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두고 또 갈린 문체위
“역사 왜곡” vs “창작 개입”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영화 ‘암살자(들)’이 다시 국정감사 한복판에 섰다.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등을 상대로 연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암살자(들)’의 관람 등급과 공적 자금, 콘진원의 가치평가를 두고 거세게 맞섰다. 국민의힘은 역사 왜곡과 청소년 보호를, 더불어민주당은 정치권의 창작 개입을 문제 삼았다. 지난 7일 문화체육관광부 국감에 이은 두 번째 공방이다.
‘암살자(들)’은 1974년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벌어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가상의 인물들이 암살의 배후를 쫓는 영화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뒤 역사 왜곡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국감이 열린 이날 누적 관객 300만 명을 넘어섰다.
12세 관람가 판정 두고 공방
이날 국정감사에선 관람 등급이 도마에 올랐다.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은 김병재 영등위원장을 향해 이 정도의 폭력성과 욕설을 초등학교 5~6학년이 충격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교육 현장의 언어폭력 기준과 영등위의 청소년 보호 기준이 전혀 다른 것이냐는 추궁도 이어졌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영등위 심의 의견서에 적힌 “12세 이상 청소년이 얻은 지식과 경험, 교육 근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수용 가능하다”는 대목에 의문을 표했다. 지난 50여 년 동안 교과서가 이 사건을 다루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이 사건의 본질이 조총련 지령을 받은 문세광이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에 실패하고 육 여사를 살해한 것이라며, 영화가 12세 어린이들의 정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영화가 어린 학생과 젊은이들에게 박 전 대통령을 권력을 위해 가족마저 살해하는 인물로 각인시켜 “앞으로 다가오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다고 읽힌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영화를 두 차례 관람했고, 여러 연령대 관객 40명과 단체 관람도 했다고 밝혔다. 동행한 관객 대부분이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의 경계를 모르겠다고 답했다며, 제작진을 국감장에 불러 설명을 들어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영등위는 앞서 영화 속 고문·폭행 장면과 욕설이 시대적 맥락 안에서 경미하고 간결하게 표현됐다고 판단한 바 있다. 김병재 영등위원장은 앞으로도 위원들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청소년 보호를 위해 신중하게 등급을 분류하겠다고 답했다.
제작진 증인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재정 문체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영화 내용을 이유로 창작자를 국회에 부르는 일은 여야 간사가 합의하더라도 허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헌법이 천명한 가치에 따라 국회가 지켜야 할 태도라는 설명이다.
A등급 가치평가와 ‘공적 자금’ 공방…‘창작 위축’ 우려
영화에 대한 콘진원의 ‘콘텐츠 가치평가 보고서’도 도마에 올랐다. 가치평가는 콘텐츠의 사업화 가능성을 따져 투자기관에 보고서를 건네고 투자를 잇는 제도다.
윤 의원은 보고서가 육 여사 저격 사건과 문세광의 자백·사형 집행을 ‘어렴풋이 알려진 내용’으로 표현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적 사실을 어렴풋이 알려진 내용이라고 전제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보고서가 SWOT 분석에서 감독의 정치 첩보 스릴러 장르에 대한 영화적 완성도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적고도, 감독 역량에는 A등급을 준 점도 문제 삼았다.
김석기 의원은 형평성을 따졌다. 다른 전·현직 대통령과 가족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영화로 만들어도 흥행 가능성이 높으면 A등급을 줄 것이냐는 물음이다.
김윤지 콘진원장은 감독을 평가할 때는 기존에 좋은 작품을 했는지를 보고 판단하며, 허진호 감독 수준이면 보통 좋은 등급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작품 내용에 대해서는 “영화는 상상력을 펼치는 공간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담길 수 있다”고 했다. 조계원 민주당 의원은 가치평가가 영화의 역사관이나 정치 성향이 아니라 작품의 경제적 가치와 사업성을 평가하는 제도라는 점을 짚었고, 김 원장도 이에 동의했다.
공적 투자 규모를 둘러싼 셈법도 엇갈렸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 영화에 40억8000만원 상당의 공적 자금이 투입됐다고 주장하며 투자·평가 과정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반면 조계원 의원은 항간에 거론된 340억원은 이 영화 한 편에 들어간 금액이 아니라 펀드 출자 규모라고 반박했다.
