국의 상응조정 승인을 받으면 승인 크레딧으로 전환할 수 있다.
국내 배출권거래제와 온실가스 목표관리제에 크레딧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를 위해서는 크레딧의 신뢰성뿐 아니라 파리협정에 따른 상응조정, 국내 사업자의 참여 조건 등 관련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코르시아 활용을 위해서도 관계기관과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발행기구는 이사회와 기술감독위원회, 사무국으로 구성한다. 회원국이 참여하는 이사회가 정책 방향을 정하고, 기술감독위원회가 크레딧 발행 여부를 결정하면 사무국이 발행·관리를 맡는다. 감축사업이 주로 이뤄지는 개발도상국도 이사회에 참여하고 전문위원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해 운영 과정에 의견을 반영한다.
정부는 관계부처와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등의 협력을 통해 참여국을 확보하고, 개도국의 개발 수요와 한국의 기술을 결합할 수 있는 감축사업을 발굴한다. 맹그로브 숲 등 자연기반 사업과 농업 폐기물 처리, 메탄 포집, 에너지 효율화 등이 예시로 제시됐다.
세계은행(WB)과 녹색기후기금(GCF)의 사업에서 나온 감축량을 GVCM 크레딧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협의한다. 올해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참여 의향서 서명을 추진하고, 내년에는 참여국과 발행기구를 구성하며 사업 구조를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대외경제 리스크 점검 및 대응방향 ▷정상회담 경제분야 성과 이행점검 ▷인도 내 한국기업 전용산단 추진 계획도 함께 논의했다.
이 부총리는 “최근 우리 경제는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도 수출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며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지난 8월 경상수지는 461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40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가는 등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경제 원팀으로 대외 불확실성에 흔들림 없이 대응하고 변화의 파고를 넘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오늘 논의한 과제들이 현장에서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무역 블록화와 대미 통상 현안, 유럽연합(EU)의 산업 보호 조치 강화 등에 대응해 주요국과의 통상 현안을 점검하고 대외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에서는 문화·금융 등 분야의 실질적인 성과를 추진한다.
우리 기업의 해외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재정 1조원을 마중물로 국내외 자본을 모아 총 3조원 규모의 해외건설 신전략펀드를 조성하고, 개발·건설·유지보수를 연계한 패키지형 수주도 확대할 계획이다.
중동 전쟁 장기화와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에는 경제안보 품목의 국내 생산·비축 확대, 해외 생산능력 구축, 수입 다변화 등으로 대응한다. 정상외교를 통해 주요국과 경제·공급망 협력 기반을 구축하고, 관련 성과도 주기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글로벌 고금리와 주요국의 재정 리스크, 인공지능(AI) 투자 조정 가능성도 잠재적 대외 리스크로 지목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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