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업금지 풀린 이수만이 다시 그린 설계도
15인조 A2O 소울·9인조 A2O 라이트 데뷔
“촬영하는 카메라에서 창조하는 카메라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K-팝의 아버지’ 이수만(74) A2O엔터테인먼트 키 프로듀서가 돌아왔다. 그가 국내 무대에 제작자로 서는 것은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난 지 3년여 만이다. 그가 복귀 무대에서 다시 꺼낸 질문은 “무엇이 다른가(What’s the Difference?)”였다. 그가 내놓은 답의 절반은 기술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노래’였다.
이수만은 지난 1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글로벌 데뷔쇼 ‘웰컴 투 소울라이트 프롬 A2O 소울 A2O 라이트’에 직접 연사로 나섰다. 이날 그는 15인조 보이그룹 A2O 소울(A2O SOUL)과 9인조 걸그룹 A2O 라이트(A2O LITE)를 처음 공개했다. 두 팀은 13일 오후 6시 각각 ‘슈퍼스타(SUPERSTAR)’와 ‘네온(NEON)’을 발표하며 정식 데뷔한다.
그의 복귀가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수만은 2023년 2월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하이브에 넘기며 국내에서 3년간 음반 프로듀싱을 하지 않겠다는 경업금지 약정을 맺었다. 약정은 올해 2월 말 만료됐다.
국내 무대가 닫혀 있던 동안 그는 한국 밖에서 판을 짰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A2O엔터테인먼트를 세우고, 2024년 중국인 멤버 5명으로 구성된 걸그룹 A2O 메이(A2O MAY)를 선보였다. 지난해엔 서울 청담동에 한국 지사를 열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공개 오디션 ‘A2O 잘파 오디션’을 시작했다. 서서히 국내 복귀를 준비해 온 셈이다. 이번 데뷔쇼는 그 준비가 국내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자리다.
경업금지가 풀린 첫해, 이수만은 보이그룹과 걸그룹을 한꺼번에 내놓는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이날 데뷔쇼는 신인 그룹을 소개하는 자리에 그치지 않았다.
이수만은 이날 발표의 대부분을 기술에 할애했다. 그가 내세운 촬영 기술 ‘4D 가우시안 스플래팅(4DGS)’은 2023년 학계에 처음 공개된 기술이다. 이날 협업 상대로 이름을 올린 삼성전자도 지난해 10월 첫 확장현실(XR) 헤드셋 ‘갤럭시 XR’을 내놨다. 이수만은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그 기술을 찾고,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때가 왔는지, 우리가 직접 만들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찾고 실험하며 실행해보는 것”까지 컬처 테크놀로지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그가 제작한 H.O.T.가 데뷔한 지 30년이 되는 해다. 이수만은 오래전부터 캐스팅, 트레이닝, 프로듀싱,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아이돌 제작 공정을 ‘CT’라는 이름으로 체계화해 왔다. 2016년에는 홀로 프레젠테이션 무대에 올라 ‘뉴 컬처 테크놀로지’를 선언하고 NCT를 공개했다. 신인 그룹과 신기술, 팬 소통 플랫폼을 한 무대에 묶어 발표한 이날의 형식은 10년 전 그 장면과 닮았다.
그가 들고 나온 4DGS는 여러 대의 카메라로 아티스트의 움직임을 동시에 찍은 뒤, 그 데이터를 합쳐 3차원 공간에 다시 세우는 방식이다. 보통의 영상은 카메라가 서 있는 자리에서 촬영한 장면만 남기는 반면, 4DGS는 그 순간의 무대를 통째로 담아 두기에 촬영이 끝난 뒤에도 원하는 위치와 각도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이수만은 이 변화를 “촬영하는 카메라에서, 창조하는 카메라로”라는 말로 요약했다.
그는 이 기술의 뿌리를 자신의 과거에서 찾았다. 그가 직접 만들어 소녀시대, 샤이니, 동방신기, 보아의 뮤직비디오에 썼다고 소개한 ‘매트릭스 카메라 시스템’이다. 여러 대의 스틸 카메라로 한순간을 동시에 찍어, 멈춘 시간 속에서 카메라만 피사체 주위를 도는 듯한 장면을 만든 방식이다.
이수만은 “이것을 스틸 카메라가 아니라 비디오 카메라로 구현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를 오래 생각했다며 “약 16년이 지난 지금” 그 가능성을 실제 콘텐츠에서 구현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A2O 소울과 A2O 라이트의 뮤직비디오에는 4DGS와 A2O가 ‘인피니트(INFINITE) 촬영 시스템’이라 부르는 방식이 적용됐다. 삼성전자와는 관객이 원하는 시점에서 아티스트를 보는 XR 경험을 함께 선보인다.
이수만은 4DGS를 두고 “인간이 존재했던 현실 자체를, 그때의 시간과 공간 속 현실을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라며 카메라라는 기록장치의 “마지막 형태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렇게 남긴 데이터는 AI의 학습 데이터가 되고, AI를 탑재한 로봇이 인간의 움직임과 공간을 배우는 데에도 쓰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4DGS는 A2O가 처음 만든 기술이 아니다. 2023년 중국 화웨이·화중과기대 연구진과 푸단대 연구진 등이 잇달아 논문으로 발표한 기술이다. A2O는 이번 촬영에 쓴 카메라의 규모나 협력 기술사는 공개하지 않았다.
기술 설명을 마친 뒤 이수만은 ‘곡’으로 이야기를 옮겼다. 그는 “K-팝 그룹이 ‘가수’라고 불리는 한, 결국 가장 중요한 시작은 ‘곡’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곡에서 춤으로, 뮤직비디오로, 퍼포먼스로 이어지는 모든 것이 “기존과는 다르게 느껴질 수 있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스스로 선을 그었다. “다르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한 이수만은 다른 결과물을 많은 사람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데까지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객을 향해 “‘어떤 것이 다른가?’ ‘뭐가 다른가?’를 찾으려고 하시기 전에, 먼저 ‘좋다’라는 느낌을 받아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에 데뷔하는 두 신인 그룹은 노래와 퍼포먼스, 4DGS로 찍은 영상으로 팬들과 만난다. 이수만은 이날 팬 소통 플랫폼 ‘블루밍톡’의 새 기능도 소개했다. 블루밍톡은 A2O 메이가 지난해부터 써 온 서비스다. 이달 말 영상 토크가 열리고, 이후 팬과 셀러브리티가 한 공간에서 대화하는 ‘인터랙티브 라이브 토크쇼’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수만은 기술을 쓰는 방식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그는 앞으로는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넘어 “우리는 무엇을 기록하고, 무엇을 미래에 남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AI와 로봇이 인간과 함께 살아갈 미래에는 “기술이 얼마나 발전하는가만큼이나 그 기술을 어떤 지혜로 사용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환율 전망은 ‘신의 영역’…저점 맞히기보다 ‘왜 사는가’가 먼저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0/12/news-p.v1.20261012.55efba3378c64428a659ee9abdd028f2_T1.jpg?type=h&h=240)
![‘온 몸 피멍든 아들, 술 취한 아버지의 손찌검’ 학대피해 아동을 위해 그는 몸짱달력의 모델이 됐다 [온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10/10/news-p.v1.20261008.01ebb81a51934975a7b2849f715e423e_T1.jpeg?type=h&h=240)