이 영화에 투자한 ‘미시간한국영화메인투자조합2호’는 결성액 567억원 가운데 340억원을 모태펀드 영화계정에서 출자받았다. 조 의원은 “민간 운용사가 흥행성을 판단해 정상적인 절차로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상준 영진위원장은 ‘암살자(들)’ 한 편에 실제로 투자된 금액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국감장에선 정치권의 압박이 영화 현장을 흔들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 의원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에게는 창작의 자유가 있고 해석은 관객마다 다를 수 있다며 “그 판단에 인위적으로 개입해 막을 권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배우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집회가 열리고, 전국 12개 극장에서 예정됐던 2주차 무대인사가 전면 취소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가 이렇게 관여해도 되느냐고 반문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주연 배우들의 인센티브 관련 비공개 계약 정보를 공개한 데 대해서도 내밀한 사적 계약까지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임오경 민주당 의원은 “역사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역사 왜곡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질문을 금지하는 것이 진실을 밝힐 기회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공적 지원을 받은 작품이 역사를 왜곡했을 때 지원기관이 아무 검토도 하지 않아도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영화 속 박 전 대통령 묘사가 부정 일색만은 아니라고 반론을 폈다. 박 대통령이 김대중 납치 사건에서 중앙정보부의 과도한 행동에 분노하며 신문을 구기는 장면을 예로 들었다. 특정 영화만 지목해 등급을 문제 삼는 데는 선을 지켜야 한다고도 했다.
한상준 영진위원장은 “관객이 (영화를) 기본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 왜곡 논쟁이 창작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고, 회복 중인 영화산업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공방의 불똥은 극장가로도 튀었다. 영화와 연계한 극장 굿즈가 잇따라 ‘역사적 비극의 상품화’라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메가박스는 개봉일 관객에게 나눠준 ‘오리지널 티켓’을 기념식장 연단 그림 위에 총탄 자국이 찍힌 투명판을 겹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가, 지난 4일 사과하고 남은 티켓을 전량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CGV는 지난 1일 서울 용산아이파크몰·영등포타임스퀘어·왕십리에서 ‘단서 추적 상영회’를 열고 모형 탄환 2발이 든 ‘프로파일링 폴더 세트’를 관객에게 나눠줬다. 논란이 커지자 배급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이벤트를 조기 종료했다.
조은희 의원은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사례를 꺼내며, 지난 5월 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데이’라는 판촉 행사를 열었다가 대표가 해임되고 5명이 직무에서 배제됐으며 그룹 회장이 직접 사과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대통령이나 민주당이 분노하지 않으니 사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냐고 따졌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고재수 CJ CGV 사업본부장 영화 마케팅이나 기획은 배급사가 전적으로 진행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본부장으로서 영화 마케팅·기획·운영으로 논란이 되고 “피해를 보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CGV는 앞서 이 행사를 배급사가 기획·제작했고 자사는 진행만 맡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정가 관객 12.7%…바닥 드러나는 영화 재원
‘암살자(들)’ 공방 이면에선 영화산업의 구조적 위기도 드러났다. 최 의원은 영진위 통합전산망 자료를 근거로, 올해 1~9월 팔린 영화 티켓 9701만여 장 가운데 81.2%가 2D 정가(주말 1만5000원·평일 1만4000원)보다 싸게 팔렸다고 지적했다. 정가에 팔린 표는 12.7%에 그쳤다. 정가보다 비싸게 팔린 6.0%는 대부분 아이맥스·4D 등 특수관 티켓이었다.
명목 관람료와 실제 매출의 괴리도 커졌다. 주말 관람료는 2019년 1만1000원에서 현재 1만5000원으로 올랐지만, 관객 1명당 평균 매출인 객단가는 2022년 1만285원에서 지난해 9869원으로 내려앉았다.
영화산업을 떠받치는 기금도 바닥을 드러냈다. 임 의원이 이날 공개한 영진위 자료 분석에 따르면, 영화발전기금 여유자금은 2020년 1059억원에서 지난해 97억원으로 90% 넘게 줄었다. 핵심 자체 수입원인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도 2019년 545억원에서 지난해 224억원으로 절반 넘게 감소했다. 정부 평가에서도 기금의 재원 구조는 ‘부적정’ 판정을 받았다.
임 의원은 “체육기금으로 부족분을 메우는 것이 근본대책일 수는 없다”며 기금 구조의 전면 개편을 촉구했다.
shee@heraldcorp.com

![환율 전망은 ‘신의 영역’…저점 맞히기보다 ‘왜 사는가’가 먼저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0/12/news-p.v1.20261012.55efba3378c64428a659ee9abdd028f2_T1.jpg?type=h&h=240)
![‘온 몸 피멍든 아들, 술 취한 아버지의 손찌검’ 학대피해 아동을 위해 그는 몸짱달력의 모델이 됐다 [온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0/10/news-p.v1.20261008.01ebb81a51934975a7b2849f715e423e_T1.jpe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