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BS, 세계 최초 MRI로 종양 내부 압력 측정하는 센서 개발

- 압력 급증하면 암세포 이동·침습성 증가, 전이위험 예측 새 길

압력이 가해지는 속도가 암세포의 전이성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낸 모식도.[IBS 제공]
압력이 가해지는 속도가 암세포의 전이성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낸 모식도.[IBS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암세포에 압력이 급격하게 쌓이면 다른 장기로 퍼져나가려는 성질이 강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나노의학 연구단 천진우 단장(연세대 언더우드 교수)과 전영욱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교수 공동연구팀이 MRI를 이용해 종양 내부 압력을 측정하는 ‘엠큐브(M3)’ 센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암이 다른 장기로 퍼지는 전이는 암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종양이 성장하면서 내부에 쌓이는 압력이 암세포의 전이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살아있는 종양 내부에서 압력이 어떻게 변하고 암세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직접 측정하기는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RI로 종양 내부의 압력을 측정할 수 있는 초소형 센서를 개발했다.

엠큐브 센서는 해조류에서 유래한 생체적합성 소재인 알지네이트 하이드로젤 내부에 미세한 자성 나노입자를 넣은 구조다.

외부에서 압력이 가해지면 하이드로젤이 수축하고, 이 과정에서 자성 나노입자 주변의 물 분자 환경이 달라지면서 MRI 신호가 변화한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활용해 암 조직에서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1~15킬로파스칼(kPa) 범위의 압력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센서를 종양의 특성을 모사한 3차원 세포 배양체인 오가노이드와 동물 모델에 적용해 압력 변화에 따른 암세포의 반응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암세포의 전이 성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은 단순히 압력의 크기뿐 아니라 압력이 얼마나 빠르게 증가하느냐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암세포에 가해지는 압력이 천천히 증가할 때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압력이 급격하게 높아지면 암세포 내부에서 산화스트레스가 강하게 발생했다.

천진우 IBS 나노의학 연구단 연구단장.[IBS 제공]
천진우 IBS 나노의학 연구단 연구단장.[IBS 제공]

이번 연구는 그동안 관찰하기 어려웠던 종양 내부의 물리적 압력을 영상으로 측정하고, 압력 변화 속도와 암세포의 전이 성향 사이의 연관성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종양 내부 압력 분포를 분석해 전이 위험이 높은 부위를 찾아내거나 새로운 항암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실제 암 환자의 전이 위험을 예측하는 진단 기술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센서의 크기와 해상도를 개선하고 다양한 조직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앞으로 복합적인 물리적 자극에서도 압력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센서의 정확도를 높이고, 세포와 조직 수준의 미세한 압력 차이를 분석하는 기술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천진우 IBS 단장은 “이번 연구는 살아있는 종양의 보이지 않는 힘을 MRI로 추적하고, 암세포에 작용하는 압력 스트레스의 변화가 전이 성향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밝혀낸 연구”라며 “향후 암 전이뿐 아니라 조직 재생, 염증, 섬유화 등 다양한 생명현상에서 물리적 힘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밝히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 9월 28일자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