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포장재 규정 8월 시행
국가별 이행 방식 달라
독일·스페인 경쟁요율
헝가리·크로아티아 고정요율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유럽연합(EU)이 지난 8월부터 새로운 포장재 규제를 시행하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대응 부담이 커지고 있다. EU 전역에 동일한 규정이 적용되지만 실제 포장재 등록과 환경분담금 납부 방식은 국가마다 달라 진출국별로 별도의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12일 유럽 21개국의 포장재 관련 제도 운영 현황과 기업별 대응 방법을 정리한 ‘EU 포장 및 포장 폐기물 규정(PPWR) 국별 시행 현황’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EU는 지난 8월 12일부터 기존 포장 및 포장 폐기물 지침(PPWD)을 대체하는 새로운 규정인 PPWR을 본격 적용하기 시작했다. 회원국별로 운영되던 포장재 관련 규제를 통일하고, 포장 폐기물 발생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규제 대상은 제품을 감싸는 포장재뿐 아니라 운송과 유통 과정에서 사용되는 포장재까지 폭넓게 포함한다. 포장재의 재활용 가능성과 유해물질 사용 등을 관리하며, 향후 재활용성과 재생원료 사용에 관한 기준도 단계적으로 강화된다.
문제는 실제 이행 방식이다. EU 27개 회원국에 공통 규정이 적용되더라도 포장재 수거와 재활용 비용을 기업이 부담하도록 하는 확대생산자책임제도(EPR)는 국가마다 다르게 운영된다.
EPR은 제품이나 포장재를 시장에 공급한 기업에 폐기물 처리와 재활용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는 제도다. 기업은 해당 국가의 규정에 따라 포장재를 등록하고, 공급 물량 등을 기준으로 환경분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페인은 여러 생산자책임기구(PRO)가 경쟁하면서 분담금 요율을 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반면 헝가리와 크로아티아는 정부가 주도하는 단일 기구에서 정해진 요율을 적용한다.
국가별 추가 의무도 살펴야 한다. 프랑스는 가정용 포장재에 자체 분리배출 표시인 ‘트리만’을 요구한다.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유럽의 주요 수출시장인 영국도 기업 매출과 포장재 공급 물량 등에 따라 의무를 차등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여러 유럽 국가에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라면 EU 공통 규정만 확인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 제품이 판매되는 국가마다 등록 대상과 신고 절차, 비용 부담 기준 등을 따로 확인해야 한다.
코트라는 이번 보고서에서 기업이 우선 점검해야 할 사항도 제시했다. 먼저 완제품 포장은 물론 물류와 운송에 사용하는 상자, 완충재 등 모든 포장재의 종류와 사용 물량을 파악해야 한다.
이어 복잡한 수출 공급망에서 자사가 어떤 법적 지위를 갖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규정상 적합성 평가와 기술문서 작성 등을 책임지는 ‘제조자’인지, 포장재 등록과 환경분담금 납부 의무가 있는 ‘생산자’인지에 따라 준비해야 할 사항이 달라진다.
제품이 관련 기준에 맞는다는 점을 입증하는 기술문서(TD)와 적합성 선언서(DoC)도 갖춰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재활용에 적합한 소재를 사용하거나 불필요한 포장을 줄이는 등 제품 설계 단계부터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EU는 2030년부터 포장재의 재활용성 평가 기준과 플라스틱 포장재의 재생원료 사용 의무 등을 단계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당장 국가별 등록과 분담금 납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포장재 자체를 바꾸는 준비도 필요해지는 셈이다.
코트라는 지난해 PPWR 주요 내용에 대한 안내자료를 발간한 데 이어 올해 실무 질의응답 자료와 온라인 설명회를 통해 기업들의 대응을 지원해 왔다. 특히 지난 8월 열린 설명회에 수출기업 관계자 500여명이 참여하는 등 관련 정보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국가별 제도 운영 현황을 추가로 정리했다.
오는 14일 오후 4시에는 후속 온라인 설명회도 개최한다. 독일과 헝가리, 체코, 영국 등 유럽 4개국의 EPR 운영 방식을 소개하고, 국내 식품기업의 포장재 규제 대응 사례도 공유할 예정이다.
김관묵 코트라 부사장 겸 경제안보통상협력본부장은 “이번 보고서와 화상 설명회는 단일 규정 도입 이면에 여전히 복잡한 유럽 주요 국가의 확대생산자책임제도(EPR) 운영을 한 번에 알기 쉽게 제시하는 데 역점을 뒀다”며 “현지에서 직접 수집한 생생한 정보와 실무경험과 대응 방법이 담긴 만큼, 수출기업들이 낯선 유럽 규제 문턱을 넘을 때 가장 먼저 펼쳐보는 실무 지침서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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