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월 실질임금 0.2% 상승…고유가·미약한 임금 상승에 구매력 제약

AI 수출·설비투자 호조로 경기 개선세 유지…숙박·음식점 생산은 감소

서울의 대형마트 가공식품 판매대 모습 [연합]
서울의 대형마트 가공식품 판매대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호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경기 회복의 온기가 가계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진단이 나왔다. 고유가에 따른 물가 부담과 미약한 임금 상승세가 가계 구매력 회복을 제약하면서 소비는 완만한 개선에 머물렀다.

KDI는 12일 발표한 ‘경제동향 10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AI 관련 수출과 설비투자의 호조에 힘입어 개선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라면서도 “경기 개선의 효과가 가계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면서 소비 개선세는 완만한 모습”이라고 밝혔다.

수출·투자가 이끄는 경기 개선 진단을 유지했지만, 가계가 체감하는 회복 속도는 더디다는 평가다. KDI는 “고유가가 이어지면서 공급 측 물가 상방 압력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기조적인 임금 상승세는 미약해 가계 구매력 회복이 제약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1~7월 실질임금 상승률은 0.2%에 그쳤다. 물가를 반영한 임금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소비 여력도 충분히 살아나지 못한 것이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전월의 3.1%보다 낮아졌지만, 통신비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물가 압력은 오히려 커졌다. 통신비를 제외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2.7%에서 9월 3.1%로 높아졌다. 같은 기준의 근원물가 상승률도 2.6%에서 2.8%로 상승했다.

소비와 밀접한 서비스업 생산에서도 부진이 나타났다. 숙박·음식점업 생산은 2.8%,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생산은 2.1% 감소했다.

반면 AI 관련 수출과 설비투자는 경기 개선을 뒷받침했다. 9월 수출은 정보통신기술(ICT) 품목을 중심으로 전년 동월 대비 83.5% 증가했다. 조업일수를 반영한 일평균 수출 증가율은 104.8%에 달했다.

일평균 기준 반도체 수출은 304.9%, 컴퓨터 수출은 497.6% 늘었다. AI 인프라 투자 수요가 확대되면서 철강제품과 비철금속 수출도 각각 15.3%, 49.1% 증가했다.

8월 설비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16.1% 늘었다. 전월 증가율인 24.6%보다는 낮아졌지만 반도체 관련 기계류를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KDI는 “관련 부문의 제조업 생산도 양호한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제조업의 고용 부진도 일부 완화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까지 경제 불확실성 요인으로 제시했던 중동 정세 불안과 미국 통상정책 관련 우려는 이번 보고서에서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fact051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